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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동산 부조리, 그 첫 번째 ‘권리금’

부동산 부조리는 많다. 아파트 프리미엄, 상가 프리미엄, 게다가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권리금까지. 특히 이 권리금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창업하기 두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권리금 자체가 임차인들 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억지로 주고 받아야 하는 잘못된 상관행인데 최근에는 이를 빌미로 권리금을 떼먹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권리금이라는 사기성 프리미엄을 법적인 권리로 보장해줘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권리금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권리금을 떼이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영업가치에 대한 보호를 그 논거로 제시하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권리금이 정말로 영업가치라고 한다면 그 권리금에 상응하는 영업수익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인정하는 영업가치는 영업권의 양·수도를 통해 단골고객이나 매출까지 고려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거래되는 반면, 국내의 권리금은 이러한 성격이 아니고 점포 거래 관행상 전 임차인과 후 임차인 간에 주고 받는 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격 불명의 권리금을 떼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 뒤 프렌치 레스토랑이 밀집해있는 가로수길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다니는 홍대입구에서 이러한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입지가 좋고 유동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턱없이 비싼 권리금을 요구했지만 임차인들이 들어가서 장사를 해보니 손님도 없고 장사도 안 되고 장사를 접으려고 보니 다른 임차인들이 나서지 않아서 권리금을 받을 길도 없다는데 있다. 게다가 건물주가 바뀌면서 명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홍대 앞에서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린 소상공인들은 임차하면서 준 권리금의 절반 정도를 떼일 상황에 놓여져 있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더 큰 미움을 사고 있다. 임대인으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하거나 건물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는 등 이중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이 돈을 떼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보여준다. 부조리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법적인 판단에서 조차도 옳고 그름보다는 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회적인 부조리는 우리 사회의 아픔이다.


권리금은 보증금과 달리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아니다. 또한 보증금과 월세는 건물주나 임대인에게 주는 반면 권리금은 전임차인에게 주고 다음 임차인에게 부풀려 받는 게 상관행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리금을 떼이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권리금의 발생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입법이 더욱 조심스러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❶ 왜 권리금을 꼭 줘야 할까?


우리나라의 점포 임대차 계약에서 권리금을 주는 경우가 90% 이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권리금은 점포 임대차 계약을 할 때에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응해주는 관행이다. 우리나라의 권리금 관행의 특징은 임차인들 간의 거래라는 점이다. 전 임차인이 후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돈이다. 가게가 빈 경우에는 바닥권리금이란 것을 챙기기도 한다. 권리금을 주지 않으면 점포 거래를 할 수 없다. 권리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부동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모씨는 홍대 근처에 작은 샌드위치 가게를 하나 열어볼까 하고 근처의 창업 부동산을 찾았다. 그러나 상담을 받고 나서 바로 발길을 돌렸다. 그 이유는 보증금보다 갑절 이상의 권리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3~4평(9.9㎡~13.2㎡)정도의 작은 매장이라도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00~300만 원을 요구한다. 이것도 버거운데 여기에 권리금 1억 원 이상을 얹어주는 게 기본이란다. 그렇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망해나갈 수도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손님들도 많지 않다.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그 유동 인구가 모두 손님이 되지는 않는다. 기획부동산들이 내세우는 입지여건이니 유동인구니 하는 것은 다 무용지물의 뻥치는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김 씨가 부동산 컨설턴트에게 물었다. “빚 내서 권리금 1억 원 주고 들어가서 망해 나오면 어쩌죠? 권리금을 떼일 수도 있나요?” 부동산 컨설턴트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매우 무책임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요.” 권리금은 임대보증금과 달리 떼일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권리금을 떼인 상인들 사례를 보자면 종로 상권에 위치한 중화요리집 신신원은 지난 1995년부터 현재까지 19년 간 영업을 해오면서 ‘맛있는’ 중화 요리집으로 평판이 나 있었고 나름대로 ‘달인’이라는 말도 들었다. 권리금은 현재 시세로 약 2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임대인이 임대료를 현재 320만 원에서 650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면서 권리금을 통째로 빼앗기게 됐다.


또 다른 사례는 홍대 주차장 골목 상권에 위치한 곱창포차이다. 곱창포차 최병열 사장은 25년 간 곱창 요리를 판매해왔으며 지난 2011년부터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곱창포차’를 운영했다. 최 사장은 바닥 권리금, 인테리어 등의 시설권리금을 포함해서 약 6억 원을 투자했는데 개업한지 2년도 안되어서 건물주가 바뀌었다. 현행법상 3억 원이 기준인 환산보증금 4억 원을 초과하는 가게여서 갱신계약의 대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서 투자한 6억 원 중 3억 원을 떼이게 됐다. 상가건물의 가격은 약 24억 원인데, 상가건물주는 이 돈을 모두 ‘대출’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홍대 주변에 3개의 가게를 더 가지고 있다.


권리금을 떼이는 상인들은 임대인과의 마찰과정에서 지쳐서 “몸도 아프고 장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예전 같으면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릴 주말 저녁시간에도 홍대 근처 식당들은 한산했다.

 

❷ 권리금 보호 입법해야 할까?


최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권리금의 보호에 관한 문제가 임대료 인상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가지는 문제”라며 권리금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입법안을 발의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임차보증금과 동등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액수의 권리금을 지급하면서 점포를 임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전무한 실정이고 조사(2009년) 결과 세입자 936명 중 권리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가 6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그 이유이다.


특히 상가 임차인의 노력을 통해 일정한 영업권을 확보하여 권리금을 받고 상가를 처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임대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상가 임차인을 명도한 이후 다시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인이 권리금을 수수하는 등의 권리금 약탈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보호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는 없다는 설명이다.

 

민의원은 권리금 보호를 통해 권리금 액수를 계약서상에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권리금으로 표상되는 영업이익이 임대인에게 부당하게 귀속되는 경우 임차인이 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에 대한 이익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문제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리금이 그동안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아닐 뿐만 아니라 권리금의 책정도 비합리적으로 부르는 값으로 매겨져 왔다는 점에서 잘못된 상관행을 고착시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권리금의 귀속이 임대인에게 이뤄지면 문제가 되고, 반면에 전 임차인에게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그동안의 소상공인들의 잘못된 상관행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❸ 권리금은 영업권과 무관하다


권리금은 대표적인 부동산 부조리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입지가 어떻고 유동인구가 어떻고 하면서 임차인들에게 장사가 잘 될 거라는 식으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장사가 안 되더라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더라도 그 많은 유동인구가 모두 단골고객이 되거나 가게의 매출을 올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획부동산들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 그리고 건물주나 임대인들은 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이러한 기만적인 술책을 펼쳐가면서 임차인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권리금을 폐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의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받아 가지고 나갔기 때문에 현재의 임차인들은 그만큼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전 임차인들을 찾아내서 권리금을 돌려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문제 많은 권리금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권리금을 유·무형의 영업가치이며 일본, 영국, 프랑스에서는 영업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권리금과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권리금과 전혀 다른 영업가치의 보장이다.


영업가치와 무관한 권리금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권리금이 영업가치의 보장이라고 한다면 소상공인들이 손해 볼 것은 없다. 예컨대 3억 원의 권리금을 낸 소상공인이 영업권과 함께 단골고객들과 어느 정도 수준의 매출을 보장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영업의 이익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권리금이 영업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3억 원의 권리금을 고스란히 떼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 동안의 시설비용과 운영비용 때문에 더 많은 빚을 지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권리금을 많이 냈다고 해서 그만큼 장사가 잘 되고 매출이 많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장사가 잘 되건 안 되건 투자한 권리금은 손해보고 나가지 않으려면 다음에 들어오는 임차인들에게 그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만 사기라고 주장하는 게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전 임차인이 나중에 들어오는 임차인들에게 손해 본 자기부담을 전가할 수 없을 때에만 사기라는 것은 소상공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보여준다. 임차인들 간 부담 전가 자체가 부당한 관행이라는 점을 소상공인들은 깨우치지 못한다. 따라서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금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관행이며 영업권과는 다른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이충훈 인천대 법과대학 학장은 “과거 일본 패망 직후 경제가 어려웠던 때 권리금을 수수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권리금을 수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예외적으로만 인정하면서 단기간 존재하다가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서의 영업권은 물권적 권리이므로 배타성과 대항력을 갖는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권리금은 채권적 권리이므로 돈을 준 사람, 전 임차인에게만 요구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❹ 외국의 영업보상과 임차인 보호


영국에서는 영업보상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점포임차인을 보호한다.  “어떤 사람이 몇 년 동안 자신의 영업을 위해서 단골손님을 만들었다면, 점포의 위치는 임차인에게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다. 만약 그 임차인이 영업을 이전해야 한다면 영업의 장소인 건물을 상실하는 것 이상을 상실하게 되며, 상당한 고객도 잃게 된다.

 

영업을 시작하면서 임차인은 점포를 영업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서 비용을 지출한다. 이러한 요소는 임대차가 종료하면 임차인이 자신의 점포를 이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임대인은 공개시장에서 새로운 임차인에게 임대를 해 주는 경우보다 갱신을 해주면서 기존의 임차인에게 더 높은 차임을 부과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는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영업권 가치를 보상해줘야만 한다. 이 때 보상기준은 일년치 과세표준액이다.


영국의 1927년 임대차법에서는 임차인이 5년 이상 건물을 점유하고 이익이 발생하여 임대차의 종료에 따라 임대인이 보다 높은 차임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였다. 또한 임차인은 그러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새로운 임대차의 설정을 요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5년 미만의 건물임대차의 경우에는 영업권의 손실에 대한 보상이나 새로운 임대차의 설정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1954년 임대차법에서는 이러한 영업권의 보상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었고, 다만 임차인에게 신임대차 관계가 설정되지 않게 되는 경우 퇴거보상이 인정된다.


프랑스에서는 임대차 계약 체결 시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료 외에 금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1개월 또는 수개월의 차임을 선불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차임의 선불로서의 성질과 기득권 가격의 보상이라는 견해가 혼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권리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국내 전문가의 해석이다.


독일의 임대차에는 권리금을 수수하는 관행을 찾아볼 수 없다.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은 계약상의 부수 의무로 보증금과 임대료의 선불 또는 건축비 보조금에 대하여 약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주거용 건물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영업용 건물의 경우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고 있다.

 

건물과 임대공간의 시설이 계약상 임차인에게 영향을 줄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에만 임차인이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임차인의 시설물 매수청구권에 관하여는 필요비의 규정은 있으나, 유익비의 규정은 없고 부속물 매수청구의 규정도 없으므로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이나 시설비가 특별히 보호되지 않는다는 게 국내 전문가의 해석이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첫째,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인가, 전 임차인과 후 임차인 간의 계약인가에 달려있다. 외국은 전자인 반면 우리나라는 후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반환청구가 가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전 임차인과 후임차인 간의 계약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반환청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임차인 보호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임차인들이 투자한 비용에 대한 퇴거보상도 인정받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이 9년, 영국은 15년인 반면 우리나라 법에서는 5년 간의 갱신청구권이 인정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종전에 환산보증금 3억 원 이하의 경우에만 적용되어 3억 원이 넘는 상가에 대하여는 5년 간의 갱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 지난 2013년 8월, 5년간의 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3억 원 제한이 없어져 개혁입법이 되었지만 임차인 보호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소상공인 보호도 해야 하고 잘못된 상관행도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권리금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국토부나 법무부와 같은 관련부처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 내 관련부서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❺ 소상공인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권리금 프리미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이다. 이제는 권리금 약탈 피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 권리금 역시 입지 요건에 따라 프리미엄을 붙이는 토건자본의 탐욕의 결과물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소상공인들은 임차인들 간 주고 받는 정체불명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권리금은 이대로 보호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권리금 법제화와 관련해 권리금보호에서 영업보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권리금이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영업보호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보증금의 여러 배가 되는 권리금을 주고 받으면서 권리금을 껑충 뛰게 해놓고 나중에 권리금의 전부나 일부를 떼먹는 권리금 약탈 피해 문제에 대한 구제방법의 일환으로 권리금의 법적인 보호문제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점은 소상공인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건물주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건물주나 임대인에게도 책임은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영업가치의 보호와 영업가치에서 비롯된 토지와 건물의 지가 상승에 대한 수혜의 대가를 인정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상관행과는 전혀 다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경우 매출액을 기준으로 영업가치에 대한 금전적 보상의 기준을 정한다.


이러한 권리금 피해를 방지하고자 소상공인진흥원에서는 보험을 통해 권리금을 보호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많은 권리금 문제를 보험으로 막는다면서 또 다른 금융사고가 촉발될 것이 뻔하다. 이에 이충훈 인천대 법과대학 학장은 “권리금이 3억 원이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월납 보험료 자체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한 금융사고와 같은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험이라는 것은 금융사의 수익이 되는 돈인데 금융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라고 설명했다.

 

❻ “10년 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이 학장은 “법적 근거 없는 권리금은 보호받을 수 없다”며 이를 양성화하면 사회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탈루 세금을 법적으로 조장한다는 것도 비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에는 보증금과 월세만 기재하고 권리금은 기재하지 않는다. 권리금은 허공에 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과세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 임차인의 손실을 메워주거나 장사를 정리하면서 그만큼 이익을 챙겨가게 하는 돈이다. 인정을 베푼다는 것으로도 이러한 비합리적인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장사가 잘 되는데도 임대인이 명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 옳다. 모든 점포 임대차 계약에서 권리금을 주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고 임차인들 간 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 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명도를 요구할 때에만 보상적 성격에서 권리금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면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이 학장의 설명이다.


권리금은 전 임차인에게 주는 돈이지만 권리금이 커지면 보증금과 월세도 오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임대인에게도 이익이 되어 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획부동산에서 바닥권리금을 챙기기도 한다. 바닥권리금이란 장사가 안 되어 전 임차인이 떠나고 비어있는 가게에 후 임차인이 들어갈 때 주는 돈인데 권리금이 영업권이라고 한다면 바닥권리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권리금은 선진국들이 보호하는 영업가치와는 달리 거품경제에서 촉발된 허구성이 농후한 돈이다. 권리금은 영업가치라기 보다는 잘못된 부동산 거래 관행이다. 이 학장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문제에 대해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원래는 권리금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권리금을 떼이는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약 10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의식 변화를 유도하면서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권리금을 법적으로 제한해서 그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다가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❼ 부동산 부조리 근절해야 한다


권리금 문제를 다루면서 권리금을 떼먹은 피해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권리금을 떼먹는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권리금 자체가 문제라는 점에 문제의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권리금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정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장소적 이익의 대가로 출발한 권리금은 보증금의 50%에서 최고는 200%까지 붙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현재의 권리금은 장소적 이익뿐만 아니라 영업적 이익, 시설비에 대한 대가, 임차권의 보장에 대한 대가 등의 복합적 이익의 대가로 치부되고 있지만 도대체 뭣 때문에 권리금 액수가 정해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게다가 고액의 투기성 권리금에 대한 아무런 제한도 없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 와서 권리금을 떼이는 피해에 관심을 가져줄지 의문이다. 소상공인이 망해서 거리로 나앉아도, 생계비가 부족해 밥을 굶어도, 빚 때문에 생목슴을 버리고 싶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법에 호소하면 법에 의해 더 크게 당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의 현실이라는 점에서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민병두 의원의 발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 약자인 서민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려주려면 권리금을 떼이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권리금의 발생 자체가 문제라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합리적 근거도 없는 권리금의 투기성, 사기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동산 부조리의 술책에 더 이상 놀아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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