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한 달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기가 찬다. 그들은 “직원 명단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대상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는 초법적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소속 직원의 이름과 직책, 직급, 소속부서 등이 담긴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1·2심에 이어 지난 2월 13일,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 대상 정보’라는 확정판결이 나온 것이다.
행정소송법상 대통령실은 확정판결 취지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달 넘게 대답이 없다. 이에 뉴스타파와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직원 명단을 ‘불법 은폐’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하 대통령실)을 지난 20일 고소·고발했다. 대통령실은 나흘이 지난 24일까지도 직원 명단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대통령실은 자기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보공개법에 처벌 조항이 없으니 판결을 무시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고 분노했다.
이은미 참여연대 공익제보 팀장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과 이후 직무유기 고소·고발 이후에도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다”며 “손해배상 등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고 있고 앞으로 추가 대응도 고려 중이다”고 답했다.
◆합리적인 의문- ①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왜 은폐하려고 하는가?
대통령비서실이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 지 따져 보자. 우선, 공무원이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발생한 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은 형법상 ‘직무유기’에 가깝다.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뉴스타파 측을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는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대통령비서실장은 본래 직원 명단을 비공개한 것에 대한 재처분 의무를 부담한다. 명백하게 법령상 작위 의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의식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대통령비서실은 2022년 8월 11일자 이후의 직원 명단이 모두 공개돼야 하는데, 대통령비서실은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늘었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3월 14일 부분공개를 결정했다. 자의적으로 비서관급 이상 53명(국가안보실 포함 64명)만 추려 이름과 직책만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전체 직원이 443명임을 계산해 보면, 대통령실은 비서관급 이상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370~390명의 직원을 비공개한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얼마 전까지 이름이 공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비공개 전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친인척과 지인의 아들, 검찰 수사관의 아들 등을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또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의 직원과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도 채용해 소위 ‘사적 채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모두 ‘비서관급 미만’ 직급으로 임용된 경우다.
강성국 활동가는 “전체 직원 명단을 보고 누가 어디 부서에 있는지 등을 살펴서 대통령실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잡음의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체 명단을 다 공개하라고 요구한 건데, 이미 공개된 비서관급 이상 직원만 알려준다면 정보공개청구를 무엇 때문에 하느냐”고 지적했다.

◆합리적인 의문: ②공무원 정보 감추려고 대통령실지정물 등록?
대통령실은 이번에 부분 공개를 결정하면서 전체 직원 명단을 줄 수 없는 변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작성한 정보공개답변서에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대상으로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공개가 어렵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특별히 보호기간을 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예외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보호기간 동안 열람이나 사본제작·자료제출 등이 제한된다. 보호기간은 기본 15년 이내 범위에서 정할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도 가능하다.
최용문 변호사는 “여러 정보공개 사건을 해봤지만, 확정판결이 난 다음에도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아마도 대통령실 직원 명단에 공개되면 안 될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상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대통령 임기 말에 이뤄지는데, 대통령기록관으로 기록물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지정 절차를 밟는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대통령실의 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실의 주장은 이미 법원에서도 기각됐다.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대통령실 공직감찰반 운영규정 등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 예정”이라는 비공개 근거를 댔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운영규정을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당시 소송을 진행한 최용문 변호사는 “직원 명단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정기록물 절차 중이어서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앞선 판례에서 보듯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만 정지돼 있을 뿐, 임기는 유지되고 있다. 임기가 종료되려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부분 공개’를 결정한 지난 14일은 직원 명단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호가 가능하지도 않은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직원 명단은 법령에서 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요건에도 부합하지도 않는다. 대통령기록물법 17조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기록물의 유형들을 명시하고 있다.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과 무역거래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개인 사생활 관련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생명·신체·재산·명예의 침해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다.

◆합리적인 의문: ③만약 尹 파면으로 대통령실기록물 지정땐 열람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통령실에서 생산한 기록물은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다. 이 경우 직원 명단을 받으려면 대통령기록관에 새로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한다. 직원 명단이 없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만약 직원 명단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정기록물로서 보호기간이 시작된다. 보호기간 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접수한 문서 전부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대통령기록관에 넘겼다. 이에 송기호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에 해당 문서 목록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호 중이라며 거부했고, 송 변호사는 그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8년 1심에서 재판부는 “세월호 문서 목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하다. 보호기간이 지정된 지정기록물에 해당함을 증명하지 않았다”고 판시했지만, 이듬해 2심(서울고등법원)은 정보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당시 서울고법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이상 공개될 수 없고, 법원도 해당 자료를 제출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이에 상고한 송 변호사는 약 5년이 흐른 지난 1월,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마음대로 지정할 수 없으며, 지정기록물이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맞게 지정됐는지도 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는 게 판결 요지였다. 또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행위의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효력을 취소할 수 있다고도 판시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도 공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더라도 법원 판결을 통해 봉인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소·고발을 진행 중인 3개 단체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은 직권을 남용해 청구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대통령비서실에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고소·고발해 책임을 묻고, 대통령실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대통령실이 대통령 개인의 ‘사적 놀이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마저 투명하게 공개 못 할 정도로 비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되는 일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