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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하나밖에 없는 지구...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기후 변화와 AI, 그리고 모든 건 대부분 우리의 잘못일 수 있다는 호주 출신인 북아일랜드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 도서 작가인 올리버 제퍼스(Oliver Jessers. 1970~ )는 올해의 중요한 순간이 앞으로의 1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하는 뉴욕 타임스의 Turning Points 시리즈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해 현재 지구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가진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도적으로) 거대한 추상적인 담론이라고 했다.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니라면, 그리고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공산주의식 사고방식을 벗어날 수 없어 기후 변화를 일으킨 사람을 특정해 ‘당신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기후 변화를 무시해도 좋다며 허락하고 그건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스스로 확신한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다른 사람의 문제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잔혹한 진실은 우리가 여기에서-아니 어디에서든- 그런 문제를 일으킨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우주의 규모는 너무나 광대해서 이해할 수 없으며, 우리는 아직 지구 외의 다른 곳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그것이 우리의 잘못이든 아니든(미리 경고하지만 그건 우리의 잘못이다!) 기후 변화에 대해 무언가를 하는 건 확실히 우리에게만 주어진 의무다. 지금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가 우주를 봐도 다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너무 빨리 달려 두 눈을 덮고 기후 변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글래스고에서 열린 2021년 UN 기후 변화 회의에 참석한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 호주에서 태어나 북아일랜드에서 자란 미국 시민인 그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대한 흥미로운 개인적 역사를 가진 터에 많은 세계 지도자가 단순히 자국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기후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는 점을 이상하게 느꼈다고 했다.

 

인간만이 인식하는 가상선(假象線; 추상적인 정의만 있고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기하학적 곡선)의 단일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만을 고려 한다면 매우 근시안적이고 터무니없는 짓이리라. 왜냐하면 우리의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단일 슈퍼 시스템일테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건 그 일은 세상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가 자체적으로 기후 규정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비행기 안에 금연석을 두는 것과 같다.

 

◇AI는 누구를 돕고 있는가?

 

그는,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던 “전직 아티스트로써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한 우려의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각에 진실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우선 AI는 잘못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것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평생 교육자였던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진정한 지능은 호기심의 존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소개한 그는 “많은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단순히 좋은 기억력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AI의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패턴 인식의 알고리즘이다. 이것은 유용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말굽 제작자가 자동차의 발명으로 인해 불필요해지긴 했지만 우리는 항상 그래왔던 대로 적응해 나갈 것이다.

 

예술 측면에서 AI는, 우리 인간처럼 독특한 목소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AI에 대한 이러한 대화의 초점은 창조적인 세계나 가장 인간적인 특성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AI가 세금을 내거나 예산을 균형 있게 조절한다는 말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AI가 인간에게 더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AI는 부자를 위한 장난감이 될 수 있고 부자가 아닌 나머지 우리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며 막말로 AI의 전기 코드가 뽑히거나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대답 대신 물음표로 글을 끝냈다.

 

나 역시 그렇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세상사를 어찌 알겠는가? 다만 너도나도 누구의 책임도 아닌 기후 변화, 아니 기후 재앙으로 환경파괴를 막지 못하고 끝내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한다면 천하의 AI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AI가 식량을 펑펑 쏟아 낼 리도 없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기계를 씹어 먹을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지구의 종말을 다룬 영화 몇 편이 떠올랐지만 그런 걱정마저 잠시 접어두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바깥 날씨는 영하로 떨어져 옷깃을 세우게 한다. 올들어 나름 수십 편의 기후 칼럼을 쓴다고 써봤지만 창의적인 서사와 통찰력은 크게 부족했음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김숙경(Stella) 시인의 시를 올리면서 올해 마지막 기후 칼럼을 끝내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되고 항상 건강하시며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 김수경

 

별똥별은 떨어지는 그 순간이 아름답다

순간에 충실해지자

내일은 누구도 모른다

울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실컷 울고

웃고 싶으면 눈치 보지 말고 큰 소리로 웃자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위해 거짓 없이 표현하자

아름다운 삶은

순간을 진실하고 충만하게 가꿀 때 빛이 난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던 날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값지게 보내자고

물이 거꾸로 올라오지 못하듯

 

어제가 오늘이 될 수는 없다고

안갯속 삶의 고리에서 담쟁이 손을 잡고

절벽을 희망의 벽으로 이끈다

 

하나보다 둘의 향기가 짙듯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기원의 탑을 쌓으며

 

웃음꽃 피우며 살자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꽃이 늘 피고 지듯

세월 속에 너와 나는 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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