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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내 영주권 외국인 참정권 논란?…"지방자치 활성화 기여"

- 4‧7재보궐선거 앞두고 외국인 참정권 박탈 국민청원 등장
- 靑 “민주주의 보편성 구현 취지”
- 구성원 ‘통합’ 취지에서도 바람직
- 최근 외국인 유권자 수 급증…관리 방안 마련해야

 

지난 3월 4‧7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해야 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시민권자만 누릴 수 있는 투표권을 소중히 지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라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들에게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들의 손에 맡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의 중국정부화 반대한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 분권 반대한다”라며 “중국몽을 꾸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간청드린다”라고 했다. 청원은 21만5,646명이 동의했다.

 

증가하는 외국인 선거권자

 

해당 국민 청원의 반중(反中), 혐중(嫌中) 논란과는 별개로 국내 외국인 유권자의 선거 참여와 관리에 관한 정책은 외국인 참정권 제도는 지역사회 통합과 지방자치 활성화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4월 7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국내 외국인 선거권자 수는 4만 2,000여 명에 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영주 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2018년도 지방선거 기준 국내 외국인 선거권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서울의 외국인 선거권자 수는 3만7,739명, 부산은 2,620명이었다. 2021년 재·보궐선거의 경우, 외국인 선거권자 수는 서울 3만8,126명, 부산 2,922명 등 전체 4만2,246명이었다.

 

국내 장기거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에 대한 논의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주요 의제로 부상한 바 있다. 그에 앞서서는 1991년 한·일 정부 간 재일한국인 후손의 법적 지위에 관한 협상 과정에서 지방선거권 인정이 의제에 포함됐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三) 일본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심이 촉발됐다.

 

국회에서는 2000년 11월 처음으로 장기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장기거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선거권 등의 부여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됐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다음 5년이 지난 200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보편적 권리’ vs ‘특권’

 

국내 영주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 선거권자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투표가 처음 가능했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6,726명이었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10만6,205명으로 급증했다. 그에 비해 외국인 선거권자의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6.7%, 2018년 13.5%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인다. 다만, 실제 투표에 참여한 선거권자 수는 2010년 4,500여명에서 2018년 14,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자국민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청원인의 주장과 같이 외국인의 참정권 행사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시하는 논거는 선거권이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국적자에게만 부여된 고유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선거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시민권자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privilege)’이라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허용하면 특정 국가의 이주자단체가 세력화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주자가 국적을 취득할 유인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주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일본에서 주로 내세우는 논거로는 ‘헌법상 부정설’이다. 지난 1991년 재일한국인들이 ‘영주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공직선거법 등의 규정은 주민자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1995년 2월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 헌법 제93조 제2항의 ‘주민’이 ‘일본의 국민’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므로 헌법상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 선거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 아니라며 1심 판결을 받아들인 바 있다.

 

 

반면 체재 기간, 체류자격, 국적, 소득 등 일정 제한을 두고 있지만, 외국인에게도 국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국가들은 국가구성원들의 통합을 중요하게 여기도 있다. 주로 유럽지역이나 영연방국가 또는 외국인 이주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특정 국가들에서 도입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크게 정주 요건 하에 부여하고 있는 유형과 국제관계나 조약을 통해 상호 호혜적 차원에서 참정권을 부여하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주 요건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국가 출신의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국가와 특정국가의 국적자에 한해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로 나누어진다. 1992년 지역통합체인 유럽연합(EU)이 창설되기 이전에도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국가들은 아일랜드(1963년), 스웨덴(1975년), 덴마크(1981년), 네덜란드(1985년) 등이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는 현재에도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3년 이상 거주한 모든 국가의 국적자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북유럽 4개국 출신 외국인에 대해서는 정주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국간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해 외국인 참정권에 관해 상호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에는 유럽연합(EU)이 해당한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Maastricht Treaty)의 체결로 EU 회원국 국민은 거주하는 모든 EU 회원국의 유럽의회 선거 및 지방선거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U 회원국의 경우, 비EU 국적의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 참정권을 부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들로 나뉜다. 독일 등은 기본법(헌법) 규정에서 EU 국적의 거주 외국인에 한해서만 지방참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비EU 국적의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는 부여가 금지돼 있다. 비EU 국적의 거주 외국인에게 일체의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독일 이외에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그리스 등 6개국이다.

 

EU 이외 상호 호혜적 측면의 또 다른 유형으로 영연방 국가(Commonwealth of Nations, CN)를 들 수 있다. 이에 속한 54개 국가의 국민들은 거주국의 국내 선거 참정권이 부여된다. 현재는 모두 독립된 주권국가들로 구성돼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옛 영국제국의 식민지였으며, 영연방 시민권(Commonwealth Citizenship)으로서 참정권을 인정받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전국단위 선거에서도 선거권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 참여,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

 

외국인의 참정권 허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선거권 부여가 이들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이 거주국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분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5년 아시아 국가 중에는 최초로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허용해, 영주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된 외국인에게 한하여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선 중국인 영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을 주장한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민주주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주민공동체인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에 주민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일정 요건을 가진 외국인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라고 답했다. 또 “영주권자의 선거권은 ‘주민’의 개념으로, 지방선거에 한정돼 있으며 영주권자의 비율은 전체 선거인단의 0.25%”라며 “현재 영주권자는 ‘외국 국적의 동포’와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및 자녀’가 80%가량 차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국회입법조사처는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정주 외국인이 국내에서 납세의 의무를 지고 세금을 납부하는 만큼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될지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특히 지방선거는 주민 생활의 밀접성을 특징으로 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외국인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해 주민으로서의 권리 실현과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외국인 유권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선거 참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 유권자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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