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 후원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통일교와 정치권의 조직적 결탁 의혹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에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김건희 특검팀이 통일교 2인자로 불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1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 수사하는 동안,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검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선택적 수사’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종교단체와 정치인 연루 의혹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교 측이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한 민주당 전 의원이자 현직 해양수산부 장관은 모든 혐의에 대해 “어떠한 불법적인 금품수수도 전혀 없었다. 단연코 없었다”며 “장관직을 내려놓고 의혹 해명에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핵심 인사인 박지원 의원 역시 “민주당이라도 수사해야 한다. 관련 의혹을 파헤쳐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서둘러 의혹을 해명하거나 “여야를 막론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이 자칫 ‘민주당-통일교 결탁 게이트’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통일교 2인자 윤영호 “전재수에 3~4천만원·명품시계 2점 전달” 주장
이번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과 법정을 오가며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인물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을 콕 집어 “전 장관이 민주당 의원 시절 3000~4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2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 장관은 즉각 SNS에 “통일교 측의 주장은 허위이며, 해당 혐의와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도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통일교 2인자의 입에서 구체적인 액수와 품목까지 언급된 만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업무상 횡령 사건 결심 공판에서도 “민주당이 여러 차례 어프로치(접근)했다”며 “2017~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증언했다.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특정한 시기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와 겹치며, 민주당이 여당이었다.
그는 앞서 지난 8월 특검팀과의 면담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전직 의원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2018~2020년 사이 각각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는 현 정부 장관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교단 차원에서 출판기념회 책 대량 구입, 정치후원금 형식의 지원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이 10여명에 이른다는 취지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민의힘과의 결탁 정황은 이미 수사·재판 단계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연결고리는 특검 수사 및 각종 재판을 통해 상당 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측근들은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고가 시계를 제공하고, 특정 입법·정책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일교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한 뒤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통일교가 주도한 2022년 ‘한반도 평화서밋’ 역시 논란의 한 축이다. 당시 행사에는 여야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고, 일부 인사들에게는 통일교 측이 항공료·숙박 등 여행 편의를 제공하며 총재와의 만남과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종교행사를 가장한 정치 로비”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통일교 간부의 통화 녹취도 공개됐다. 전 씨는 이 통화에서 “김 여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통일교 은혜를 입은 것’이라는 것을 납득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내용에는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간 통일교 결탁 의혹의 중심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주변 인물들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의 입에서 민주당 실명이 거론되면서, 의혹의 불길이 여야 전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특검 “민주당 인사 의혹은 수사 범위 밖”이라며 국수본에 이첩
쟁점은 통일교가 양쪽 정치권 모두에 ‘어프로치’했다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수사 태도가 양당을 향해 동일했느냐는 점이다.
민중기 특검은 지난 9일 통일교의 민주당 측 인사 금품 제공 의혹 관련 내사 기록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은 특검법이 규정한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의 ‘직접 관련 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법령상 수사 범위의 한계 때문에 일반 수사기관에 넘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을 인적·물적·시간적으로 검토한 결과,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기록을 만든 뒤 수사기관으로 인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국수본은 특검으로부터 이첩받은 내사 기록을 토대로, 민주당 인사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을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특검이 스스로 인지수사를 통해 수사 범위를 넓혀온 전례를 감안할 때 “왜 민주당 관련 의혹에 대해서만 손을 뗐느냐”는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한동훈 “민중기 하청특검, 민주당 명품시계만 쏙 빼줬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통일교-민주당 금품 의혹을 정조준하며 특검을 향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일교 돈과 명품 시계 받아먹었다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민중기 하청특검이 덮어준 이유가 ‘민주당의 내년 지방선거 유력 출마 예정자’이기 때문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민중기 하청특검이 수백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하는데, 민주당 정치인이 통일교한테 받은 ‘명품 시계’ 찾는 압수수색은 왜 안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틀 뒤인 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10일) 통일교 관계자가 민주당에 돈 준 것을 법정에서 폭로한다고 한다”며 “통일교가 민주당에 돈 준 것 폭로 못하게 입틀막하려고 민중기 하청특검이 몇 달간 사건을 뭉갰고,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2일·9일 ‘통일교 해산’으로 입틀막 협박했다. ‘민주당 돈 준 거 불면 죽인다’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선 윤 전 본부장은 10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결심 공판 최후변론에서 민주당 인사실명 거론을 삼가는 대신, 변호인을 통해 “특정 정당만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야 양쪽을 모두 접촉했다는 취지의 변론을 남겼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민주당에 불리한 사건은 일반 수사기관으로 떠넘기려 한다”며 특검의 편파성과 정치적 의도를 겨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법이 정한 수사 범위를 준수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특검 편파 수사 프레임을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국힘 양쪽 로비’ 통일교, ‘민주당 한쪽만 수사한’ 특검...여야 전반으로 번질까
통일교 사태는 애초 ‘국민의힘-통일교 게이트’로 출발했지만, 윤영호 전 본부장의 잇단 폭로와 특검의 이첩 결정으로 여야 전반의 정치자금·정교분리 문제, 특검 제도 신뢰 논란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모두 사실로 확인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법원의 최종 판단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통일교가 정권과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양손으로 서로 다른 진영에 접근해온 정황, 그리고 특검이 여야를 향해 같은 기준으로 칼을 들이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향후 국회와 수사기관을 향한 여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통일교-정치권 전면 재조사’로 이어질지, 아니면 ‘민중기 특검 vs 여야 정치권’의 정쟁 속에 묻혀버릴지에 따라, 통일교와 한국 정치가 맺어온 오랜 그늘의 단면이 어느 정도까지 드러날지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 부위원장은 M이코노미뉴스의 통일교-정치권 금품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라고 주문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악재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경우 “비상계엄 사태 때 아무도 책임지려 나서지 않았던 국민의힘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부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도 조사해서 잘못이 있으면 비판받는 것이고, 잘못이 없으면 통일교가 정치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에 비로소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는 “전 장관이 사실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이재명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국정 운영에 동력을 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가 설령 민주당에 정치적 악재로 비화되더라도, 잘 대처하고 국민에게 사실대로 설명하면 오히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의 비교도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고,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반면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인사청탁 의혹이 제기된 김남국 전 의원이 곧바로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직을 내려놓았고, 전재수 해수부 장관도 이재명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을 둘러싼 ‘선택적 수사’ 논란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특검 종료 기한이 다가오고 있고, 특검이 김건희 사건조차 모두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민주당 인사를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검은 특검대로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국수본이 보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문제 삼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특검 편파수사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