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H20의 중국 수출을 무기한 제한하면서,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약 7조6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H20 칩이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안보 우려로 인해 지난 9일 수출 제한 통보를 받았으며, 14일에는 이 조치가 "무기한 유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의 AI 및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부터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해왔다. 이번 H20 칩 수출 제한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강도 높은 조치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H20 칩이 자사 제품 중 중국에서 가장 진보된 모델로, AI 추론(사용자 응답 단계) 성능 면에서 글로벌 수준과 견줄 만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미 정부는 H20에 대해 메모리 칩과의 고속 연결 기능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슈퍼컴퓨터 활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
실제 중국의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이 H20 칩을 채택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제한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진보연구소(Institute for Progress)’는 “H20 칩이 이미 대형 AI 모델 학습용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수출 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55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H20 관련 재고, 구매 계약, 관련 비용 충당금 등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6% 하락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최근 대만 TSMC 등과 협력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서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및 AI 산업의 자립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조업 회귀 기조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