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뮬러·노무현·이재명으로 본 권력과 검찰의 충돌사 - 검찰개혁은 제도 개선인가, 권력 충돌의 후속전인가 로버트 뮬러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뮬러 전 국장은 2021년 파킨슨 진단 이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잘됐다, 기쁘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자신을 겨눈 특검 수사를 이끈 인물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이었다. 뮬러 특검은 2017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눴다. 정치적 후폭풍은 컸다. 하지만 수사는 끝까지 제도 안에서 진행됐다. 수사 체계 자체가 권력에 의해 즉각 뒤집히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수사를 불편해할 수는 있어도, 그 수사를 가능하게 한 장치를 곧바로 허물 수는 없는 구조였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공직선거법(2022년 기소), 대장동·백현동 개발(2023년 기소), 성남FC(2023년 기소), 쌍방울 대북송금(2024년 기소) 등 복수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수사는 법정 안에 머물지 않았다. 여야 대립과 지지층 충돌, 언론의 프레임 경쟁 속에서 검찰 수사 자체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약 2~3년이 흐른 뒤 그를 수사했던 검찰 조직은 중대 기능을 경찰과 신설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검찰개혁 2.0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회는 검찰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검찰개혁 2.0’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 체계를 사실상 해체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공소청 분리,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경찰·공수처와의 권한 재배분이 주요 내용이다. 단순한 기능 조정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수준의 변화다. 여권은 이를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제도 개혁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입법 드라이브 형태로 개혁을 본격화했다. 2025년 6월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 패키지를 당론으로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심사에 착수했다. 핵심은 단계적 구조 개편이다. 1단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일부 영역으로 한정하거나 폐지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어 2단계로는 검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내 별도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는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와 기소를 거쳐 권력의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취임 직후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흐름을 두고 개혁이 아니라 충돌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검찰의 나라”에서 반복되는 역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개혁을 정면으로 제기한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6년 뒤 그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는 처지로 돌아섰다. 개혁의 주체였던 대통령이 퇴임 뒤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이 역설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돼 온 장면이다. 권력은 검찰을 바꾸려 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권력은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지난 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이날 정 대표는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이번 행보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노무현 정부의 개혁 기조를 이재명 체제로 잇겠다는정치적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검찰 수사를 받았던 기억이 다시 호출되면서, 정치권과 검찰의 긴장이 현 정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 개혁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로 권력 독점 구조를 깨고, 법 위에 누구도 군림할 수 없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검찰이 본연의 가치인 국민 보호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이번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정부 ‘환율 안정 3법’에도 효과 제한적...한시적 정책 한계 - “전쟁 끝나도 고환율”…근본 원인은 ‘자본 유출 구조’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1500원 이상 오르며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정부도 나서 ‘환율 안정 3법’,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외 투자 붐 현상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고환율 기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가 더 이익이 크다면 투자자들은 해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가령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앞지르지 않는 이상 해외 투자 수요는 국내 투자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24일 11시 기준 환율은 1500.70원(매매 기준율)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11.20원 오른 것이다. 전쟁 발발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 1466.50원보다 34원 이상 오른 수치다.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9일 종가(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이달 평균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환율이 오르고 이 상태가 장기화 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원자재 수급과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입 업종은 원가 부담 때문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업종도 환율 변동성 대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세다. 더 큰 문제는 내수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달러 수급 불균형 해소” 나선 정부…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달러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전쟁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환율 안정 3법’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방안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다. 개인들이 보유중인(2025년 12월 23일)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ETF 포함)에 투자하면 기간별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올해 5월 31일까지 매도하면 100%를 공제받을 수 있고 7월 31일까지면 80%, 12월 31일까지 50%가 공제된다. 단 국내 투자금을 1년 이상 유지해야 하며, 5000만원이 최대 한도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좌절됐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RIA 계좌를 개설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환 헤지 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공제 제도 신설 방안도 추진한다. 환 헤지 상품은 해외 주식 투자자가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볼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정부는 환 헤지 상품 구매액의 5%를 500만원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공제해준다는 구상이다. 환 헤지가 늘어날수록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수입 배당금에 대한 과세 제외 비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외에 쌓아둔 달러를 한국 본사에 배당금을 보낼 때 내는 세금을 줄여 국내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연금에 대해 투자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뉴 프래임워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수익성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서 적절한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재원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환율 안정 3대 정책’에 대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RIA 제도에 대해 “나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세금 혜택을 통해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자금 이동의 ‘우회 경로’가 많아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율 안정 3개 대책은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환율 상승은 이란 정세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신흥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지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정책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시장 자율’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에 맡겨야 할 시기”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출 수 있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쟁 끝나도 고환율”...근본 원인은 ‘자본 유출 구조’ 정부의 환율 정책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 유출 구조’를 지목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투자로, 기업은 해외 생산기지 확대로 자금을 외부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성장률과 투자 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는 합법적인 자본 이동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환율 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카드로 ‘해외 투자 과세 강화’를 언급했다.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율(현재 22%)을 높이면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자금 유출을 일부 억제할 수 있다”면서도 “자본 자유화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해법은 국내 경제 체질 개선에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환율 상승은 기업 투자 환경, 노동시장, 성장률 등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 자유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향후 환율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그는 “중동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과거처럼 1200원대로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며 “자본수지에서의 지속적인 유출을 고려하면 1450원대 이상이 새로운 균형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1450원이 뉴노멀” 고환율 시대 진입...한국은행 역할 주목 종합하면, 현 환율 급등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자본 흐름과 경제 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정책 대응 역시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 개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을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했다. 신 지명자는 한국의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을 위해서 큰 기여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2014년부터 BIS에서 근무했으며, 이전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뉴욕 연준 금융자문위원, IMF 상주학자 등을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경험했다. 김정식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본 이동이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 사이클’ 이론을 언급하며 “신 지명자는 해당 분야의 세계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정책만으로는 자본 유출을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은행 건전성 관리와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처럼 자본 유출 압력이 큰 환경에서는 한국은행의 정책만으로 환율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를 기본적으로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2022년 BIS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긴축이 부족하거나 늦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고물가에 대한 중앙은행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구조 속에서 전쟁이라는 변수가 생김에 따라 환율이 급등했다. 단기 급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환율은 1400원대의 예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고물가인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종시가 우리 국토의 중심이자 국토군형 발전의 상징임을 강조하며, 세종이 행정수도로서 확고한 법적 지위를 갖출 수 있도록 '행정수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세종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은 민주당의 약속이자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강조하며 행정수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대전·충남 통합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세종 소외 우려를 일축하며,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지방법원 건립 등 핵심 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 건립과 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세종을 '살고 싶은 융압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세종 공동캠퍼스 예산 반영을 통한 충청권 바이오 허브 구축 의지를 다지는 한편, 중동전쟁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25조원 규모의 민생 추경 편성에도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를 비롯하여 희토류와 요소수 등 핵심 전략품목이 안정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출 구조 조정의 핵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 농안기금은 일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수매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비축 물량을 방출함으로써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농안기금의 역할은 이보다 훨씬 크고 영향 범위도 넓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이 기금을 수급 조절과 비축뿐 아니라, 유통 구조 개선, 정산, 저장·가공, 유통 정보화까지 포괄하는 시장 안정장치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 기금은 본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유통 구조 개선과 수급 조절을 통해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농안기금은 가격 충격 대응 기능에 집중되어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비축으로 대응하고 가격이 오르면 할인 지원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되며 사후 대응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예산만 낭비하는 대증요법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가격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다. 비축 확대와 할인 지원은 매년 다시 필요해지고, 정부 재정도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농안기금은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증상 완화 비용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러한 문제는 그 예산 구조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6년 농안기금 예산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과 자금 공급이다. 산지 유통 종합자금 융자 약 3200억원, 도매 유통 활성화 융자 약 1460억원이 편성돼 있다. 구조 개혁과 직접 연결되는 예산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 약 300억원, 산지 유통 활성화 약 460억 원, 공영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약 150억원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도매시장 활성화, 경매 중심에서 벗어난 가격결정 시스템 다양화 등 유통 구조 개혁을 위한 예산은 없다. 농식품소비기반조성사업 약 1200억원 등 소비 지원 예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유통개선사업이라는 이름의 예산은 상당 부분이 인건비와 운영비로 구성되어 있다. 유통개선사업 예산은 2025년 576억8900만원에서 2026년 562억4900만원으로 편성되었다. 소폭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건비(유통개선사업운영)를 동일 사업에서 분리해 별도로 신설하면서 2025년 0원에서 2026년 52억7900만원으로 책정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총지출이 확대된 구조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여전히 인건비와 기관운영비로 구성되어 있다. ◇ 재정 지출의 비효율성 결국 재정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농가 수취 개선이나 소비자 가격 안정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설계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지출 효율성이 낮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구조 개혁을 위한 예산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유통 문제는 개선이 아니라 관리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은 재정 건전성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기금운용 자료를 보면, 농안기금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현금성 잔액은 2016년 4829억원에서 2022년 41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2023년에는 322억원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불과 몇 년 사이 기금의 유동성이 크게 약화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재의 농안기금 운용은 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재정지출 효율화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의 본질은 더욱 분명해진다. 재정지출 효율화의 핵심은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다. 핵심은 지출의 성격을 바꾸는 데 있다. 시장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가격 변동은 반복되고, 그때마다 동일한 방식의 재정 소모만 되풀이되고 있다. 즉 지출은 계속되지만, 정책 효과는 누적되지 않는다. 이는 재정지출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다. 반면 구조 개혁 투자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초기에는 일정 규모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거래 구조를 개선하면, 물류비 및 제반 유통비용이 감소하고, 가격 변동성 자체가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되면 비축이나 할인과 같은 사후 대응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결국 재정 효율성은 지출 규모가 아니라 지출 구조에서 결정된다. 반복적으로 소모되는 비용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반복 비용을 줄이는 구조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개편의 방향은 명확하다. 사후 대응 중심의 지출 구조를 구조 설계 중심의 투자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금 내부에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별도 계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비축과 유통 개선이 동일한 계정에서 운영되면 규모가 큰 비축 사업이 항상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구조 개혁 사업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계정이 필요하다. 공공도매법인 구축, 공공 정산 시스템 도입, 온라인 거래 플랫폼 확대, 공동물류체계 구축, 가격정보 시스템 정비 등은 시장 구조를 바꾸는 핵심 투자 영역이다. 여기에 공공수요를 결합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학교급식,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안정적인 수요를 하나로 묶어 산지와 연결하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사후 대응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반복 비용은 줄어들고 정책 효과는 누적된다. 다시 말해 도매와 소매를 공공 유통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존의 할인쿠폰·보조금 중심의 사후적 재정지출 구조를, 유통비용 자체를 낮추는 사전적 구조 개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매년 반복적으로 투입되던 재정을 일회성 인프라 투자로 대체하고, 이후에는 시장 내부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재정 운용 방식의 전환을 말한다. 이는 특히 도매–소매 간 단절로 발생하던 중복 마진과 정보 비대칭을 제거함으로써, 동일한 재정 투입 없이도 소비자 가격 안정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출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결국 정책의 방향은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정 투입 없이도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집행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공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반복적인 재정 낭비를 줄이고, 가격 안정 효과를 상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금 농안기금의 문제는 재원이 부족한 데 있지 않다. 재정이 사후적 가격 대응, 즉 할인·보조 중심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제는 가격을 억누르는 데 돈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지방도매시장 활성화, 거래구조·유통구조·정산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가격이 안정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민생 안정과 시장 효율,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 동시에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900원(4.70%) 하락한 18만100원에 장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증시의 메모리 관련 기업 주가가 6만2000원(6.23%) 내린 9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 37분 기준 17만3400원으로 2거래일 연속 하락 추세다. SK하이닉스도 88만9000원대를 나타내며 하락 중이다. 이는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 여파에 더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구글이 메모리 효율화 알고리즘 모델인 ‘터보퀀트((Turbo Quant)’ 도입을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터보퀀트는 인공지능(AI) 추론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결국 메모리 수요가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시장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두 회사에 약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 구글 터보퀀트, 최대 수혜는 반도체’ 리포트에서 “터보퀀트를 통해 AI 추론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ㅕ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업체 주가가 단기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려면서도 “2025년 1월 딥시크(Deepseek) 공개 이후 엔비디아 주가각 단기 급락(-17%)를 기록했으나, 불과 한 달 내 빠르게 회복하며 오히려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터보퀀트와 딥시크는 모두 저비용, 고효율 AI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향후 5년간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술만으로는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터보퀀트는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개발자와 서비스가 구글 스택 내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 사용자 폭증, 생태계 락인 강화, 플랫폼 지배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는 곧 연산량 증가와 메모리 탑재량 확대로 직결된다”며 “결국 AI 생태계 확장 경쟁의 최대 수헤는 메모리 반대체 업체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0월 우리나라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출범시키며 78년 만에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다. 이번 변화는 검찰 권한 집중을 해소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주요 선진국의 제도와 유사한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 독립 수사기관 출범 준비 본격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공포안’이 24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최종 제정된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중수청법)은 이달 17일 공개된 당정 협의안 내용을 반영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됐다. 중수청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중수청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수사대상 △수사 독립성 △수사역량 제고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민주적 통제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수사대상’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은 국민 권익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거나,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범죄를 전담해 수사하는 기관으로 출범한다.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대범죄 수사대상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했다.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주요 중대범죄는 △대규모 부패‧사기 △주가조작‧불공정거래 등 경제범죄 △산업기술 유출 △군사기밀 누설 △마약류 제조‧매매 △에너지‧정보통신 등 국가핵심기반 공격 사이버범죄 △범죄수익 은닉 △법왜곡죄 등이 있다. 둘째는 ‘수사 독립성’이다. 중수청은 중대범죄수사청장(이하 중수청장)을 포함한 수사관 중심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중수청법에 규정된 직무와 조직에 따라 독립된 수사기관의 지위를 갖는다. 중수청 소속 수사관은 정치 관여 금지 등 일반직 공무원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게 되며, 공소청에 파견되거나 공소청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 셋째는 ‘수사역량 제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중대범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관 교육훈련·자기개발 등을 통해 수사역량을 제고하고, 기존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처우를 보장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넷째는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다.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수사기관 간 중복수사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중수청장에 사건 이첩, 이첩 요청권이 부여된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첩 절차, 대상 범죄 등 세부사항은 하위법령에 규정할 예정이다. 다섯째는 ‘민주적 통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해 민주적 통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제도화했다. 특히, 최대 200명 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중수청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을 심사해 중수청 수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검증도 진행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10월 중수청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와 연계해 수사기관 간 상호협력을 위한 수사준칙, 중수청 직제 등 하위법령을 상반기 내 마련할 예정이다. 형사사법시스템 구축, 입주 청사 마련, 예산 확보 등 중수청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각종 제반사항을 철저히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청 해체, 중수청·공소청 출범으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구축 검찰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며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한다. 먼저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 독립 수사기관으로,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전담하게 된다. 중수청은 최대 200명 규모의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며, 수사관 단일 직급 체계로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했다.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이며,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출범한다. 공소청의 시스템은 지방공소청→광역공소청→공소청 등 3단 체계로 운영된다. 또 검사의 권한 남용을 금지하고, 최대 파면 등 징계를 강화한다. 이번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은 기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며 권력 집중의 비난을 받던 검찰청을 해소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새로운 형사사범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는 권력 집중 해소,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통해 국민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모델은 영국과 미국처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도, 독일 및 프랑스처럼 법원과 제도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된다. 중수청은 독립 수사기관의 역할을 하며 권력 분산을 실현하고, 공소청은 기소 전담으로 각각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수사심의위원회와 권한 남용 금지 규정 등 민주적 통제 장치는 일본의 시민 견제 제도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찰개혁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국민의 권리구제와 인권보장이라는 대원칙을 충실히 담은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이 제정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앞으로 행정안전부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민주적 통제 하에 중대범죄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국민께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출범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 속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예고 없이 위축되고 원가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압력은 특정 기업만 비켜 가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어떤 조직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조직은 작은 충격에도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 되며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변화의 강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방식은 조직이 설계한 체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밖에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안에서 결정된다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내부 구조가 취약할 때 균열이 확대된다. 결국 조 직이 흔들릴 때 점검해야 할 것은 외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무엇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2026-03-21 편집국 기자
얼마 전 필자가 듣는 고전강독 시간에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팔순의 훈장은 자신의 집에 쥐가 들어와 겁을 먹은 아내가 주방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거였다. 방역업체까지 불렀지만 정작 쥐는 잡지 못하고, 쥐구멍 두 개를 막는 데 출장비만 2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80대 중반의 수강생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군 오징어 미끼로 쥐덫을 놓아보세요” 그 한마디에 교실은 금세 어린 시절 이야기로 번졌다. 천장에서 쥐들이 밤마다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는 비료 포대로 천장을 막아 쥐를 몰아 잡았고, 또 누구는 쥐꼬리를 묶어 학교에 가져가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쥐는 그저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식량을 축내는 ‘적’이었다. 그 시절의 농촌은 쥐와의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쥐보다 더 큰 문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omb』의 저자로 유명한 미 스탠포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폴 R 얼리치(Paul R. Ehrlich)가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기사를 전했다. 그는 인구 폭증이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던 생태학자였다.
2026-03-19 윤영무 본부장 기자
핵가족시대,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느린 학습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들을 여전히 ‘예비범죄자’로 치부하거나, ‘홀로 설 수없는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웃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고유성과 상황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지는 지역사회공간이 주어질 때 비로서 이들에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졌다. 소규모의 집단주거공간을 기반으로 공동비지니스를 개발하며, 지역 주민과 어우러져 사는 마을은 만들 수 없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서귀포 상효동 농장에서 시작했다. ◇5천평 귤밭에 분양된 500그루의 희망 3월 26일 오후 2시부터 서귀포시 상효동의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열리는 가족축제는 그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축제 당일에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음악이 곁들인 작은 기념식을 하려고 한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기꺼이 귤나무 분양에 동참해주신 분들, 현재 치료에 전념하느라 마음으로 함께 하며 뜻하는 선한 일이 이루어지
2026-03-16 편집국 기자
오늘(3월 13일) 자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더블린 펍 투어,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요, A Dublin pub crawl, but hold the booze」라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더블린은 아일랜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많은 문학가가 배출된 도시로 유명한 데다 활기찬 펍 문화와 전통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취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니 무슨 까닭일까? 기사를 읽고서 알겠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건강과 음주 습관을 둘러싼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술을 덜 마시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바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분위기를 즐긴다. 결국 술이 중심이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과 분위기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술은 “마실 줄 아는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소주병이 줄지어 서야 친분이 쌓였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통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술을 꽤 마시던 축에 속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
2026-03-16 김소영 기자
마일스톤(Milestone)이라는 용어는 원래 도로에서 목표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돌로 된 이정표를 뜻하는 합성어(Mile+Stone)이다. 프로젝트 또는 기업의 경영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단계나 사건을 의미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대나 여행자가 이동 거리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기 위해 1마일마다 돌로 된 표지판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날 벤처투자에서는 이 개념이 확장되어 ‘지금 이 회사는 어디까지 왔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성장 단계의 기준점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마일스톤이란, 스타트업이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별 목표를 의 미하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적자가 지속되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을 하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을 검토할 때 그 회사가 ‘현재 돈을 벌고 있는가’ 보다는 ‘이 회사가 제대로 성장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 또는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더 중요시한다. 즉, 막연한 비전보다는 단계 별로 검증된 성과제시에 관심이 있다. 이를 보
2026-03-15 편집국 기자
최근 국내에서 미술관·박물관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은 이미 관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로 역할하여 왔다. The Art Newspaper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1위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874만명), 2위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683만명), 3위는 영국의 대영박물관(648만명)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박물관이면서 방문객 수 상위에 위치한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여행사 근무 이후, 필자는 지금까지 파리 방문에서 루브르박물관을 대략 10~20회 방문 했을 것이다. 그만큼 파리 투어에서 루브르박물관은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고야의 옷 입은 마하 등을 소장한 스페인의 프라도미술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 등을 소장한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크림트의 키스를 감상할 수 있는 벨베데레 궁전 오스트리아 미술관 등 인지도가 높은 곳이 많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 라테스의 죽음과 빈센트 반 고흐의 싸이프러스 나무 등을 볼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유명하다. 프
2026-03-14 편집국 기자
커피가 퇴비가 되고, 퇴비가 채소가 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는 치유와 힐링, 위기 대응 먹거리 교육, 사회적경제 활성화, 원 헬스(One Health)의 실천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가 그리는 서울의 청사진이다. 서울의 도시 문제를 따로따로 보면 해법도 흩어진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은 복지 문제로, 반려동물 증가는 생활 문화 문제로, 커피박은 폐기물 문제로, 도시농업은 취미나 교육 문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환경 정책도, 단순한 복지 정책도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 생명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로운 서울 그 출발점은 서울의 생활 구조 변화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보유 가구 가운데 36.4%가 1인 가구다. 서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9.3%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2026-03-13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