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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지구를 수리하는 보물,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을지 모르나 부산에서는 UN 환경계획의 제안으로 세계 100여 개국 대표가 모여 열차만큼이나 긴 이름을 가진 국가 간 협의기구를 창설하자는데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그해 UN 총회 제65차 회의는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 정책 플랫폼(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이란 국가 간 협의체를 탄생시켰다. 이 기구가 최근 세계 147개국이 의뢰한 생물 다양성, 기후 변화, 식량, 물, 건강 간의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상호 연결 관계를 3년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의 평가 공동 의장이자 영국의 생태와 수문학 연구센터에서 토지와 수질 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환경 과학자, 폴라 해리슨(Paula Harrison)은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단편화되어 있거나 고립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그로 인해 비효율성을 초래했고 종종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아프리카에서 2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생성 질병인 흡충증은 비료 유출수로 영양을 공급받는 왜래 침입종 수생 식물 사이에서 번성하는 담수 달팽이에 의해 퍼지고 있는 데도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세네갈 농촌의 한 프로젝트에서는 약물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침입종 수생 식물을 제거해 퇴비화하거나, 가축 사료의 대안으로 저렴하게 개발하면서 식량 생산을 늘리고 어린이 감염률을 32%나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자들은, 프레리 스트립스(prairie strips, 북미대륙의 대초원 농경지 프레리에 야생 동물 서식지를 제공하면서 흙과 물을 보호하는 농업 지역)로 편입시키는 것과 같은, 줄 뿌림으로 심은 작물 사이의 공간인 이랑에 토착 식물이 자라도록 해주는 것과 같은 노력을 하고, 농경지에 나무를 전략적으로 심는다면 생물 다양성을 살리고, 식량 생산은 물론 몸에 좋은 건강한 농산물과 휴식(웰빙)공간을 얻을 수 있으며 수질이 개선되며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모든 방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저자는 이구동성으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흙 속 미생물과 지렁이로부터 지상의 모든 야생 동물이 함께 공존하게 하는 생물 다양성은, 기후 변화를 상쇄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부터 지역 사회에 이르는 모든 공동체가 의도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뉴저지주 Rutgers 주립 대학의 인간 생태학 교수이자 평가 공동 의장인 파멜라 맥엘위(Pamela McElwee)는 “화석 연료, 그리고 농업과 어업 부문에서 생물 다양성, 기후, 물 및 건강에 대한 간과된 비용은 연간 10조 달러에서 25조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건강이 입는 부정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예를 들어, 대기 오염으로 인해 매년 900만 명이 사망하고, 생물 다양성을 해침으로써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어 인류의 비만과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생물 다양성을 손상하고 있는 직접적인 공적 보조금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민간부문이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행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지금 당장 우리는 기후 변화, 식량 생산 등 여러 요소의 균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면서 “그건 다른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파멜라 맥엘위 박사는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보고서는 기후와 관련된 각 분야가 자신들만의 굳건한 사일로를 구축하고 있어서 이를 무너뜨리고 그야말로 광활한 우주처럼 펼쳐진 기존의 연구와 때로는 분야별로 모순되는 연구를 평가하고 종합하는 지난(至難)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물 다양성에 관한 연구논문은 수자원에 대한 연구논문과 완전히 별개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수자원에 대한 연구논문은 건강 연구논문과 별개였고, 건강 관련 연구논문은 식품 연구논문 혹은 기후 변화 연구논문과 완전히 떨어져 존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고서에 참여한 165명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그러한 연구영역의 분열이 분명하게 나타났다”면서 자신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언어를 배워야 했고 때로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안주했던 편안함의 영역을 벗어나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가 상충하면 할수록 현실의 긴장감과 위기는 증폭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꽃가루 매개자-벌꿀 등의 숫자가 줄고 기후 변화로 초래된 가뭄으로 식량을 재배하기 어렵게 됐을 때, 전혀 다른 분야인 나무 심기를 생각해 보자.

 

나무는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고, 탄소 시장을 통해 토지 소유자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경 3km 내의 산주들이 모여 꿀벌이 꿀과 화분을 수집하도록 밀원수(蜜源樹)를 심기로 합의를 한다면 어떨까?

 

아까시나무, 밤나무, 쉬나무, 헛개나무, 회양목, 칠자화, 인동덩굴, 모감주나무 등 밀원수를 다양하게 심어 숲을 조성하면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져 꿀벌의 대량 실종 사태를 막을 수 있고, 가뭄에도 밀원수 낙엽이 스펀지가 되어 골짜기에서 물이 서서히 흐르도록 할 수 있다.

 

산림청은 국유림에 매년 150ha씩 밀원수를 조림하고, 지자체별 경제림 조성 사업비를 활용해 밀원수 조림을 포함한 산주 소득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산주나 양봉 농가가 밀원수를 조림할 때 조림비의 90%를 지원하고 있으니 거의 공짜로 창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업성만을 고려해 종종 생물다양성과 수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속성 수를 선택하거나 벌꿀은 벌꿀대로 가뭄은 가뭄대로 따로 떨어져 별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보통이다.

 

연구 주제가 가래떡을 칼로 자르듯이 세분화하고 있는 시대에 쳇GPT가 대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을 내놓듯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쳇GPT가 생각지 못한 너무나 인간적인 현실적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보물이란 어쩌면 소풍 가서 찾던 보물찾기처럼 뻔한 곳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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