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을 기반으로 ‘정치 브로커’ 한 명의 발언들로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가히 정국은 ‘명태균 블랙홀’이다.
명태균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업, 광고업 등을 영업 위주의 사업을 하다가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에 조사를 의뢰하고 ‘시사경남’이라는 지방언론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형태로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 앞에서 총리를 추천했다거나, 자신이 얘기를 풀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 달이면 탄핵 된다거나, 대선 출마 선언 전후 거의 매일 통화했다는 등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체 여론조사 당시 “윤석열을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달라”고 한 통화 녹취록이 뉴스토마토에 의해 15일 나왔다.
앞서 홍준표 시장은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에서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명태균의 메가톤급 폭로전... 진실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밝혀야
만약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만들어 투표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조작이 성행했는데 이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대통령 선거 이전 여론조사까지 꾸준히 연락하면서 여론조사 조작 업체와 관계를 맺어왔다면 이를 납득할 국민이 있겠는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나 증거가 있다면 조작을 저지른 본인의 폭로라고해도 ‘잡범’이라 치부할 수 있겠는가.
뉴스토마토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2021년 9월29일 오후 3시33분 여론조사 실무 담당자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라고 했다. 오후 4시50분 통화에선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젊은 아들(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다”라고 했다.
통화에서 언급된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로 이 통화가 이뤄진 당일,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인 미래한국연구소가 맡았다. 강씨는 명씨 전화를 받고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멈추고 가짜 통계를 뽑아냈다며 “응답이 나왔던 표본을 수정 작업한 거다. 조작이다”이라고 뉴스토마토에 말했다.
또한 그는 “보통 여론조사를 하면 20대와 30대 표본이 잘 안 찬다. 응답했던 표본를 곱하기로 2라든지 3이라든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청년층에선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 지지가 높았는데, 윤 대통령 지지한다는 응답만 인위적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이 33.0%로 1위, 홍 시장이 29.1%로 2위가 됐다. 격차는 명씨가 ‘주문’한 수준인 3.9%포인트였다.
더불어 명태균 씨가 조작했다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는 명씨가 실질적 소유자로 알려진 시사경남이 여론조사 업체 피엔알(PNR)에 의뢰해 10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도 비슷했다. 당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31.4%로 홍 시장(29.9%)을 근소하게 앞섰다.
●김건희 여사 '철없는 무식한 오빠' 공방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한편, 이날 명태균 씨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캡쳐해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가 공개한 해당 메시지 캡쳐 내용에 따르면,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했다. 여기에서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을 칭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명씨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른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명씨는 이 메시지를 공개하며 “김재원 씨(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 재원아 너의 세치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고 밝혔다. 이어 “김재원 씨가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전화통화에서 협박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하니 다 감당해라”라고 적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씨가 공개한 메시지에 대해 “명태균 카카오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며 “당시 문자는 윤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에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 부부와 매일 6개월간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처럼 명씨가 추가 폭로로 인해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지, 김건희 여사의 카톡 문자처럼 ‘명 선생님은 식견이 가장 탁월한 사람’으로서 국정농단급 행동에도 '정의를 위해?' 사태를 폭로하는 것일 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