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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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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지난 8일 폐막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세계적인 팬데믹 가운데 1년 연기 후 개최된 올림픽은 경기 내용과 결과 이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의 망명신청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벨라루스 국가대표 육상 선수로 참가한 치마노우 스카야는 일본 도쿄에 도착 후 공항에서 폴란드로 곧바로 망명을 신청했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정치와 인권이라는 문제에 또 다시 휩싸이게 된 올림픽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주목받고 있다.

 

◎ 왜 올림픽 기간 중 망명을 신청하는가?

 

‘망명(亡命)’이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김”으로 설명한다. 즉, 정치적 탄압이나 종교적·민족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외국에 도피하여 보호를 요청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망명 신청이 올림픽 기간 중에 왜 일어난 걸까?

 

2009년 설립된 국제적 인권 단체인 IHRB(Institute for Human Rights and Business)는 인권과 비즈니스 관계에 주목하며, 비즈니스로 인해 침해받는 인권을 정책과 실천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이 단체가 발행한 2013년 간행물(Mega-Sporting Events and Human Rights, 하단 사진)에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인권’을 주제로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주목해야 할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인권문제가 거론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단순히 ‘운동 능력의 우수함’을 경쟁하는 것 뿐 아니라 올림픽 주최국 그리고 나아가 참가한 국가의 ‘시민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즉, 스포츠 경기 외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모두가 초점을 갖게 하는 ‘목표를 둔 캠페인(targets for camapin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인권 문제의 이슈는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주목되었음을 소개한다.

 

당시 올림픽 페어플레이 정신과 함께 ‘아동 노동 금지’ 캠페인, ‘노동시간 축소’, ‘건강 문제 및 안전’이라는 다양한 인권 이슈 등이 올림픽을 통하여 주목 받았고, 실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FIFA 남아프리카 월드컵, 2012 런던올림픽 뿐 아니라 2018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평화의 메시지 등 스포츠 경기 이외 다양한 인권 개선 노력이 이루어졌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난민팀으로 출전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권투선수 엘드릭 세야(24)선수가 도쿄올림픽 출전 후 망명을 신청하여 현재 우루과이에 정착하게 되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월 10일 본인의 SNS 계정에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직접 올린 본인의 사진과 함께 “이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며 우루과이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 올림픽 선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타스케테 쿠다사이(도와주세요)!”

 

지난 8월 1일 일본 하네다 공항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벨라루스의 국가 대표 치마노우 스카야 선수가 구글(google) 번역기를 사용하여 일본어로 공항의 경찰과 도쿄올림픽의 관계자에게 번역된 글을 보여주며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이 있기 얼마 전, 공항에 도착 직후 치마노우 스카야 선수에게 전화가 왔다.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아, 돌아오면 안 돼!” 할아버지의 전화였다.

 

원래 치마노우 스카야 선수는 도쿄올림픽의 100m, 200m 경기 출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벨라루스 코치진은 해당 선수에게 예정되지 않았던 400m 릴레이 경기에 출전할 것을 갑작스레 지시했다. 이에 스카야 선수는 이러한 조치에 대한 불만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에 벨라루스 국영 방송사는 “팀 정신이 없다”며 해당 선수를 비난했고, 벨라루스 올림픽 위원회는 올림픽 기간 중 본국으로 강제송환을 명령했다.

 

 

8월 14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벨라루스의 결정은 사실 일명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현재 26년째 5차례 연임 중이다. 그는 스포츠 계에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그의 장남은 벨라루스 올림픽 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의견에 반하는 선수는 감옥에 투옥시키거나 팀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도 "이렇게 투자를 많이 했는데도 메달이 적다"며 선수단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한다.

 

8월 9일 일본 NHK는 벨라루스의 육상선수 치마노우 스카야 선수를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치마노우 스카야 선수는 폴란드로 망명을 신청한 경위에 대하여 “교도소나 정신병원에 보내지는 선택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귀국에 대한 공포를 느낀 것이 이유였다고 밝혔다. 또한, 벨라루스의 정권에 반대하였던 활동가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고, “줄곧 경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외출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해, 망명 신청 중인 폴란드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밝혔다.

 

◎ 1년여 가까이 시위 이어지는 벨라루스 

 

현재 벨라루스는 루카센코 대통령의 부정선거로 인해 시위가 1년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대통령 선거 후 국영방송이 실시했던 출구 조사에서 루카센코가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자 부정 의혹을 주장하며 대규모 저항과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8월 14일 기사에서도 해당 사건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신문은 벨라루스의 스카야 선수를 가장 빨리 돕겠다고 나선 국가는 폴란드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폴란드는 8월 2일 보호를 목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비자를 발급했고 “폴란드는 스카야 선수가 운동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프시다치 외무 차관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스카야 선수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도착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하고 있다.

 

왜, 폴란드는 올림픽에 출전중인 선수의 망명신청을 즉각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어떻게 선수생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장을 담보하였을까?

 

그 배경에 대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루카센코 정권에 대한 폴란드의 반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구 소련에 점령 당하고 공산주의 지배의 경험이 있는 폴란드는 지금도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반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형제 국가처럼 지내며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악화된 관계 이면에는 러시아에 대한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있으며, 이는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각 국가의 외교 공관을 추방한 일에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폴란드가 벨라루스의 반 체재파인 선수의 비자를 바로 발급한 것은 망명신청의 너머에 있는 국제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인권문제에 직면한 올림픽

 

올림픽은 앞으로 인도적 차원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우간다 줄리어스 세키톨레코 역도 선수도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신청 이유는 “우간다 생활이 어렵다”는 것. 줄리어스 케키톨레스코 선수는 올림픽 선수촌을 벗어났으나 며칠 후 붙잡혀 본국으로 출국조치 됐다. 이전에도 올림픽 기간 동안 개최국을 방문한 선수나 코치들이 망명을 시도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콩고, 기니, 에리트레아 등 국가에서 선수와 코치 12명이 영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제 올림픽 조직위원회(IOC)와 유엔 난민 기구(UNHCR)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부터 난민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이들이 국기로 든 것은 IOC의 오륜기였으며 이들의 인도적 차원의 참가에 대하여 여전히 많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의 Minky Worden은 “벨라루스의 이번 치마나야 스카야 선수가 처한 상황은 정치와 인권 침해가 스포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형적 예”라고 지적했다. 또한, IOC에 “선수를 향한 괴롭힘과 압재에 대처할 수 있는 인권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 올림픽 휴전의 기원

 

유엔은 스포츠의 힘으로 분쟁 없는 세상을 건설하고자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들은 “스포츠와 올림픽의 이상을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만들기”라는 결의안의 내용처럼 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 ‘올림픽 휴전’을 유지하고자 한다.

 

올림픽 휴전의 배경은 2,800년 전 고대 올림픽 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 기간 선수들과 관중들이 대회에 참가한 후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올림픽 휴전을 선포한 것이 유래이다. 이후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부터 본격 도입됐다. 이번 도쿄올림픽도 2019년 12월 제 74회 유엔 총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다. 총회 기간 동안 국제 올림픽 위원회와 일본 외무성의 협력으로 186개국이 공동 후원자가 됐다.

 

도쿄 패럴림픽은 오는 8월 24일에 개최된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인 2022년 2월 중국 북경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중국은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정치 및 인권 관련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로부터 ‘올림픽 보이콧’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IOC는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의 인권 대책을 마련한 개최준비가 필요하다.

 

조세희 작가가 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산업화로 인해 억압 받았던 소회 계층을 표상하는 ‘난장이’는 신체적 불편함에 빗댄 상징적 인물이다. 반면, 그 저편에는 상대적으로 불구성을 내포하고 있는 ‘거인’이 있다. 이러한 대립은 그 시대의 허구와 병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벨라루스의 육상선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올림픽을 통하여 스포츠 경기 이상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 개인의 작은 행동이 국가의 구조에 내재된 모순과 본질적 모습을 들추어 낸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국제사회와 세계인들이 앞으로 이어질 갈등과 모순에 정면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최국, 참가국 뿐 아니라 IOC 등 국제 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스포츠를 통한 분쟁 없는 세상’이라는 올림픽 본래의 정신에 회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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