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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래 주거문화 어떻게 만들까

옛날에는 집 한 채만 있으면 평생 사는데 불편이 없었다. 그런데 사회가 변화하면서 주거문화 자체가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 게다가 외국에는 없는 한국형 전세제도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월세라는 것이 최근 현대인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거에는 집주인들이 집을 증축하면서 빚을 낸 것을 갚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한 층씩 전세를 주면 돈이 융통이 됐다. 당장 급한 빚을 갚고 이자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래서 기존의 세입자가 이사 나가고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서 그 빈 곳을 채워주면 그뿐이었다. 그러한 전세문화는 세입자 입장에서 이 집 저 집 이사 다니면서 전세보증금을 키워 목돈을 만들고 나중에 그 목돈으로 자기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보증금이 집값만큼 치솟고 저소득층은 전세를 구할 수 없을 만큼 전세보증금이 중산층의 전유물이 됐다. 예전에는 집값 마련이 어려웠다면 이제는 전세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생활비 항목이 다양해지면서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푼돈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주택시장매매 침체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통해 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전반의 변화는 노인 소득 보장을 위해 민간임대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머문다. 이제 세입자들은 매월 내는 월세 때문에 목돈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고 내 집 마련은 먼 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 생애최초주택자금 대출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예전의 평화롭고 풍족한 인심이 떠난 빈 곳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임대차시장의 문제점


국토연구원 박천규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과거 10년간 수도권 연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4.3%였지만 최근 5년간은 5.5%였다”면서 “지난해에도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6.2%였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고공 행진하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2·26 대책에 일부 포함된 것처럼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위한 세제혜택을 더 주고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 사이드에서 전세 물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연구위원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 완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등록임대사업자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산정 시 임대소득 금액 및 일반재산에서 사회보장비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이 되어 있으면 임대수익이 1원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회보장비용이 부과되어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가 난다. 임대사업의 속성상 임대수익이 항상 보장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에 등록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정부의 소득세 감면에도 미등록 임대인과 비교해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세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의무기간 중 매각금지 요건 완화 방안 등 매각 허용 요건 완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택매매시장 침체로 인해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전세 매매 수요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면 자가에 대한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 전세의 사용자비용은 자가의 58% 수준에 불과했다. 점유형태별 사용자비용도 전세 보다는 자가, 자가보다는 월세가 많다.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3%정도에 머물고 있다. 주택가격이 3억 원 정도 된다면 전세가의 매매가 대비 비율은 62% 정도로 가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70~90%를 육박하거나 지난해에는 심지어 경기도 파주시에서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역전하는 이상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전세 수요증가의 원인은 또 있다. 전세자금대출 여건 개선으로 인한 전세를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지난 2009년 12조 5천억 원에서 2013년 28조 3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세 수요 증가에 따라오지 못하는 공급 감소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LH 재정악화로 인한 공공의 공급여력 약화도 문제이다. 지난 2013년 6월 현재 LH 총부채 142조 원, 부채비율은 464%로 나타난다. 전세 공급 감소의 원인은 주택매매시장 침체로 인한 임대인의 월세 선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면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져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지난 2013년 기준 임대인의 전세 투자수익률은 0.8%인 반면 보증부 월세 투자수익률 4.0%, 순수월세5.3%로 월세의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주거하향이동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보다 주거수준이 낮은 주택으로 이주하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전세가격 상승에 대비하는 가구 중 15.7%는 주거수준이 낮은 주택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전세자금대출 확대는 궁극적으로 전세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전세자금대출은 저금리이나 전세수요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대출자와 신규 시장 진입자의 부담이 증가한다. 전세가구 중 금융기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가구는 13.7%이며 이 중 30대 이하는 20.8%이다. 또 전세보증금의 세대 간 자산이전으로 부모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노후자금 감소로 이어진다.

 

전세가구 중 부모, 친지로부터 전세금 조달 가구는 15.9%이고 이 중 30대 이하는 46.2%이다. 결국 전세보증금의 증가는 젊은 세대의 신규 진입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노인 세대의 빈곤까지 이어지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임대차시장의 구조변화


전문가들은 “매매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임차시장 구조변화가 가속화되고,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2008년 이후 집값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자가 수요보다는 자발적인 임차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난 해소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임대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이 필요하고 임대차시장 구조변화로 늘어난 서민주거비부담도 경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임대주택공급을 민간기업에게 맡기는 것은 국내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임대주택공급을 위해 기업형이나 협동조합형 임대시장 육성을 잘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도 고민해봐야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토연구원에서 민간임대업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인 사업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임대사업 등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임대의무기간 등 위반 시 처벌조항, 임대의무기간 부담, 준조세 부담, 임대료 인상 제한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민간임대업자들의 주장이다.


금융지원과 관련해서는 매입자금 지원과 준공공임대 개량자금이 부족하다. 기금대출 지원이 기존주택과 미분양 주택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매입대상주택제한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규분양주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세제 혜택과 관련해서는 양도소득세 공제율과 소득세에 대한 지원 확대, 준조세 부담에 대한 대책, 준공공임대의 경우 매입임대와 비교해 차별화된 조세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준공공임대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기존 매입임대와 차별화된 세제·금융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양도소득세 공제율과 소득세 감면에 대한 지원 확대, 매입자금과 개량자금 지원액 확대, 아파트 이외의 주택유형에 대한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대출보증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하면서 기존 매입임대주택 전환 등록 시 기존 임대기간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 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민간임대업자들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보다는 사업 수익을 추구한다.

특히 기업형인 경우에는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 건설비용으로 인한 기업의 부채부담을 전이해놓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과 세입자들 양쪽에서 수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투자한 건설비용 회수를 위해 분양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임대사업수익을 목적으로 분양 받은 사람들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분양 후에는 분양회사가 관리회사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속 보이는 사기행태로 인해 민간임대시장에서도 개미투자자들은 기업들에게 이용당해주고 바보 취급 받는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이러한 원룸 임대를 제공하는 기업형 임대사업을 하기 위한 분양광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분양광고는 아직까지 한국적 풍토에서는 부작용도 큰 것으로 보인다.


월세를 보장해준다고 광고를 내어 분양자를 모집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게 한 후, 기업은 관리를 해준다고 해놓고는 그 다음해부터 월세를 떼먹거나 관리비는 높이고 월세는 낮추는 방식으로 분양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분양자들은 개미투자자이거나 아니면 그 기업과 관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것을 보면 기업형 임대가 임대차시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사기 칠 생각으로 분양자를 모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토연구원에서는 기업형 민간임대시장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관점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협이나 수협의 부조리한 사업 관행을 보면서 협동조합 역시 덩치가 커지면 기업형 폐해를 양산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정부는 민간임대시장 육성 이전에 이러한 폐해에 대한 방지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


바람직한 미래형 주거문화


그렇다면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미래형 주거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용우 국토연구원 본부장은 “탈소유화, 수요 맞춤화, 첨단융합화, 초연계화, 차별화 등 5가지”를 미래형 생활공간 트랜드로 제시했다. 우선 주거를 소유의 개념에서 정주의 개념으로 변화시키고 지역 특성과 수요자에 따른 맞춤화,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첨단기술의 융복합화에 따른 생활의 편이를 도모함과 아울러 미래 생활에 적합한 주거공간이 미래형 생활공간 트랜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문화가 국민생활에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주거문화에 대한 바람직 여부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며 조심스러운 결론을 내렸다. 공동주거나 세컨하우스 같은 형태의 주거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여러 사회, 경제적 이유와 맞물려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이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주거의 개념은 소유와 관련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주택을 소유를 통한 재산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봤을 때 주거의 개념이 소유와 무관한 순수한 거주지 내지는 생활거점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MeCONOMY Apri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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