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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방재정개편안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날선 대립

“재정격차 줄인다” vs “지방자치 죽이기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단식투쟁, 시의원·시민들의 피켓시위, 1만5천여 명(경찰 추산 9천명) 시민의 상경집회 등 지난 2달, 서울 광화문이 시끌시끌했다. 시민단체와 지역 시민들의 피켓시위가 이어지던 와중 6월7일(화) 고양·과천·성남·수원·용인·화성 6개시의 단체장들이 폭염 속에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투쟁에 고양·과천·수원·용인·화성 5개시 단체장들도 릴레이로 동참했다. 이어 각 시도 시의원들과 시민의 피켓시위, 상경집회가 연이어 벌어졌다. 바로 지난 4월22일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개편안 때문이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방재정개편안에 따르면 정부의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 6곳의 예산은 당장 내년부터 총 5천억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폭염 속에 목숨을 담보로 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농성은 11일 만인 6월17일 중단됐지만, 이미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7일 이재명 성남시장의 농성장을 찾아 단식농성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면서,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단식농성을 마치고 이재명 시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SNS를 통해 “권력과 재화의 중앙독점화는 정상적 사회를 가로막는 장벽이며, 역사가 발전하는 방향도 아니다”라며 “단식농성은 끝났지만,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정상사회로 만들기 위한 저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불교부단체 6곳, 예산 총 5천억원 가량 줄어


애초 정부의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 6곳은 그동안 경기도내의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도의 조정교부금 우선배분특례의 폐지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정부의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인 6곳은 적게는 200여억원, 많게는 1천400억여 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군교부금은 도내 시군 간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인구수(50%), 징수실적(30%), 재정력지수(20%)를 기준으로 시군에 배분한다. 정부개편안은 바로 이 배분기준을 손봤다. 인구·징수실적 반영비율은 낮아지고, 재정력지수 반영비율이 확대된다. 정부는 제도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재정력지수 반영비율이 50% 까지 확대가 필요하며, 최소한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30%가 마지노선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경기도가 두고 있는 불교부단체 6곳에 대한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를 폐지한다. 배분기준을 개선하더라도 특례가 지속될 경우 개선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조정교부금 제도개선으로 자치단체 간 격차를 줄이고, 형평화 기능을 손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식투쟁을 시작하며 “성남시는 현재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성남시민 세금 중 55%를 경기도에서 다른 시군 지원에 쓰고, 나머지 45%를 성남시가 쓰고 있다”면서 “이런 45% 가운데 20%를 더 가져가면 성남시는 일반회계예산 1조5천억원 중 7%가 넘는 1천51억원 이상의 세입이 매년 줄어들어 재정이 악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간 재정불균형은 근본적으로 자치단체간의 문제가 아닌 정부의 해결과제”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지방소비세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지방세 비과세 감면축소 등 매년 4조7천억원의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오래된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성남시를 예로 들면 세입이 1천억원 삭감될 경우 중단되는 성남시 자체사업에는 ▲시립의료원 건립 ▲각종 복지관, 공영주차장, 도서관 등의 신설 ▲산후조리비 지원 ▲학교 교육과 보육료 지원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공동주택 공동시설 보조금 지원 ▲복지종사자 처우개선 ▲국가유공자 수당 지원 ▲교복 지원 ▲어르신 일자리사업 ▲청년배당 등이 꼽힌다.


이재명 시장과 함께 단식농성에 릴레이로 참여하고 있는 5개 지자체 장들도 한목소리로 “정책의 당사자인 기초자치단체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고, ‘묻지마’식으로 정책을 발표했다”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재정문제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만으로 주무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채인석 화성시장 지역 곳곳 순회


염태영 수원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24시간 단식농성을 벌인 뒤 지역 곳곳을 돌며 지방재정개편의 문제점을 알렸다. 이들 시장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됐다”며 “수원시를 비롯한 6개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반대서명으로 불붙기 시작했고, 시장들의 1인 시위와 단식농성으로 더욱 결연한 반대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행자부는 이런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사실 왜곡,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도 모자라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자치와 분권의 싹을 지켜내겠다”며 “지방자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단식 농성에 임하고 있는 분들의 진심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저희들이 전국을 발로 뛰는 동안 시민들께서 저희들의 단식농성장을 채워주실 것”이라며 “자발적이고 뜨거운 시민들의 참여가 있기에 저희들은 이번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말하는 지방재정의 ‘책임성’은?


정부는 지자체간 형평성 문제를, 지자체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통해 중앙정부 지자체간 수직적 분배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학자들은 현재의 논란을 어떻게 볼까.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국내 재정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재은 경기대학교 명예교수(현 수원시정연구원장)는 “현재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개혁안을 적용하면 재정자립도에서 오히려 순위역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를 개선한다는 명분이 그럴듯한 논리를 보이지만 정밀한 검토와 형평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을 살펴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4월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 결과 발표에서는 ‘지방재정의 책임성 강화방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는 행정자치부가 한 달 뒤에 발표한 내용은 ‘지방재정 형평성, 건전성 강화’ 방안이다.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책임성 강화를 위해 자율성을 없애겠다는 내용의 결론이다.


정부가 자치단체간 재정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제시한 자료도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서울 본청과 전남 본청의 재정자립도를 단순 비교해 재정자립도가 최대 64.6% 차이를 보인다고 제시했다. 이재은 교수는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조세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단순비교하면 안 된다”며 “재정제도를 바꾸는 중요한 일이라 치밀한 분석과 충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으로 조례 무력화, 자치입법권 침해 논란


이번 지방재정개편안으로 불거진 재정분권의 문제는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그 어떤 상의도 거치지 않았고, ‘묻지마’식으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고, 성남시의회 김용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위임된 사항을 적법절차를 거쳐 경기도에서 정한 조례를 중앙정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려하는 모습 때문이다.


자치입법권의 침해라는 지적이다. 조수진 변호사(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지자체의 재정자주권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권은 보장된다”면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능하지만, 지자체의 재정고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동의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세금을 과도하고 다른 지방으로 이동시키는 경우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제 개헌 쟁점으로 불 옮겨 붙어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으로 발발한 논란은 지방자치제 개헌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자치단체와 토론을 비롯해 수차례 회의, 간담회를 거쳤고, 이번 개혁안이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했던 재정형평성 강화노력의 연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행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시행령으로 폐지하려고 하면서 당사자인 6개시와 경기도에 어떤 의견수렴 절차도 구하지 않았다.


이에 논란은 지방자치제도 즉 지방분권에 대한 개헌 논의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6월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방분권 입법과제와 실천방안 토론회’를 열고 쟁점을 이슈화했다. 조충훈 순천시장(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개원 직후부터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앙·지방 간 합리적인 권력분립을 골자로 하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역시 개헌논의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의 국가경영시스템은 중앙정부에게 중요한 일을 다 맡겨놓고 있으나 감당할 능력도 의욕도 없고, 지방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손발이 묶여 있어 주민을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며 “20대 국회의 가장 큰 과제는 중앙정부의 과부하를 해소해 국가의 큰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서 지방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해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국가작동 불능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방 분권을 제시하며 “현행헌법이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보장, 지방분권형 국회 양원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가 처음부터 개헌 논의를 주도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개헌담론을 열 수 있도록 국회가 지원 하고 경청하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개헌의 추동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패널로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4.13 총선시, 전국시장. 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지방자치 9대 핵심의제’를 각 당에 전달하고 공약화를 촉구했다”면서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핵심적 입법 과제로 지방재정의 실질적 확충, 중앙과 지방이 수평적 입장 에서 소통할 수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 등을 꼽았다. 정순관 순천대 교수는 “시대적 요구인 지방분권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입법심의권을 갖는 지방분권특위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지방을 통제하는 개념에서 탈피해야


1995년 6월27일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열리면서 지방자치가 올해로 21년을 맞았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교육자치 확대 등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재정은 중앙과 비교해 2할대에 머무르면서 2할자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24일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중앙과 지방이 업무영역이 명확히 구분이 되고 그에 따른 재정이 분할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면서 “이제 20년 정도 실시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재정으로 지방을 통제하는 개념에서 탈피하고,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제대로 검토를 해서 재정할당을 과감히 변경을 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 필요


이번 지방재정개편안 사태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시행시점을 곧바로 내년으로 잡으면서 더 큰 반발이 야기되고 있다. 21년차를 맞은 지방자치제도는 시작된 이후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제도 20주년을 맞아 거창하게 ‘지방자치박람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주민이 행복한 생활자치’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여기에는 자치입법권 강화, 자주재원 확충, 지방재정의 건정성과 책임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미래사회의 최고가치는 다양성이기 때문에 미래 정치질서는 지방분권”이라고 말했다. 그럴 듯한 비전선포보다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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