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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위기는 개혁 추진의 절호 기회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서 조금씩 햇살이 비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0.3% 성장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까 조마조마했는데, 지난 4분기 –0.4% 역성장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수출은 여전히 마이너스이지만 개선되고 있다.

 

지난 3월 무역수지는 46억달러 적자였는데, 올해 1월 125억, 2월 52억 적자에서 점차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수출 규모도 작년 9월 이후 6개월 만에 550억 달러대로 회복했다. 무역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반도체 회복이 급선무다. SK하이닉스 1분기 발표에 따르면, 3.4조원 적자였지만 시장 전망보다는 양호한 편이고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가 개혁을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그 국가가 어려울 때, 그 중에서도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성장하는데, 누가 개혁을 달가워하겠는가. 혹자는 경제 성장을 하는데 개혁할 이유가 있는가하고 되물을 수 있다.

 

경제성장이 지속된다고 해도 성장 속에서도 나쁜 습관과 모순과 문제를 쌓이는 법이다. 건강한 사람도 운동 안 하고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건강을 해친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과거의 나쁜 습관 때문에 큰 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늘 운동하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병을 발견해 수술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그렇듯 이 경제가 순조로운 듯 발전되고 있다고 해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경제가 좋으면 아무래도 개혁을 꺼린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기면 이때야말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개혁의 지속가능한 조건

 

국가 개혁은 누가 추진하는가. 오직 한 사람,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또는 총리만이 할 수 있다. 그 아래 장관도 할 수 없고, 여야 대표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이 짊어지어야 몫이다. 일단 노동, 연금, 교육의 3대 개혁의 선정은 적절한 것 같다.


개혁 과제와 일반적인 정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개혁 과제는 부조리하고 나쁜 관행과 시대에 맞지 않은 제도와 의식 등이 오랫동안 누적된 복합 덩어리다.

 

개혁 과제는 신속하고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개혁 과제는 이해 당사자들이 있어서 거센 반발이 예상될 것이다. 

 

이를 테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진흥시킨다든지, 공항이나 지하철을 건설한다든지 하는 정책은 일반적인 정책에 해당된다. 그런 정책은 정부 예산을 투자하고 정책 추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대규모 공항을 건설할 경우 소음 지역 주민들이 반대할 수 있지만, 주민 이주 등 여러 조치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부흥을 위한 여러 법안과 보조금 정책은 개혁이 아니고 일반적인 정책에 속한다.

 

일반적인 정책은 좋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고, 선심성 정책이거나 설익은 정책의 경우 오히려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반면에 개혁 과제는 입에 쓴 약을 먹고 수술을 받는 것과 같으므로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엄청난 반발을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은 개혁과제라고 하기에 합당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민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면 다른 개혁도 탄력을 받을 것이고, 프랑스 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건강한 활기를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의 부패 청산은 초기에는 개혁 과제로 볼 수 있었는데, 정적 제거, 자기 세력 강화라는 면에서 보면 부정적 측면이 있다.

 

시진핑 체제의 공동부유 정책은 알맹이가 안 보인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도 공산당의 기업 통제 강화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개혁의 후퇴로도 볼 수 있다. 

 

올해 시진핑 체제는 3년 연임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는데, 요약컨대 그간 뚜렷한 개혁 과제를 실행한 적도 없고 새로운 개혁 과제도 보이지 않는다.

 

경제측면만 본다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권력을 집중하여 미국에 맞서는 산업 경쟁력을 육성하겠다는 요소 투입 전략이 거의 전부인 것 같다.

 

국가 보조금을 퍼붓고 각종 산업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어떻게 행정력을 시의 적절하게 펴는가에 따라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하고 부정적 결과를 빚기도 한다.

 

이웃 일본을 보면 개혁은커녕 뚜렷한 정책이 안 보인다. 방위비 두 배 증액해서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만 눈에 띈다.

 

영국과 독일도 총리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개혁 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개혁 과제’는 분명 있을 터이지만 대부분의 대통령과 총리들은 돈 쓰고 인기 얻는 포퓰리즘 정책에 몰두하는것 같다.

 

언뜻 생각하면 독재자가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 같지만 실제로 정반대다. 독재자들은 자신의 정치 세력보다는 측근만 있으면 충분하고 그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가 더 필요하다.

 

독재자들은 예산을 펑펑 쓰는 선심정책을 남발하여 결국 나라 경제를 거덜 낸다.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므로 개혁을 입에 올리기보다는 경제성장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외적 위기를 조장하여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개혁도 없고 변변한 경제정책도 없었기에 정상적인 나라 경제를 꾸리지 못하고 에너지 파는 데만 혈안이 됐다. 푸틴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정권 연장의 필요성도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위기를 만들어냈다. 

 

독재자와 독재체제는 그 자체가 가장 시급한 개혁의 대상인 까닭에 그것을 제외한 다른 개혁과제를 추진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성공한 국가가 되지 못한다. 다만 개도국 시기에 독재자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 성장의 비결

 

한국 경제는 위기에 강하다고 하고 실제로 늘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것을 극복하면서 한 차원 높은 도약을 했다. 지금까지 그 매커니즘을 해명한 전문가는 없었던 것 같다. 

 

한 국가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텃밭은 자유민주체제인 것 같다. 자유민주체제 중에서도 강한 두 개의 정당이 존재하고 비판적인 언론이 존재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다수당이 존재하거나 일본처럼 한 개 정당 또는 연립정당이 장기간 집권하는 나라에서는 개혁과제들이 선정되지 못하거나 선정된 개혁 과제에 대해서 연합집권당 내에서 타협이 이뤄져 무늬만 개혁과제로 전락하기 쉬운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개혁을 추진하기란 어려운 조건에 있다. 엇비슷한 의석수의 두 개 정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정권을 잡은 여당이 대통령과 협력해 개혁과제를 만들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이상적인 것 같다.

 

개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선거에 패배해 정권이 교체된다.

 

새로운 대통령이 자기 당과 함께 이전 정부와 다른 개혁 과제를 선정하든지 아니면 기존 개혁이라도 강력하게 추진하여 성과를 얻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 연장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같은 양당 체제의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이 개혁과제를 회피하고 선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 야당과 언론이 강력하게 반대해, 개혁을 추진하게 만들거나 선심적인 정책의 제동을 걸거나 완화하도록 할 수 있다.

 

건강한 자유민주 체제는 나쁜 정책을 저지하거나 수정하는 데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독재 체제나 자유민주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국가의 정부는 나쁜 정책을 돌이키기 어렵다. 해로운 정책을 고수하면 경제는 골병이 들게 된다.

 

언론도 정치 체제의 건강함에 영향을 받는다. 강한 양당체제의 국가에서는 언론도 건강하게 되지만 독재 체제와 민주적 정권이라도 장기간 독점적으로 유지될 경우 언론들도 권력 쥔 쪽에 순치된다.

 

영국과 독일 등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정치인들이 제각각 분열돼 있듯이 언론들도 조각조각 주장들 만 강해 개혁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란 참으로 지난하다.

 

그래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정치가 지루한 상태가 지속되며 활기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의 눈으로 한국 정치판과 미국 정치판을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여야 갈등이 심하고 언론들도 시끄럽기 그지없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경제가 발전한 것을 알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을 보면 강력한 양당 시스템과 비판적인 언론 덕분에 역대 대통령들을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게 만들면서 개혁적 정책도 일정 부분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현재는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최저임금제 실시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남·북간의 긴장을 관리하면서도 군사·안보 면에서도 소홀히 하지 않은 점은 후대에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제, 남북 간 평화기조 유지정책은 상당한 반대를 무릅써야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개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민이 가장 경계할 정치지도자는 돈 쓰는 일만 골몰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다. 예산을 막 쓰면 가장 손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정권도 연장하는 정책이므로 양극화 해소와 같은 그럴듯한 포장을 하고 경쟁적으로 프로파간다(어떤 이념이나 사고방식 등을 홍보하거나 설득함)를 한다.


입만 열면 양극화 해소를 말하는 정치인들이 있는데, 양극화 해소는 일종의 유토피안적 발상이므로 포퓰리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어느 나라 정치판이나 이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가장 흔하고 이런 정치인들 중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오기 가장 쉽다. 이런 부류의 대통령과 총리들이 다스리는 나라들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훌륭한 개혁과제의 조건은 반발하는 기득권 세력이 있으나,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아이템이다. 이런 개혁 과제를 일단 선정하고 실행에 옮기기만 해도 그 지도자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없는 과제는 개혁아이템이 아니고 그저 일반 정책에 불과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 향방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은 모두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훌륭한 개혁 아이템임이 분명해 보인다. 최고의 개혁과제는 소수의 양식 있는 지식인층은 지지하는데, 다수의 국민들이 애매한 중립적 태도를 취하거나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극심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예해방 정책을 채택한 링컨 대통령, 유럽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대항해 홀로 대독 전쟁을 결정한 처칠 총리가 그런 사례다. 이런 종류의 개혁 과제는 평시에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역사적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윤설열 정부가 이제 출범 1년을 막 넘겼다. 개혁 과제 추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아당과 선의의 경쟁과 협력이 꼭 필요 하며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언제나 위기에 강했다는 우리나라의 자유민주 체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MeCONOMY magazine Ma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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