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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SPC 안전불감증에 찢겨버린 크보빵...'근로자 비극 되풀이' 누가 사먹나

2022년 그룹 내 안전경영위원회 “무재해 사업장 만들겠다” 홍보했지만 추가 死
경찰, 숨진 근로자 소지했던 절삭유 용기 확보...인체 유해한 윤활유 사용 의혹도
김범수 SPC삼립 대표 형사입건에도 허영인 회장은 중대재해법 처벌 쉽지 않아

 

경기도 시흥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SPC계열 생산 공장에서만 4년 새 3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한 여성 근로자가 SPL평택 공장에서 사고사를 당한 뒤 허인영 SPC그룹 회장을 비롯해 그룹 차원에서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2023년과 2025년 또 다시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다.

 

SPC는 2022년 첫 번째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산업안전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5월 3번째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SPC의 안전경영 노력은 그저 외부에 알리는 홍보 활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한 온라인커뮤니티가 SNS를 통해 SPC 불매 운동을 벌이면서, 그동안 SPC의 과실로 발생한 근로자 사고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됐다.

 

◇SPC그룹-KBO 협업해 판매한 ‘크보빵’...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에 야구팬 불패 운동

 

“SPC는 크보팬의 인권 감수성을 얕잡아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 선수들의 피 묻은 빵과 함께 내놓았다. 이 점에 대해 SPC는 크보팬과 선수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소셜 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난 달 20일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SPC삼립의 ‘크보빵(KBO빵)’ 협업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벌였다. SPC삼립이 제조·판매한 크보빵은 포장지 내부에 빵과 함께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KBO 선수들의 상반신 스티커(띠부씰)가 들어있어, 국내 야구팬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SPC삼립은 올해 3월부터 크보빵을 판매 시작해 4월 말까지 1,000만봉을 팔아 역대 제품 중에서 최단 기간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최근 SPC삼립 시흥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를 포함해, 2022년부터 3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SPC삼립과 KBO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SPC의 반복적인 산업 재해는 야구팬을 포함하여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KBO는 천만 관중 시대에 한 명의 야구팬일지 모를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며, 무책임한 콜라보를 지속하지 말라”고 글을 올렸다.

 

또한 KBO에 대해서도 “반복된 인명 사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SPC와 협업을 강행한 KBO를 규탄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KBO에 전달하고자 트럭 시위를 진행한다"고 했다.

 

 

◇SPC계열 제빵 공장에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사망 사고 3차례 발생

 

이들의 불매 운동은 지난달 19일 SPC삼립 시흥 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50대 여성 근로자 A씨는 빵의 열기를 식히는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면서 참변을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도착했을 때, A씨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SPC계열 제빵 공장에서만 4년 새 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SPC 계열 제빵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사망·부상 소식은 2022년 10월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평택 SPL제빵 공장에서 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50대 여성 근로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하거나, 20대 외주업체 직원이 컨베이어가 내려앉으면서,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2023년 8월에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해당 공장에서도 사망 사고 외에 근로자 손 끼임 등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당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SPC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허인영 SPC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년 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안전 관리 강화를 약속했다.

 

허 회장의 대책 마련 발표에 따라 SPC는 지난해 2월까지 사업장 안전 분야에 520억원을 투자했으며,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생산 시설에 대한 국제 표준 안전인증 취득 현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SPC는 지난해 말까지 투자금의 84%인 835억원을 집행했고, 사용처는 고강도·위험 작업 자동화, 안전 설비 확충, 작업 환경 개선, 장비 안전성 강화 등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PC는 그룹 차원에서 생산공장 안전경영 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23년 1월 11일부터 SPC삼립, 파리크라상, SPL 등 50여 곳의 사업장에 ‘통합 안전점검 애플리케이션(APP)’ 도입이 그 시작이었고, 고용노동부가 기획 감독에 들어가자 산업안전 관련 총 277건, 근로감독 총 116건에 대한 모든 조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안전경영위원회가 5차 정기 회의 및 현장 직원 간담회를 진행해 안전 경영활동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노동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안전일터 조성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철저한 안전 관리로 무재해 사업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경찰·노동부, 사망 사고 한달 만에 강제수사...인체 유해 윤활유 사용 의혹도 조사 중

 

하지만 올해 제빵업체의 호황과 동시에 SPC 공장은 안전을 다시 망각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이달 17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 SPC삼립 본사와 경기 시흥 소재 시화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중대산업재해 여부를 조사하는 노동부 인력과 경찰 인력 80여 명이 투입된 이번 강제수사는 여성 근로자가 시화공장에서 사망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동안 경찰과 노동부는 수원 지방 법원에 3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번 사건과 시간적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4번째 압수수색 영장 신청 끝에 이루어진 이번 수사에서 수사 당국은 SPC본사와 시흥공장 내 12개 사무실에서 안전과 보건,사고 예방 조처, 설비 관리 등에 대한 서류와 전자 정보 등을 확보했다. 해당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포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앞서 경찰과 노동부는 지난 달 27일 합동으로 사망 사고에 대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현재까지 시화공장 센터장 등 7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윤활유가 자동 분사되는 설비를 특정하며, 숨진 근로자가 해당 설비에 직접 들어가 수작업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또한 사망한 근로자가 작업에 사용했던 윤활유가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 16일 숨진 근로자가 작업 시 사용했던 금속 절삭유 용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망 사고 당시 현장에서 한 용기가 발견됐는데, 경찰은 해당 용기가 시중에 판매하는 공업용 윤활유를 담는 용도로 쓰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사망 근로자가 소지했던 금속 절삭유 용기를 공장 측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황이다. 이는 SPC삼립 측이 제빵 공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윤활유를 사용했는지 의혹을 가리기 위해서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중대재해법으로 입건...허영인 SPC회장은?

 

경찰과 노동부는 SPC삼립 시흥공장에서 여성 근로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난 이달 9일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행위로 입건했다. 김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 일이 지난 5월 29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SPC삼립 경영에 대한 전반적 책임을 지는 경영인으로서 사망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다.

 

반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2022년 SPC계열사인 SPL평택 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사망한 뒤 사과문을 발표하며, SPC 사업장에 안전 경영을 정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허 회장은 사과문에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3년과 2025년 평택과 성남에 있는 SPC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두 차례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허 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안전 경영 철학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흥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 이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위원회는 2022년 2023년 SPC계열사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 등을 언급하며, “동일한 형태로 사고가 반복된 점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이 양산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 회장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대기업 경영 책임자와 계열사 대표를 규정하는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SPC그룹에서 관련 혐의에 대한 처벌을 받은 이는 강동석 전 SPL 대표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과거 허 회장의 경우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라며 형사 처벌에서 제외됐다.

 

한편 노동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SPC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572건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피비파트너즈 343건 ▲파리크라상 138건 ▲SPL 49건 ▲비알코리아 42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SPC그룹 계열사는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61번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과태료 금액은 총 7억 4863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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