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 순위 5대 제약사들이 모두 상반기 잠정 실적 공시를 마무리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녹십자 등은 주력제품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며 약진한 반면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제약산업을 이끌어온 전통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R&D)에 매진하며 기술수출, 의약품 수출 등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들 모두 오랫동안 R&D에 공들여온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언제 나올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한·대웅·녹십자 등은 이번 상반기에 노력의 과실을 맛봤으며 올 하반기에는 종근당과 한미약품도 R&D 모멘텀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별도 기준 전반기 매출 1조252억원, 영업이익 5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48.1% 급증했다.
2분기만 보면 매출은 5,5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5억원(8%)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4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9억억원(190%) 늘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2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 향상에 대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과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일본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과 해외 매출 관련 로열티 유입으로 해외사업부의 매출 성장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티닙 관련 매출 성장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존슨앤존슨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약물인 아미반타맙 SC(피하주사) 제형이 지난 4월 유럽 품목허가를 받았고, 하반기 중 미국에서도 허가가 기대되는 등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2018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개발과 영업권을 모두 인수한 얀센은 2024년 8월 레이저티닙과 자사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승인을 획득했다.
승인 이후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내 전문가들의 처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세계 여러 국가에서 품목허가 및 출시가 예정돼 있어 출시 마일스톤 발생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중 아미반타맙 SC 제형의 미국 승인이 이뤄진다면 시장 점유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FDA 관문 통과로 성장 발판 마련 공통점
보툴리늄 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미국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6,800억원, 영업이익 10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32%, 영업이익은 29.29% 증가했다.
2분기에는 매출 3,639억원, 영업이익 625억원으로 각각 11.8%, 26.02% 증가했다. 2분기 실적 분석에서 단연 나보타의 해외 매출이 돋보인다. 2분기 나보타 전체 매출은 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성장으며, 이중 수출 매출이 610억원으로 나보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2014년 국내 출시했다. 2019년에는 FDA 승인을 획득한 이후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에 진출하는 등 유럽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으며, 최근에는 쿠웨이트 수출계약 체결로 중동 시장에도 진출했다. 걸프만 연안 6개국 중 UAE,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2030년 나보타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GC녹십자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혈액제제 분야 의약품인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8840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 1241%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 2분기 실적 향상이 돋보인다. 2분기만 매출 5003억원, 영업이익 274억원 기록했다. 2분기 실적 증가가 상반기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알리글로는 출시 1년만에 누적 매출액 1000억윈 이상을 달성했다. 알리글로 투약 누적 환자 수는 6월말 기준 500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말까지 1,000명 달성이 예상된다.
알리글로는 녹십자가 8년간 공들여 탄생시켰다. 2015년부터 FDA의 문을 두드렸고 세 번째 도전 끝에 2023년 말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해 7월 처음 미국에 수출한 이후 1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 누적 투약자 수 500명을 돌파한 것이다.
GC녹십자는 전통적으로 혈액제제 분야 강자로 불린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보면 혈액제제 제품 매출은 1,52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 이상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강점을 바탕으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성공시켰으며 2028년까지 미국 내 연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 R&D 노력 성과 모멘텀 곧 온다
5대 제약사 중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상대적으로 상반기 저조한 실적으로 기록했다. 종근당은 별도 기준 매출 8,286억원, 영업이익 350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에서 35.5% 역성장했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은 2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한미약품도 연결기준 매출 7522억원, 영업이익 1194억원을 기록했으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11.4% 감소했다. 2분기에는 매출 3612억원, 영업이익 604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4.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 증가했다.
이 두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실적 상승세가 다소 낮게 나타났지만, 외형 면에서는 연매출 1조원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준의 상반기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연구개발이나 주력제품의 해외 진출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이 두 회사에서 실적 반등의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올 하반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나갈 성장통, 여전히 기대되는 R&D 개화’ 리포트에서 ”제일 기대해볼 수 있는 R&D 모멘텀으로는 2023년 말 노바티스에게 기술이전된 HDAC6 저해재 CKD-510의 임상2상 임상계획(IND) 승인에 따른 적응증 공개"라며 ”이제는 본업의 안정적이면서도 탄탄한 성장과 함께 R&D 모멘텀을 겸비한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한미약품에 대해 ‘여전히 유효한 실적 회복세와 R&D 모멘텀의 개화’ 리포트에서 ”글로벌 제약 기업 MSD에 기술 이전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대상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2b상 환자모집이 완료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2b상 결과발표가 예상된다“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3상에 대한 대규모 마일스톤도 기대해 볼 수 있어 R&D 모멘텀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