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구름빵’의 원작자 백희나 작가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매절계약을 통해 저작권을 양도받은 한솔교육 측이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상품 등 2차적 저작물로 4천억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정작 백희나 작가는 불과 1천850만원에 불과한 수입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가수 조용필 씨가 자신의 히트곡 31곡에 대해 지구레코드사에게 1986년 양도한 복제권과 배포권을 되찾기 위해 법정까지 갔으나 패소한 사건도 있었다. 비록 지구레코드 측이 작년 10월에 조용필 씨에게 저작권을 넘기기는 했으나, 원작자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법무법인 지향 남희섭 변리사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통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근본대책을 살펴봤다.
Q.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 창작물이나 정보지식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게 주된 관심사입니다.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독점권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이를 남용하다보니 사회적 이용측면에서 제약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저작권법의 법적 처벌을 인지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범죄자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청소년의 저작권법 위반건수는 2011년 4천577명에서 2012년 6천74명으로 32.7%가 증가하는 등 청소년을 상대로 한 고소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창작자의 현실을 살펴보니 그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하는 법률인데 현실에서는 창작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득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음반제작사, 출판사, 유통업자들이 창작자와의 불공정 계약을 통해 이득을 얻고 있으며, 독립제작사들도 방송사와의 계약 후에는 모든 저작권을 방송사에 양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창작자의 권리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백희나-조용필법’으로 대변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창작자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현쟁저작권법은 저작권 계약을 전적으로 사적가치, 즉 계약 당사자 간의 자유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계약 당사자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갑과 을이라는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창작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저작권 계약을 사적가치의 원칙에만 일임하지 말고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작권 계약을 사전·사후조정 방안으로 도입하자는 내용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으로는 ▲미래의 창작물이나 이용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양도와 이용허락을 금지하고(제46조의2-사전조정 방안), ▲저작권의 양도나 이용허락 후 예상하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 창작자에게 공평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며(제46조의3-사후조정 방안),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창작자가 저작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제46조의4-사후조정 방안)는 것입니다.
Q. 사전조정 방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요.
A. 사전조정 방안은 창작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출판사 혹은 기획사가 창작자에게 미래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다 넘기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는 무효화하는 개념입니다. 또한 미래 창작에 대해 계약을 하려면 가치평가를 창작을 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알 수 없거나’, ‘알 수 없었던’ 것과 같이 가치평가를 할 수 없는 저작물에 대해 포괄적으로 미리 다 양도하는 경우도 법률로 무효처리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저작권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저작물의 경제적 가치를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당시 저작권을 미리 양도하는 것을 법률상으로 금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Q. 사후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십시오.
사후조정 방안은 크게 베스트셀러 조항과 리셋조항이 있습니다. 먼저 ‘베스트셀러 조항’은 계약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사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 저작자에게 사후적으로 공평하게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저작권 계약에서 약정된 사항이 향후 저작물의 이용에서 생긴 수익이나 이득에 비해 현저하게 불균형한 상태인 경우, 계약 상대방은 저작자의 요구에 따라 저작자에게 공평한 분배가 보장되도록 계약 변경 요구에 승낙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강행규정이며, 계약 상대방이 수익이나 이득을 예상하였는지와는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태와 꼭 들어맞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작가는 ‘구름빵’을 만들 때 캐릭터 ‘홍비’를 큰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구름빵은 백 작가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인 것입니다. 자식을 잃어버린 아픔을 겪고 있을 그녀도 이 조항이 있었다면 향후 출판사 측의 수익부분에 대해 공평하게 분배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리셋 조항’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저작권 계약을 해지할 권한을 창작자에게 부여하는 장치입니다. 한마디로 계약을 할 당시에는 창작물의 가치를 모르니까 가치를 알만한 시점에서 ‘리셋’하고 다시 해보자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저작권법 상으로 터미네이션 권리(Termination right) 조항으로 리셋조항을 마련하고 있으며, ‘일정한 기간’을 저작권 체결일로부터 35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작물의 시장가치를 알만한 시점을 고려하여 10년으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미국에서 터미네이션 조항을 행사한 사례는 슈퍼맨의 창작자인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가 창작한 슈퍼맨을 DC 코믹스와 워너 브라더스에 양도한 사례에서 적용됐습니다. 시겔의 상속인은 1999년에 미국 저작권법 제304(c)조에 따른 계약 해지권 행사를 통보하였으며 슈스터의 상속인은 2013년 저작권법 제304(b)조에 따른 해지권 행사를 통보하여 현재 소송이 계류 중에 있습니다. 사후조항은 창작자가 제작기획사 등과는 대등한 위치가 아니므로, 계약 당시 불리한 입장에서 서류를 작성할 수밖에 없는 창작자의 권리를 회복해 주자는 취지가 있습니다. 이 조항을 통해 창작자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나요.
A. 유럽연합 국가 중 영국과 스웨덴은 비교적 계약자유의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저작자 보호를 위한 예외 규정을 저작권법 등에 두고 있습니다. 그중 벨기에, 프랑스,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저작권법에 공정한 보상을 저작자에게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저작권법 상에 공평한 보상에 관한 조항과 추가 보상에 관한 조항 등을 두어 가장 두텁게 저작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공평한 보상에 관한 조항은 저작권 계약에서 정한 보상이 공평하지 않으면 저작자는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 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추가 보상에 관한 조항은 계약 당시와 향후 수익이 현저히 차이날 경우 이를 보상하는 베스트셀러 조항입니다.
프랑스는 저작물이 예상하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 저작자에게 계약상 보상 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작권 양도 계약의 대가가 정액제인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권리는 저작자가 불공정 계약이나 수익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7/12 이상의 손실을 본 경우에는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법에서 저작자에게 보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계약 체결 후 35년이 경과하면 저작권 양도·이용허락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저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문화예술계의 표준계약서 제·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저작권 보호에 얼마나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표준계약서는 현재 강제성은 없고 단지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뚜렷한 국내 기업환경에서 대등한 관계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제작기획사 등이 표준계약서를 일부러 사용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섣불리 주장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표준계약서 내에도 당사자 간의 기여도에 따라서 이익배분을 하는 등 확정적이지 않은 조항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결국 당사자 간 협상이 필요하게 되므로, 다시 을의 입장에 있는 창작자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표준계약서를 넘어서는 보다 강력한 법조항 개정이 필요합니다.
Q. 앞으로 활동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A. 우선은 ‘백희나-조용필법’으로 대변되는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작업에 저의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학자, 실무담당자, 정책입안자들과 함께 모여 의견을 교환하며 한국 사회에서 저작권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사회구조적 병폐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