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고금리 대출을 빌미로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퍼뜨린 사금융업자에게 법원이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까지 모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5월 29일 20대 남성 A씨가 불법 사금융업자 6명을 상대로 제기한 ‘기지급 원리금 반환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A씨는 총 15차례에 걸쳐 510만원을 빌렸고, 이에 대해 최고 연 4171%의 이율이 적용돼 890만원을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후 상환이 지체되자 사채업자들은 담보 명목으로 확보한 A씨의 나체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고, 추가 유포를 협박하며 추심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지급한 원리금을 모두 돌려주도록 했고, 나체사진 유포 및 협박이라는 추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200만원의 손해배상 지급을 명령했다.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은 이 판결이 불법·반사회적 대부계약의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이자에 대해서만 무효로 인정됐을 뿐, 원금까지 반환하라는 판단은 없었다.
이번 판결은 피고들이 A씨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자백 간주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다. 금감원과 공단은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 위반 시 법률행위 무효 조항)를 적용하며 적극 변론했으나, 피고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다음 달 22일 시행 예정인 개정 대부업법 이전에 체결된 대부계약도 원리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로 간주된다.
한편, 금감원과 공단은 2023년 12월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그 지원 사례 중 첫 판결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