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현대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이로써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압구정2구역에 첫 깃발을 꽂고 향후 이어질 3, 4, 5구역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 마감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홀로 참여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이날 입찰 재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 입찰에서도 현대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되면 조합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개 이상 업체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유찰이 지속되면 입찰 참여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합은 오는 20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다음 달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9·11·12차) 1,924가구를 최고 65층, 2,571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으로 총 2조7,488억원 규모다.
앞서 건설업계에서는 압구정2구역이 건설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은 한남4구역에 이은 리턴매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입찰공고가 나온 지난 6월 삼성물산이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 조건 제한으로 당사가 준비한 사항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압구정 현대아파트 정통성 지키기 총력...3구역 토지 지분 정리 급선무
현대건설은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전사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금의 압구정 아파트 단지는 현대건설과 한국도시개발공사(HDC현대산업개발 전신)가 대부분 건설했기 때문에 정통성과 상징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다. ‘압구정 현대’를 단지명으로 상표권 출원을 추진 중이고 기존 압구정 재건축 테스크포스(TF) 팀을 압구정 재건축 영업팀으로 확대 개편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압구정3구역 일부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의 명의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대 현대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마땅히 완료됐어야 할 소유권 정리가 미완료 상태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여러 재건축 사업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시공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신뢰성 문제가 현대건설의 수주 계획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압구정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의 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