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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화는 인수, HD현대는 협업”… ‘K-조선 투톱’에 윙크하는 트럼프

트럼프 행정명령·의회 법안이 여는 ‘1600조 조선 프로젝트’
“한국 없이 어렵다”… 美조선재건 핵심파트너 부상한 K-조선
해양패권 주도권 전세 역전 가능성...새 정부 확실한 성장동력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조선업 부흥 의지를 밝히며, 수십 년간 침체를 겪어온 미국 조선업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다. 미국과 가깝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라며 한국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조선업을 양국 간 협력 분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해군력 증강이라는 안보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K-조선'에 대한 러브콜은 세계 조선업에서 중국과 견줄 수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한국이 주도권을 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해군 전력은 중국에 이미 역전당한 상태다. 2000년 기준 미국 해군 함정 수는 318척으로 중국(110척)의 3배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중국은 370척을 보유해 295척의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 조선업의 수익성 저하와 숙련 인력 부족 등이 누적된 결과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미국 의회도 입법을 통해 조선업 부흥을 지원하고 있다. 공화당의 마이크 리·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지난 2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이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및 부품 건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번스-톨리프슨법 개정을 통해 향후 30년간 총 1조750억 달러(약 1600조 원)에 달하는 조선 수주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군수 조선 계약을 넘어, 세계 조선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 퍼시픽포럼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미국이 주목하는 협력 후보로 지목했다. 두 회사는 이미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선박 수주 실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으며, 방산 분야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미국 정부 및 군 당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기업은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파트너십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앞두고 양사가 추진 중인 해외 진출 전략을 살펴본다.

 

◇ 필리조선소 이어 오스탈까지… 한화오션, 美 해양 인프라 구축 ‘올인’

 

한화오션이 세계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 차세대 조선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조선강국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디젤 기반 함정에서 벗어나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해양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조선소 인수 및 국방 협력까지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미국과 같은 주요 시장에 조선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행보다.

 

 

한화오션은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현지 조선 생산기지 확보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생산성과 기술력이 낮은 상태인 현지 조선소에 K-조선의 DNA를 이식해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외에도 추가 투자 및 조선소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 내 조선소를 운영 중인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의 지분 9.9%를 인수하는 데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의 거점으로, 오스탈의 앨라배마 및 캘리포니아 조선소는 군함 건조 및 수리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 관세 및 리쇼어링 정책은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화 전략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은 '존스법'과 '반스 톨레프슨 법' 등으로 자국 건조 선박만이 미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군함 건조 역시 미국 조선소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맹국에 대한 예외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미 의회에 발의된 '선박법'은 미국 상선을 250척까지 확대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동맹국이 건조한 선박도 포함할 수 있게 하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우방국에서의 조선 물량 구매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한국 조선업체 특히 미국 내 조선 인프라를 갖춘 한화오션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함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변경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최대 해운사 하팍로이드는 최근 중국 대신 한화오션에 선박 건조를 맡겼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잠수함 및 수상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현지 에이전시와 협력하고, 각국의 요구사항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직진출 대신 기술 협업”… HD현대중공업, 美 방산 조선업과 ‘윈윈 동맹’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시장 진출 전략으로 ‘직 진출’ 대신 ‘현지 협업’을 택했다. 고숙련 인력 부족과 열악한 공급망, 대규모 투자 부담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이하 HI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해군 조선 생태계의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HII는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중 6척을 수주한 조선 강자지만, 생산성은 연간 1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 및 공정 자동화, 로봇, AI 기반 생산 관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30~50% 이상 끌어올리는 데 협력할 계획이다.

 

더불어 HII에 생산 인력을 파견하고, 기자재 공급망의 현지 재구축, 디지털 조선소 전환 등을 함께 추진하며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의 방산 기자재 전문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Fairbanks Morse Defense, FMD)와도 손을 잡았다. 지난 4월 초, 양사는 ‘함정 분야 공급망 및 수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FMD는 100년 역사를 지닌 미국 내 대표 방산 기자재 업체로, 미 해군과 해양수송사령부 등에 엔진과 발전기, 함정용 선장품 등을 공급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FMD를 미국 내 함정 건조 및 정비에 필요한 기자재 공급처로 활용함으로써, 한미 방산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중심의 공급망 복원’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어 향후 다양한 미 방산 프로젝트 수주 시 우위를 점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는 단순한 함정 건조 협력을 넘어, 미국 조선 생태계 전체의 업그레이드를 이끄는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자국 내 조선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력 양성과 기자재 업체들의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으며 이를 위해 "미국 조선 산업의 자동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미국 진출이 한미 양국의 해군 전략 및 조선 산업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 벤스 네메스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참여는 미 해군 함정 가용성을 높이고, 해양 패권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곧 한국의 안보 강화와 직결되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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