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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보호지역 30%' UN에 약속했는데... 벌채·난개발에 엉망진창

보호지역 37%는 중복 지정, 서로 다른 기준 적용하는 법률만 10여개
가리왕산 곤돌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사업 본래 취지와 충돌
"정부, 1등급 보호지역 개발 묵인하는 걸 넘어 관리 주체로 직접 나서야"

 

국회에서 생물다양성 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부족했고, 결국 보호지역 관리의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2년 UN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설정한 생물다양성 보호 전략과 보호지역 관리의 실태는 낙제점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30x30’ 목표를 세웠지만 보호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관리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관리 주체의 분산도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 관리 주체는 환경부, 산림청, 문화유산청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일관된 정책이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호지역의 약 37%가 여러 부처에 의해 중복으로 지정돼 있으며, 보호지역 관련 법률이 10여 개에 달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9일 산과자연의친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비롯한 임호선 의원실, 전종덕 의원실 등과 함께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보호지역의 실태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 국내 보호지역 가운데 '경제림 육성 지역'과 겹치는 중첩지역 '서울시 1.2배'

 

발제에 나선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그린피스는 2011년 서울 사무소를 설립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에너지 전환 운동에 집중했지만 기후 변화와 인간의 과도한 개발 행위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붕괴가 심화됨에 따라서 최근 생물다양성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서두를 열었다.

 

최태영 캠페이너는 “국내 전체 보호지역 가운데 경제림 육성 지역과 겹치는 중첩 지역이 약 7만 4947㏊(약 750㎢)에 달한다. 서울시의 1.2배”라고 전했다. 산림청이 ‘산림자원법’으로 지정하는 경제림육성단지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목재와 임산물 생산을 목적으로 조성·관리하는 지역으로, 나무가 자라난 뒤 벌채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숲의 생물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지역 관할법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작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산에 케이블카를 만들면 오히려 자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며 “그리고 그 이후로 설악산과 지리산 등 많은 지역의 케이블카 건설이 추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보호지역뿐 아니라 보호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위험에 빠져 있다”고 했다. 또 “최상목 권한대행이 생태계 가치가 큰 1, 2등급 그린벨트도 이제 개발을 허용하겠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최 캠페이너는 “산림청은 민주지산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백두대간법’이 벌채를 허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 애초의 법 취지를 고려하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민주지산은 지난해 경제림육성단지에서 해제됐지만, 최근 강원도 정선의 산림자원보전구역이 다시 경제림으로 지정됐다”면서 법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림 지정 엇박자뿐 아니라 가리왕산 곤돌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등과 같은 개발사업이 보호지역 지정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대한민국 국토의 재설계, 토지 이용 규제 전면 혁신이라는 제목의 개정안을 소개하며 “상수원 보호구역 내 음식점, 수련원, 전기 설비 모노레일 설치 및 벌채 허용,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내 생태 탐방로 교육 시설 설치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백두대간 핵심 구역 케이블카 사역 열차 등 민간업자 단독 추진 허용 등의 내용들도 있다”며 “정부는 1등급 보호 지역에서의 개발을 묵인하는 걸 넘어서서 직접 나서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법적·제도적 기반 강화...주민, 땅 주인에게 혜택 돌아갈 수 있어야

 

이에 발표자들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여창 서울대학교 농림생명자원학부 명예교수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보호구역 관리 수준은 여전히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보호구역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예산 대부분이 철새 먹이주기에 사용되고 있는데, 그나마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보조금 3조원에 비하면 0.14%(43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 생물다양성보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도시, 농지, 산림, 갯벌, 해양 생태계 보전 전략을 연계하고, 유전자원 보호 및 서식지 관리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교수는 “사유지 혹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이용권이 보장된 지역에 대하여 보호지역을 설정할 경우에는 기존의 이용권의 제한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구비해 사회적 정의가 구현되도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현재 환경부에서 지정한 보호지역에 한하여 시행)를 다른 부처(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해양수산부, 국가유산청 등)에서도 시행하도록 확대하여 실시하도록 법제를 개선할 것 ▲임업/산촌 생물다양성지불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UCN(세계자연보전연맹) 등 보호지역 관리에 있어 국제적인 기준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며 “관리감독 강화와 더불어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호지역은 아니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인 ‘자연공존지역’(OECM)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주민이나 땅 주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원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보호지역이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어 보호지역의 양적 확대는 물론 효과적 보전,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호지역의 통합 관리를 위해서라도 생물다양성법을 기본법으로 전환하여 생물다양성협약 이행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호구역, 육상과 해역으로 구분해 단일 부처에서 관리해야

 

토론자로 참석한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비롯한 궤도, 무궤도 열차 및 공항, 항만 등의 건설이 가능하다”며 “국립공원이 엄격히 보전되면서도 지역 주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보호지역 지정 근거를 추가하고, 해당 지역 지자체 및 주민에게경제적 보상을 대폭 확대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인된 사업은 환경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해당 기초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 “승인된 사업은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행하여야 하며, 환경부장관은 해당 사업의 환경 영향 검토 결과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제안을 제시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국가 보호지역 확대 로드맵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처 간 OECM 용어 정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부터 지적된 해결 과제들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계획만 언급하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주요 방안들은 단순한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철 사무귝장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은 10년마다 타당성 검토를 시행하고 ‘해제 적합성 평가’ 결과에 따라 해제가 결정됨. 최근 3차 타당성 검토 결과, 실제 해제 면적은 36.2㎢로 해제 적합성 평가 결과인 2㎢보다 18배나 많았다”며 “이는 지자체와의 공익사업을 빌미로 한 ‘상호 교환’ 결과인데, 지자체는 개발 사업 부지 해제를 조건으로 더 넓은 토지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호 교환’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 규정으로 국립공원 해제 민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호구역을 육상과 해역으로 구분해 단일 부처에서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방안도 제시됐다.

 

최중기 인하대학교 해양학과 명예교수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서식지 관리 체계에 핵심구역, 준보전지역, 완충지역 등의 위계관리가 전 보호구역에 지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립공원 인근이나 경관보호구역 인접지역에 대형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생물다양성 보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호구역내 소유주나 지자체 등 에게는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검토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보호구역 30%/30% 확대를 위한 범 부처간 특별위원회 설치와 이에 따른 사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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