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 조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22일 오후 2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다.
무엇보다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견제와 AI 분야 확장이 중요한 시점에서 카카오가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향후 카카오 경영과 쇄신에 파장 미칠 전망이다. 카카오의 운명은 좌정이 넘어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이 피력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영장 대비 모델을 카카오에도 도입했다. 구속영장 청구까지 염두에 둔 카카오의 대응 전략이 주효할 경우, 판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아도 될 것 같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김 위원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구속) 등이 참여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시세조종이 승인됐다는 점을 법원에 설명한다는 전략이다.
한창 진행 중인 배재현 전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 씨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배 대표가 브라이언(김범수 위원장)의 컨펌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인은 “검찰은 수사와 관련해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라며 “관련 지시가 오간 것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범수 위원장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둔 18일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주가 조작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 인수 방법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 오너’를 구속하는 것이 판사 측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 측이 증거를 토대로 시세조종의 최종 승인권자가 김범수 위원장임을 입증하더라도, 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본다.
IT업계에서는 건강한 IT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자성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대형 플랫폼의 투자 위축으로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산업의 발전이 중요한 시기인데 IT업체 수장의 사법 리스크가 자꾸 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디지털 혁신은 사실 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들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IT업체들의 사기나 의지가 저하되지 않도록 어떤 배려나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라면 영장 발부 결정이 쉽겠지만 경영 과정의 결정을 두고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신원이 확실해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판사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본다면 기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인수 목표였던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리는 등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