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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출시 반년 만에 기로에 선 ISA의 기구한 운명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지난 3월14일 새로운 만능통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약칭 ISA가 출범했다. 금융업계는 ISA에 ‘절세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ISA는 출시 한 달을 기점으로 갖가지 문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출시 반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선 ISA의 기구한 운명을 들여다보았다.

ISA에 첫 해에만 10조원 이상 몰릴 것이라는 금융기관의 기대는 망상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9일 기준 ISA 총 계좌 수는 약240만개, 총 잔고는 2조8천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 장기펀드 같은 다른 비과세 상품과 비교했을 때 첫 6개월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ISA가 출시 될 때만해도 금융기관들은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가입자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입자들을 끌어 모았다고 판단했는지 마케팅과 영업은 소극적으로 변했고, 생각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자 소비자들도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월 금융투자협회는 “기업은행의 ISA 수익률 공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히며 ISA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켰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금융당국은 ISA의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라는 본질은 감추고 호도하면서, 소비자 피해보다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현재의 행태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의 한 달을 못 버틴 ISA

ISA는 한 계좌에 예금, 적금, 펀드, ELS, RP, DLS 등 갖가지 금융상품을 묶어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 운용 관리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한 번에 관리하면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출시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출시 첫날인 3월14일에만 32만2천990명이 금융사를 찾아 1천95억원을 맡기고 돌아갔다. 이후 3월29일에는 가입자수 102만7천633명을 기록하며 출시 12일 만에 100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3월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본점에 방문해 ISA에 직접 가입하면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준비한 ISA가 출시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직접 ISA에 가입해보니 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ISA만의 특징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호평했다.

하지만 ISA의 인기는 출시 한 달 만에 시들해졌다. 3월말 가입자 수 100만을 넘기는 흥행을 이룬 ISA는4월의 문턱에 들어서며 가입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4월 ISA 가입자 수는 3월 대비 52.6%나 감소했고 5월에는 36.5%, 6월에는 36.8%가 줄었다.
깡통 계좌만 넘치는 ISA

2014년 금융위원회가 도입 의지를 밝힌 ISA는 탄생부터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투자업계의 손발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올해 3월 ISA는 세상에 나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출시 당시 ‘만능통장’이라 부르기보다 ‘국민통장’으로 불리길 바란다며 ISA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통장’으로 불려야 했던 ISA는 지난 반년동안 서민과 중산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국민 대신 ‘깡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업권별 ISA 가입자의 잔고 분포는 3월말 기준 1만원 이하 계좌는 92만5천 좌로 전체의 76.9%, 1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구좌는 16만7천 좌로 13.8% 수준이었다. 실질적인 투자라고 보기 힘든 10만원 이하 구좌가 90%수준으로 깡통이라는 별명이 어색해보이지 않았다.

반면 6월말 가입자의 잔고 분포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다. 1만원 이하 계좌는 136만7천좌로 늘어났고 1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계좌도 56만6천좌로 증가했다. 특히 10만원 초과 1천만원 이하 계좌도 35만8천좌로 급증하며 출시 3개월 만에 실질적인 투자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다. 하지만 6월 가입자의 전체 비율을 따졌을 때 여전히 10만원 이하 계좌가 8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활을 걸고 만들어낸 ISA통장이 깡통통장이라는 오명을 쓰자 금융당국은 “ISA는 3~5년 장기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우선 가입자들이 계좌부터 개설한 이후 본격적으로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가입기간이 경과하면서 지적되고 있는 소액계좌 수가 줄어들고 계좌 잔고도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ISA


깡통계좌와는 또 다른 문제로 ISA가 본래 취지인 ‘중산층과 서민 재산 불리기’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ISA가입자들 가운데 연소득 5천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 소득 3천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기준 24%로 15세이상 29세 이하 청년층(5%)을 합쳐도 30%에 채 미치질 않는다. 정작 ISA의 혜택을 누려야 할 중산층과 서민층은 ISA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중산층과 서민층의 가입률이 낮은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의무 가입기간 때문이다. ISA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은 각각 5년과 7년 의무 가입기간(근로소득 5천만원 이하는 3년)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중산층가정이나 서민가정에 3~5년 가까이 자금을 묶어두는 일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ISA는 여유자산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빚만 늘어나고 소득은 정체되어 있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 ISA에 수년간 돈을 묵혀둘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울러 ISA는 연봉 5천만원 이상 대상자에 대해 가입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연봉이 5천만원인 부잣집 자녀는 ISA에 가입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럴 거면 가입제한 규정을 왜 만들었느냐”고꼬집었다.

또 지난 6월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이 포기하는 항목으로 1위가 취미·여가생활, 2위가 저축, 다음으로 인간관계, 결혼, 노후준비 순으로 나타났다. 저축을 포기할 정도로 힘든 이들에게 ISA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

절세금융상품, 불완전판매의 온상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은행원의 권유로 가입한 ISA 때문이다. 지난 3월 전세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을 찾아갔다. 전세대출을 받으러 온 A씨에게 은행원이 건넨 것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였다. 광고를 통해 들어는봤지만 실제로 어떤 상품인지 잘 몰랐던 A씨는 은행원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기로 했다. 은행원은 “현재 연봉이 3400만원이시네요. 이번에 나온 ISA에 매달 50만원씩 3년만 정기적금처럼 납부하시면 이후에 투자 수익이 났을때 최대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요즘 어딜 가서도 이런 혜택은 못 받으실 겁니다. 정부에서 지원해 줄 때 안 챙기면 나중에는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실 수 없어요”라며 A씨를 유혹했다. 은행원의 말을 듣고 A씨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말 때문에 일단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나 ISA에 가입한지 반년이 지나서,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A씨의 예비 신부가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 봄에 결혼을 하게 되면 임신한 아내는 일을 쉬어야 한다. 또 일반 회사에 다니는 아내가 다시 복직할 가능성도 예측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A씨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한다. 결국 A씨는 반년 정도 부은 ISA통장을 해지하기 위해 은행으로 나섰다. 하지만 은행원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중도 해지하시면 그 동안 납입한 원금보다 더 적은 돈을 받게 됩니다”라는 것이다. A씨는 “정기적금처럼 매달 납입하면 차곡차곡 쌓이는 돈인 줄 알았는데 원금 손실은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은행원은 “가입할 때 미리 원금손실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말했지만 A씨는 “은행원이 비과세 혜택이나 장점만 주로 설명하다 보니 원금손실은 까맣게 잊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실제 A씨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ISA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후 손해를 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내 놓는 ‘서민을 위한 절세금융상품’에서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가 절세를 내걸고 선심을 쓰는 듯 하지만, 대놓고 가입자를 우롱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불리한 점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장점만 열거하는 불완전판매형식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절세금융상품은 중산층이나 서민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금융사를 지원하는 일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적을 채워라 ISA

이런 와중에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가입한 ISA계좌 가운데 3분의 1이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에 제출한 ‘금융사 임직원의 자산 ISA 가입현황’자료에 의하면 은행에 개설된 자사 임직원 ISA계좌 6만9천여개 가운데, 1만원 이하 계좌는 2만5천개로 36.2%가 깡통계좌 인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의 경우도 비슷했다. 증권사 자사 임직원 ISA계좌는 총 2만개로 이 중 1만원 이하 깡통계좌는 6천개로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의 금융사 임직원들이 자사에 ISA 계좌 개설을 하며 실질적인 투자 목적 보다는 계좌 개수 실적을 올리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병두 의원은 “금융사 임직원의 자사 ISA 가입률이 60% 수준이지만, 1만원 이하 깡통 계좌도 상당수”라며 “이런 행태는 금융업계간 과도한 경쟁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내실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 ISA 통장이 제대로 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사 임직원들의 깡통계좌와 관련해 임직원 개인 욕심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과당경쟁을 방치하고 불완전판매를 유도한 금융위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5월 금융노조는 ISA 대책위를 구성하고 ‘ISA 사태 책임은 전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백운선 금융노조 사무처장은 “ISA 성과는 금융당국이 모두 챙기고 이에 대한 책임은 금융회사와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금융위원회의 작태에 분노한다”며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금융노조는 “ISA 출시 전부터 은행들 간 유치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 2월25일 은행연합회에 ISA 과당경쟁 자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또 3월 2일과 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국장 및 과장을 직접 면담해 ‘은행들의 과당경쟁으로 불완전판매 우려가 크기에 KPI 반영 금지 및 과당경쟁 자제 방안을 즉각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3월15일 ‘ISA 출시 첫날 가입현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첫날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금융회사 간 경쟁이 반드시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 일주일 판매량이 많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예단하기 곤란하다’, ‘소액계좌가 많은 것은 ISA 상품 특성상 가입자의 다양한 이해관계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금융노조는 “사실상 ISA통장을 깡통으로 만든 장본인은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방치하고 불완전판매를 키운 금융위원회”라며 금융위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ISA 해지금액만 1000억원

금융업계가 깡통계좌를 두고 갑론을박하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ISA에 가입했던 가입자들이 하나 둘빠져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9월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말까지 은행 ISA 계좌 해지로 반환된 투자금이 1017억원, 건수만 약 7만5천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ISA 누적 가입 고객이 222만6천명, 가입금액이 1조9천743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약 5%이상 금액이 밖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월별 신규 가입금액은 7월에 들어 4천억원 대에서 1천억 원대로 급격하게 떨어졌으나 해지 금액은 매달 두 배씩 증가해 7월 418억원을 기록했다.

박용진 의원은 ISA 가입자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일임형 ISA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출시한지 3개월이 지난 ISA 상품 중 국민·기업·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일임형 ISA 총 34개 상품 가운데 12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ISA의 신화 영국

국민 소득 늘리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우리나라 ISA 통장은 깡통, 부자 감세 등 각종 부정적 수식어가 붙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ISA의 고향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47%가량이 ISA에 가입했으며, 자산 규모만 642조원을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지난 9월2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영국의 ISA 확장과 라이프타임 ISA 도입’ 리포트를 내며 영국의 ISA 성공 비결을분석했다.

한국의 ISA와 일본 NISA의 모델이 된 영국의 ISA는 지난 1999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종합저축계좌로 처음 출시됐다. 당시 영국은 국민의 저축률 향상을 목표로 ISA 통장을 10년 기한으로 도입했으나 이후 ISA 통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2008년영구화 됐다.

우선 영국 ISA 가입률과 자산규모가 눈에 띈다. 현재 영국 ISA는 18세 이상 인구의 약 47%가 가입한 국민 통장이다. 게다가 자산규모는 2000년 시행 첫해 대비 4.3배나 성장했다. 2016년 4월 기준 ISA 자산은 예금형 ISA에 2천525억 파운드, 증권형 ISA에 2천681억 파운드로 총 5천206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를 한화로 계산 시 약 642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금액이다.

게다가 ISA를 소득구간별로 나누었을 때 2014년 기준 전체 가입자의 약 73.5%가 소득 3만 파운드(약4천300만원)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KB연구소는 “비과세 혜택 외에도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려사항인 인출이나 가입기간 등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점이 저소득층의 가입유인 요소로 작용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의 ISA는 1999년 도입 이래 적립한도 및 가입대상 상품 확대, 각종 제한 완화 등 제도를 개정하며 가입자의 관심을 유도 했다. 영국 ISA의 시행초기 연간 적립한도는 증권형의 경우 7천 파운드,예금형은 3천 파운드 였으나, 이후 한도 통합 과정을 거쳐 2017년까지 2만 파운드로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2011에는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Junior ISA를 도입해 부모 세대가 자녀세대의 미래 자산 형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2016년 기준 Junior ISA의 유형에는 예금형·증권형이 있으며 연간 적립 한도는 4천80 파운드로, 다른 ISA와는 달리 계좌보유자가 18세가 되기 전에는 자금 인출이 불가능하다.

ISA의 진화 ‘NEW ISA’

압도적인 가입 비율과 자본금액, 제도의 유연함을 자랑하는 영국의 ISA는 2008년 영구화 이후 2015년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했다. 바로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Help to Buy ISA’의 도입이다. 2015년 12월 도입된 Help to Buy ISA 제도는 서민층 주택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주택금융제도 “Help to Buy”를 ISA로 확대한 것이다. 
Help to Buy ISA는 전용 예금형 ISA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적립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최초 주택 구입 시 정부가 25%의 보너스를 비과제로 지원한다. 계좌 개설시 최대 1천 파운드까지 예치할 수 있고 매달 최대 200파운드를 적립하면 계좌 개설자가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로부터 최대 3천 파운드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와 함께 영국은 주택구입과 노후 대비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Lifetime ISA(LISA)를 도입하기로 했다. LISA는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 할 때 정부가 매년 말 해당년도 적립금의 25%를 보너스로 부여하는 제도다. LISA는 개인 단위로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부부가 공공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연간 최대 2천 파운드의 보너스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ISA는 시기상조

ISA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책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ISA 통장을 ‘국민통장’으로 불러 달라며 자신이 직접 ISA에 가입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와 부정확한 수익률 공시 등으로 가입자들의 신용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 ISA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이에 ISA에 대해 출시 전부터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 온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아래는 조남희 대표와의 미니 인터뷰다.

Q. ISA가 금융사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있다.

A. 그렇다. ISA를 운용하는 금융사는 수익이 발생하거나 손실이 일어나는 것과 관계없이 수수료를 받아간다. 하지만 실제 상품 가입자인 국민은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 발생분 만큼 혜택을 보지만 손실에 대한 대응책은 없다. 또 ISA는 수수료를 두 번 뗀다. 기본 ISA 계좌에 대한 1차 수수료와 통장에 담기는 상품마다 2차 수수료가 붙는다. 하지만 ISA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가입자들은 이런 시스템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 ISA의 이익은 전적으로 금융사에 돌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ISA는 서민용 상품이 아니다.

Q. ISA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에서 세제 혜택을 높이고 가입자 저변을 확대시키겠다고 한다.

A. 현재와 같은 금융 시스템 속에서 ISA같은 상품은 사실상 존재하기 힘들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에서 세제혜택을 늘이고 가입자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현재 나오는 지적에 대한 책임 면피용에 불과하다. 가입자 저변확대는 지금상태에서 필요 없다. 과거에 비해 금융상품은 굉장히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부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이 현재의 금융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또 세제혜택을 늘이겠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금융당국의 소망일 뿐이다. 세제혜택은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에서 최종 허락해야만 가능하다. 매년 평균적으로 3천3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세제혜택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주장하는데로 세제혜택을 늘이거나 가입자 저변을 확대할 경우 기재부에서 감당해야할 세수가 8천억에서 1조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과연 이를 예산 당국에서 승인할까? 실질적으로 국민이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꾸만 실현가능성이 후순위에 있는 것들을 제시한다. 금융당국도 IS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는 점이 여기서 티가 난다.

Q. ISA 한국 도입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가?

A. 절대적이라는 말은 없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도입이 힘들다는 것이다. ISA같은 금융상품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물적·인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ISA를 실시하고자 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의무가입기간을 대폭 줄이고, 가능하다면 세제혜택도 늘여야 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한도를 높여주거나 기간에 변동을 주는 등 소득별 차등화와 함께 현재의 수수료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 때가 된다면 한 번 도입해 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ISA에 가입 안하는 편이 속 편하다.

수렁에 빠진 한국형 ISA

세상에 출시 된지 겨우 반년이 조금 지난 ISA에 대한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ISA의 발상지 영국에서 ISA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바람처럼 ‘국민통장’으로 자리 잡으며 지금까지도 국민들에 사랑받으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굳건히 자리 잡아 온 영국의 ISA와 이제 걸음마를 뗀 우리 ISA를 비교하는 일은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네 탓’ 이라며 서로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눈앞에 보이는 불 끄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이제는 본질로 돌아 갈 때다.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ISA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오르길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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