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충돌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 재정 여력을 놓고 SNS상에서 설전을 주고받으며 다시 충돌한 모양새다.
포문은 이 지사가 먼저 열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정적자 최소 대한민국.. 홍남기 부총리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으로 42개 주요 국가 가운데 4번째로 작다고 밝혔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세계재정상황 관찰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초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7%로, 34개 선진국 중 2번째로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라고 소개했다.
이 지사는 "올해 선진국 재정적자 평균은 GDP의 13.1%. 미국, 영국, 일본은 이보다 크다. 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쟁 시기에 버금가는 막대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결과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님을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한가"라고 했다.
이 지사는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라며 "어려운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 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라며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디 고성장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시고, 재정정책에도 융·복합적 사고를 가져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또 이 지사는 다른 글에선 "홍 부총리는 국가 사무를 경기도에 떠넘기지 말아달라"라고 비판했다. 광역버스 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의 절반을 국고로 부담하기로 한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합의를 기재부가 뒤집고 예산을 삭감했다는 요지다.
이 지사는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사감으로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오늘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라며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 즉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비판에 우회적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지금 위기극복 및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라며 "위 관련,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지사는 24일 페이스북에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경기도민의 민원을 소개하며 간접적으로 홍 부총리를 다시 겨냥 듯한 글을 올렸다.
이 지사가 소개한 글은 경기도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보낸 감사 편지로 경기도가 시행 중인 '극저신용대출’과 '아동급식카드(G드림카드)' 정책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한부모 여성가장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사업에 "정말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날 수 있었다"라고 했고, 또 G드림카드사업과 관련해 "일반 음식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고기도 사 먹을 수 있고 먹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음식들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됐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런 편지를 받을 때면 전율을 느낀다"라며 "조금 고되고, 때로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 같지만 이 일을 영광스럽게 계속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이 지사는 "당장 가진 것 없고 서럽고 억울해서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은 없는 세상이었으면 한다"라며 "정치와 행정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막중한 소명을 되새기며 저 역시 죽을 힘을 다해 일하겠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