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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천만원 짜리 ‘자동차 뽑기’, 언제까지?

한국소비자들만 가질 수 없는 권리


우리는 참으로 냉혹한 현실에 살고 있다. 수천만원 짜리 자동차를 사면서 ‘운’에 맡겨야 하는 게 한국 소비자들의 현실이다. 새 차는 관련 법규를 찾아봐도 교환·환불을 강제하고 있는 규정이 없고,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나도 그 결함 자체를 소비자가 증명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객 대응 가운데 ‘무대응’이 가장 많다. 해외에서는 그러지 않은 자동차 회사들도 국내에만 들어오면 돌변한다. 한국소비자들만 가질 수 없는 권리를 뽑아봤다.


신차 교환·환불 강제 규정 … 국토부 도입 논의 중


“제발 뽑기가 잘 되길 빕니다”, 신차 구입과 관련해 자동차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이런 글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수천만원을 들여서 차를 구입하는데 ‘뽑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우리나라는 자동차회사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비자보호가 허술하다. 전세계적으로 디젤게이트를 불러일으킨 폭스바겐의 한국에서의 대응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이유다. 소비자가 자동차 하자와 관련해 하소연 할 곳이라고는 한국소비자원밖에 없다.


이마저도 ‘분쟁해결기준’이 ‘차량 구입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과 관련해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또는 1년 이내에 4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환불’을 해주도록 돼 있어 중대한 결함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더 나아가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는 자동차결함신고센터를 운영
해 신고를 받고 있지만 신고인의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중재(조정)역할의 법적 권한은 없다. 신고사례가 많아지면 정부기관 주도로 제조사와 합동 조사를 벌여 원인을 찾아 자체결함이 밝혀진다면 리콜명령을 내릴 뿐이다.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와 ‘이상이 없다’는 제조사와의 끝날지 모르는 싸움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에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28일 신차 구매 후 일정기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될 경우, 교환·환불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레몬법은 언제?


미국은 일명 ‘레몬법’이라고 해 1975년 제정된 소비자 보호법이 있다. 레몬법의 어원은 오렌지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집에 와보니 오렌지를 닮은 레몬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자동차와 관련해서 ▲신차결함 발생 시 약 2만9천㎞나 18개월이 되기 전에 운행 시 사망이나 중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하자가 2회 이상 발생 ▲일반 고장으로 4번 이상 수리를 받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수리기간이 30일을 넘을 때는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사항이다.


구매 시 차량 가격에다 세금 등 기타 비용까지 반영해 교환 받을 수 있고, 환불 시에는 수리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주별로 구매가의 2배를 보상하는 것과 더불어 법정소송비까지 물게 하는 곳도 있다. 워낙 강력해 메이커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미리부터 적극적으로 조정해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과거 법을 도입할 당시 자동차 회사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지만 결국 소비자 보호와 함께 미국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도 2013년 일명 ‘삼포법’을 시행했다. ‘수리·교체·반품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자동차 결함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판매자는 법이 정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 고객들은 차량 구매 후 60일(3000km) 이내에 주요 부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차량을 무상교환 할 수 있고, 2년(5만km) 이내에는 교환 및 반품, 3년(6만km)이내에는 무료수리를 받을 수 있다.




차량의 결함을 증명해야 하는 소비자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교환·환불 규정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인 법구조상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소송으로 가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건 마찬가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미국이나 EU 등의 국가에서는 제조사 측이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차량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혹여 제조사가 패소하더라도 보상적 보상체계로 돼 있는 우리 현실상 결국 회사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것이 현행 우리 제도다.


징벌적 보상제도 도입 목소리 높아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통상 불법행위가 악의적이거나 기만 등에 의해 행해지는 등 불법성이 가중적인 경우 또는 피해자의 손해가 통상적인 배상만으로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 피해자는 자신이 현실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외에 더 많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초과적인 배상제도를 말한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된 이 제도는 미국에서도 도입 시행되고 있다. 우리의 손해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비도덕적인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미국은 징벌적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어 회사가 패소하게 될 경우 피해액의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도요타가 2010년 급발진에 늑장 대응으로 벌금으로만 우리 돈으로 1조를 넘는 액수를 부과 받은 것이 그런 사례다. 폭스바겐도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우리나라에도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보상제도를 도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는 2~3만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로 전형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자기 자동차의 문제점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법률서비스 증대, 활발한 동호회 활동 등으로 정보의 역진성은 줄어들고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제조국으로서 자동차 분야에서 소비자와 관련된 제도는 아직도 자동차 제조국이 아닌 나라보다도 못한 후진국 수준이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니 인터뷰


신차결함, 시동꺼짐, 오작동, 차량쏠림 등 수만 개의 부품과 전자계통 장비로 이루어진 자동차는 당연히 불량과 오작동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량에 이상을 느낀 소비자가 기업·정부에 하소연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직접 어떻게든 차량의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만나게 되는 한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이다.


2001년 1월 구입한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차량이 달리는 도중 사이드미러가 접히고, 자동차 창문이 내려가는 오작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수리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이 회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작동과 고장이 반복됐다. 결국 이 회장이 차를 교환받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5년. 긴 기간 동안 대기업과 싸우면서 이 회장의 인생은 바뀌었다.



Q. 벌써 15년째이시네요.


A. 이렇게까지 길게 계속될지는 몰랐어요. 하지만 억울한 소비자들이 전화가 오면 모른 체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다 겪어봐서 얼마나 억울하고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렇게 연락오는 사람들 상담해 주고, 사건 같이 해결해 주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Q. 대부분 상담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찾아오시나요.


A. 소비자원 가도 안 되고, 기업을 만나도 안 되고, 여기저기 헤매다 상담을 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소비자분들이 일단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잘 모르십니다. 소비자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인데도 대기업이라는 이름에 위축돼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도 잊고 계세요.


Q.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이 어떤 공권력이 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서 무대응을 할 것도 같은데요.


A. 네 맞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방법으로 대응했습니다. 언론에 제보도 하고, 그것도 안 될 때는 며칠 밤을 새워서 동영상, 플래시 등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 했습니다. 대응할 때까지 하는 겁니다. 그것 하려고 동영상 편집 배우고, 플래시 만드는 방법들을 직접 배웠습니다.


Q. 명함을 보니 자격증이 참 많으세요.


A. 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명함에 있는 교통사고감정사, 자동차전문평가사, 소비자전문상담사 자격증은 이 일을 하면서 다 딴 자격증입니다. 많은 상담을 의뢰해오기도 하고, 제 상담이 믿음도 가야하니까요.


Q.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일단 우리나라 법이 약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레몬법 등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도 자동차회사는 차 값만 물어주면 되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회사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대응에 나설 필요가 없는 구조입니다.


Q. 언제까지 계속 활동하실 계획이신가요.


A. 제가 힘이 있을 때 까지는 해야죠. 계속 연락이 오는 억울한 소비자들과 자동차업체들의 잘못된 행태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힘이 있을 때까지 자동차업계의 잘못된 점을 계속 바꿔나갈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일반 국민과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이 있고, 나라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 져야 합니다. 요구할 것은 당연히 요구하고, 바꿔나가야 할 것들은 우리가 바꿔 나가야 합니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은 허위과장광고를 없애고, 전산조작·사기판매 근절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개별소비세 환급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6개 업체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하는 등 자동차업계의 많은 것들을 바꿔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실제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은 전자계통 제조업체의 대표다.


회사의 대표로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에 회사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지방에 출장 간다고 말한 뒤 회사에서 나와 사고차량 보러 한걸음에 달려가기도 한다. 새로 산 차에, 또는 갑자기 차량에 이상이 생겨 해결책을 찾지 못해 막막하기만 한 이들에게 작지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정주 회장. 한국 자동차업계의 잘못된 질서를 바꿔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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