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스 사업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K-패스의 이용자에게 돌아가야 할 환급분이 모자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해 K-패스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584억원인데, 5월부터 8월까지 전체 예산의 63.8%(1,010억원)를 써버렸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환급을 계산해 보면 금액이 부족하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금액의 일정 비율(일반인 20%·청년 30%·저소득층 53%)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교통카드다. 2018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던 알뜰교통카드를 개편해 올해 5월부터 출시한 교통카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K-패스 전국 가입자 수는 출시 5개월 만에 237만 명이 넘게 가입했다. 특히 경기도민 맞춤형 ‘The 경기패스(더 경기패스)’의 경우는 가입자 100만 명(16일 기준)을 돌파했다.
The 경기패스는 K-패스의 월 60회 한도를 ‘무제한’으로, 청년의 연령기준을 19~34세에서 19~39세까지 확대해 매달 대중교통 비용의 20~53%(20·30대 청년 30%, 40대 이상 일반 20%, 저소득층 53%)를 환급해 준다. 전국 어디서나 버스·지하철·광역버스·GTX·신분당선 등 대중교통 이용 시 환급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지방비 추가 투입에 협조하겠다는 공문을 받긴 했다”면서도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환급액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앞서 국토부는 내년 K-패스 예산을 2375억원(지방비 제외)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734억7000만원 대비 3배가 넘는 금액임에도 국가 예산 확대를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또 다자녀 할인 혜택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예산 부족 사태를 방지할 대책은 외면한 채 예산만 늘리겠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 사태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K-패스는 올해 7월에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통비 지원 정책이 주목을 받자, K-예산 집행에 관한 언론의 우려에도 국토부는 그 시기를 두 달이나 앞당겼다.
결국 국토부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국토부는 애초에 K-패스 가입자를 185만명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가입자 수는 출시 90일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K-패스 예산이 빠르게 소진된 이유는 ‘교통비 지원 방식’이다. 정액권형인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K-패스는 환급형이다. 이용자 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액권형과 달리 사후환급형은 사용자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행정 전문가들은 K-패스의 예산을 빨리 소진한 문제들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선 기후동행카드, THE경기패스(경기), 인천I-패스(인천) 등 다른 교통비 할인카드와 중복되는 혜택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교통비 지원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가 무작정 예산만 늘리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재정 문제와 동시에 가입 유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지적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