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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 사회과·지자체 협력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 AI 시대, 인간의 경제 기본권을 위한 학교 경제교육의 필요성

지난 2월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등 미국의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의 관련주가 급락한 소식이 이슈가 됐다. AI가 처음 등장하던 당시는 자동화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했지만, 과연 위협받는 것이 일자리뿐일까?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의 주체적 생각과 판단을 AI에게 떠넘기는 과도한 이양은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자본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현시대에 경제적 기본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생활 깊숙이 파고들 미래 AI시대에 한 개인이 경제적 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본권'을 분명하게 이해 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은 아직 충분히 이루 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교원의 인식과 경제교육의 현실

 

한국교총과 한국경제인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30대 초·중·고 교사 1,021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활성화 교원 인식조사(2025년 1월 10일)’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84%의 교사가 학교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에서 경제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14%에 불과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51%의 교사가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경제교육 이 중요하다는 공통적 인식과 달리 학생들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 경제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사들은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이론 중 심의 교육으로 실생활과의 연관성 부족’(28%)을 꼽았다. 이는 학생들이 실제 삶에서 필요로 하는 경제 지식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으로 인해 경제교육이 소홀하게 다뤄진다’(27%)는 응답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경제 교육이 대학입시에 직접 연관되지 않음으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후 순위로 밀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경제교육에 필요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18%, ‘경제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교사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17%로 나타나, 경제교육의 내용적·인적자원 모두 부족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은 ▲ 경제교육이 이론적 지식 전달에 그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실천적 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제도적·환경적 한계로 인해 경제교육의 지속성과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학교 경제교육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일본의 사회과 중심 금융경제교육 사례

 

그렇다면 일본의 경제교육 사례는 어떠할까?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금융 청산하 ‘금융경제교육연구회’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학교 내 금융경제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주목할 만한 점은 사회과 교육을 중심으로 금융경제교육을 체계화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2017년에 개정되어 신설된 고등학교 사회과 '공공' 교과에서 금융 상품의 리스크와 리턴, 자산관리, 금융소비자 권리와 의무 등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초등학교에서도 경제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5학년 사회과에서는 ‘가격과 비용’이라는 주제를 통해 생산, 수송,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가격의 관계를 탐구한다. 학생들은 실제 지역시장을 조사하여 ‘왜 같은 사과인데 가격이 다른가?’를 조사하면서, 유통, 생산비, 세금, 노동 비용 등을 탐색하게 된다 .

 

또한 소비자 교육의 일환으로 악질 상거래, 계약의 기본을 배우는 수업도 진행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계약서 작성법, 소비자 권리, 불공정 거래 대처법 등을 배우며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또 기업과 연계하여 투자와 회사의 역 할에 대해 게임을 통해 학습하며 실제 투자 전문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일본이 강점을 보이는 것은 현장 중심의 구체적 수업 사례 개발과 교과 통합적 접근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수업에서는 은행 이자 계산을 실제사례로 다루고 학생들이 가계 수입과 지출 계획을 세우는 활동을 통해 금융의 기본을 이해하도록 지도한다. 한 사례로, 학생들은 가상의 월급을 설정한 후 세금, 저축, 소비, 보험 등을 고려하여 가계 예산을 설계하는 활동을 수행했다 . 또 다른 예시로, 고등학교 수학 수업에서는 복리 계산과 자산 운용을 실제 금융 상품과 연결해 배우고 있으며, 복리의 원리를 단순히 수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장기 투자시 얼마만큼 자산이 불어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며 학습한다. 이와 같은 사례 들은 경제교육이 학생들의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쓰레기봉투 직접 만들어 판매

 

필자는 2024년 12월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열린 초등학교-기업 연계 경제교육 수업 실천 발표회에 참석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100명의 교사와 연구원, 학부모, 기업인, 학생 등이 참여했으며, ‘쓰레기봉투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본 사니팩 주식회사(본사: 도쿄 도시부야구, 대표이사 사장: 이노우에 미츠하루, 이하 ‘사니팩’)는 시부야구 린센(ሪᯰ)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디자인한 환경 배려형 쓰레기봉투 ‘nocoo 노쿠’를, 드럭스토어 ‘드럭파파 스’ 히로오점을 포함한 시부야구 내 일부 드럭스토어와 슈퍼마켓에서 2024 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일본 사니팩 주식회사는 2023년부터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린센초등학교 5학년 두 개 학급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 문제를 나의 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디자인으로 우리의 생각을 전하자’라는 주제의 교외 특별 수업을 실시했다. 약 1여 년 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환경 문제를 자발적으로 인식하고 기업의 관점에서 실천 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사니팩은 아이들의 창의적 표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손에 들게 되는 계기’와 ‘버릴 때의 메시지’라는 두 가지 디자인 주제를 제시했는데, 학생들은 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룹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완성된 디자인 중 일부는 사니팩 직원이 선정한 ‘사니팩 직원상’과 학교 교장이 선정한 ‘교장상’으로 뽑혀 실제 제품에 인쇄됐다. 또한 쓰레기 봉투의 메인 디자인은 전교생의 개인 작품 중에서 선정된 ‘사장상’ 수상자의 디자인이 중앙에 크게 인쇄됐고, 그 주변을 같은 학급 학생들의 디자인으로 둘러싸는 형태로 구성됐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술 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사회와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다. 또한 실제 디자인 기획, 마케팅 등 경제금융교 육 차원에서 기업,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적 학습을 실현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 다.

 

이외에도 도쿄 시부야구에서는 지역 내 금융기관과 IT 기업이 초등학교 및 중학교와 연계해 금융경제교육을 실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추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에 참여해 아이들의 경제적 이해와 금융 리터 러시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교과서 중심의 이론 수업에서 벗어나 실습 중심의 체험형 수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실제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학교에 직접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저축, 대출, 투자, 보험과 같은 핵심 금융 개념을 학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금융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개념을 실제 생활과 연결 지으며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학교 금융경제교육은 지역 경 제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점, 기업, 서비스 등을 직접 조사하고, 그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분석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팀을 구성하여 가상의 가게를 기획하고 운영해 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상품 가격을 설정하고,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며, 세금 납부와 소비자 보호의 개념까지 체험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이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활동은 학생들에게 돈의 흐름과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을 길러 준다.

 

◇AI 시대에 경제적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초등학교 경제교육의 방향

 

AI 시대의 경제교육은 단순한 경제학 원리를 넘어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적 권리와 책임, 불평등 문제에 대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대응, 복잡한 금융 시스템 속 개인 권리 보호 등으로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부터 경제적 시민성을 기르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왜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가?’, ‘AI 시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같은 주제로 노동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하는 수업, ‘나의 첫 계약서 쓰기’, ‘공정한 거래란 무엇인가?’ 등 권리 중심 소비자 교육을 통하여 경제적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보다 확대된 개념으로서의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용돈으로 투자하기’, ‘장난감 시장 만들기’와 같은 시장 경제와 금융의 체험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서 소극적 차원의 권리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적극적 차원의 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경제를 아는 시민’을 길러내는 초등학교 교육을 위해서는 사회과 교과에서 더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과 교육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한 지역, 국가, 세계 공동체에서 어떠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것인가의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교육 또한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기술이자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핵심 능력이라 볼 수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신하는 세상에서도 인간이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는 경제 적 기본권이 필요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보다 적극적 차원의 경제교육이 절실하다.

 

이제 한국 교육도 경제적 권리를 아는 시민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공정한 사회를 위한 경제적 책임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사회과 교육의 재구성, 교과 간 협력, 교사의 역량 강화, 학생 중심의 체험적 수업이라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AI 시대에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와 권리를 알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출발점이 초등학교의 경제 교육이어야 한다.

 

◇일본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

 

일본의 경제교육 사례는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회과 등 교과 중심의 통합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일본은 사회과를 중심으로 경제교육을 체계화했으며, 특히 사회과에서 경제, 정치, 법, 윤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 역시 사회과에서 경제적 시민성, 금융소비자 권리, 공정한 경제생활 등을 포괄하는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둘째, 초등학교부터 체계적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일본은 초등학교에서 가격, 비용, 소비, 계약 등 기초적 경제 개념을 실생활 중심으로 가르친다. 한국도 단순 용돈 관리를 넘어 소비자 권리, 합리적 소비, 노동과 대가의 의미, 사회적 경제, 투자 등을 초등학교부터 다루어야 한다.

 

셋째, 지역, 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확장과 교사의 전문성 개발이 중요하다. 앞서 시부야구 사례에서 제시하였듯 지자체와 기업, 학교가 실질적 연계를 이루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는 금융청, FP 협회, 증권협회 등이 연합하여 교사 연수를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경제교육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교사를 위한 실천적 연수, 수업사례 공유, 민관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글 - 현재균 교육학박사(쓰쿠바대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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