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청년농업인(청년창업형 후계농업경영인) 영농정착지원사업으로 지난해 청년농업인을 선정해 농업인에게는 농지 구입 자금 및 시설 자금으로 최대 5억 저리 융자를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당담 기관인 농식품부는 2024년 8월에 총 예산 8000억원이 모두 소진돼, 기존 대출 대상자수를 선별적으로 축소하면서 청년농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은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후계농어업경영인등의 선정 및 지원) 및 제13조(청년농어업인 우대)를 근거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젊고 역량 있는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농업·농촌 정착을 위해 추진됐다.
사업에 선발된 청년농업인(만 18세 이상~만 40세 미만)은 영농정착지원금, 창업자금, 기술·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은행사업(임대·매매 등)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연계 지원받고 이에 준한 지원과 사후관리·감독을 받기로 했다.
특히, 정책자금(이차보전) 지원은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을 활용해 세부 지원대상 및 품목, 융자 제외 대상 등에 관한 사항은 후계농업경영인육성 선발 및 지원사업 시행지침을 명시했다.
●예산 부족 사태... 농식품부의 수요 판단 오류,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농에게
그러나 지난해 11월 15일 갑자기 정부지원 지침이 변경되면서 올해부터는 2021년~2024년 청년농업인 및 일반후계농 선정자 중 다시 선별하여 우선순위에 선정된 자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대상자를 축소했다. 구체적인 해당 지침은 영농 계획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여부, 관련 농업교육 수료 시간, 대출 상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후계농 육성자금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지난해 토지구입 및 시설공사를 위해 계약을 마친 대상자와 같은 해 하반기 지자체 협의를 거친 후 사업을 완료한 대상자 중 올해 배정에서 탈락한 이가 전국에서 460여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2018년부터 대상자 선정 이후 혜택받지 못한 대상자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약 1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재선발 과정에서 대출 대상자인 청년농에게 계약서와 계약이체내역을 필수 항목에 추가해, 정부의 대출 자금을 믿고 사업을 진행한 이들을 고의적으로 탈락시킨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농식품부에선 이와 같은 상황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의 저리 융자를 통해 대출 계약을 마친 대상자와 사업을 완료한 피해 청년농업인들은 각각 계약불이행으로 계약 파기 및 법적 소송에 시달릴 위기에 놓였다.
상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3년차 농부 A씨는 청년농업인에서 제외된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A씨는 “2024년 청년농업인 대출 대상자로 선정돼 농식품부의 정부 보조금을 담보로 가을에 시설공사 업체와 사업을 진행했는데, 11월에 뜬금없이 예산 부족으로 대상자를 재선정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농식품부 측에서 사업 계약서와 계약 이체내역을 제출하라고 명시했는데, 대출은 받아야 하는 저로서는 이체내역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금계산서가 인정되지 못해(30점 감점) 탈락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농식품부가 늦어도 올해 1월에는 대출금이 나온다고 말을 믿고 공사 업체의 배려로 과수원 시설공사를 마쳤지만 정부 도움 없이 밀린 대금을 전부 갚을 수 없어 답답하다”며 “최근까지도 농식품부는 예산 소진으로 대상자 선정이 까다로워졌다는 핑계로 지침에 따라 선정했다는 대답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이외에 세금, 토지 계약 문제 등을 문제 삼아 대상자에서 추가로 탈락한 피해자들은 계약금 피해는 물론, 한 해 공사 일정마저 차질이 생기면서 앞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막막한 상태다.
●농식품부 “청년 영농인 지원 대출 대상자 추가 선정”... 예산 딜레마 여전
농식품부 청년농육정책팀 관계자는 “청년농의 대출 수요가 많아 농식품부는 올해 1조1000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기존 예산안 6000억 그대로 유지했다”며 “영농정착지원사업과 후계농경영인육성자금은 분리해서 적용하는 단계에서 대상자에서 제외된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상자에서 제외된 영농인이 400여명은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우선적으로 그분들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자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모임의 단체채팅방을 만든 B씨는 “애초에 선정 기준을 산정할 때부터 대출이 가능 인원을 구체적으로 선정해야 했다. 아직 2018년 신청 대상자 중에도 대출금을 받지 못한 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저는 과수원 토지매매로 3억8000만원을 설정해 공사를 앞두고 이런 일을 겪었다. 농식품부로부터 언제 추가 선정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의 계약금을 잃게 생겼다”고 분계했다.
그러면서 “청년 영농인 대상자 재선정 과정에서 약 80%가 제외된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새로운 지원 대상자를 뽑고 있는 상황이 정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2025년 농업‧농촌 및 관련 산업 분야에서의 청년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의 영농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부터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2023~2027년)’이 추진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8일부터 ‘2025년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 선발 1차 모집을 시작했다. 올해는 1차 모집에서 3,000명, 2차 모집에서 2,000명 등 총 5,000명의 청년농업인을 선발할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청년들의 영농 초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월 최대 11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농외근로 제한 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이미 운영 중인 청년 기업들의 추가적인 장비·시설을 지원하는 ‘기술창업자금’ 사업 개편과 39세 이하 청년이 대표인 창업 8년차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총 200억 원의 신규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공사 대금이 필요한 청년농들의 입장에서는 농식품부의 영농정착지원사업 사업의 확대가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 농해수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도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해야 도입하는데, 농식품부의 지침개정은 후계·청년농이 준비하기에 너무 촉박했다"라며, “농식품부는 사업 미선정된 피해 농업인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후반기 자금 활용 및 추가경정예산안 도입은 물론 당장에 하반기 예산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