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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제


폐콘크리트에 묻힌 최후의 도시

- 윤영무의 세계 일주 에너지 경제

하늘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우리나라는 영락없이 아파트 공화국이다. 도로 또한,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다. 콘크리트 건물 수명이 100년이라고 듣고 있지만 그럴 것 같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폐기물이 머지않아 산더미처럼 쌓여 핵폐기물 처리만큼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줄 듯하다. 윤영무의 세계 일주 에너지 경제, 이번에는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인 이탈리아의 로마로 가서 2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아직도 건재한 이유를 알아보자.

 

◇로마 제국을 만든 로마식 시멘트의 비밀

 

로마인들은 그들의 제국을 무엇으로 지었을까? 시멘트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2,000년 된 고대 로마의 시멘트 제조의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더욱 환경 친화적이고 내구성이 뛰어난 현대적인 제품으로 재창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문화부는 폼페이 유적지에서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방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몇 주 후, 그곳에 모인 고고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밝은 파란색 페인트-특별한 방에만 사용되는 값비싼 색소로 칠한 벽과 농사의 이미지를 그린 상세한 프레스코화가 거의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MIT의 화학자인 아드미르 마식(Admir Masic) 박사는 특별할 것도 없는 모래로 덮인 흙먼지 더미처럼 보이는 물질에 푹 빠져 버렸다. 그는 밝은 갈색을 띈 이 알갱이가 로마 제국을 만든 중요한 구성 요소였고 폼페이 같은 도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로를 포함하여 로마 인프라를 만든 핵심 요소, 즉 콘크리트의 선구자라고 말했다.

 

마식 박사는 "로마인들은 도시에 신선한 물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고, 물이 있음으로써 위생이 생겨났다"면서 "물을 다루는 기술적 진보 덕분에 그들은 가장 먼저 당시의 로마를 건설할 수 있었고, 그들이 가는 곳마다 로마와 같은 도시를 복제할 수 있었다"고 마치 로마세계 전체가 굉장했다는 표현이라도 하려는 듯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포틀랜드 시멘트로 알려진 재료를 기반으로 한 현대 콘크리트는 19세기에 영국에서 개발되었다. 저렴하고 튼튼하며 표준화되어 있어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아파트, 댐, 고층 빌딩 등을 짓는 데 시멘트만큼 편리한 재료는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축 자재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콘크리트는 로마 시대에 사용된 콘크리트보다 탄력성은 훨씬 떨어진다.

 

수십 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게 되고 균열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결국 구조물은 무너진다. 게다가 콘크리트는 만들 때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시멘트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마의 콘크리트가 가진 비밀을 알아냄으로써 이를 오늘에 되살려 더 친환경적이고 내구성 있는 현대적 콘크리트를 만들고자 마식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타 대학의 지질학자 마리 잭슨은 "로마의 해양 콘크리트는 아무런 유지 관리 없이도 지구상에서 가장 공격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시멘트의 균열을 스스로 치유하는 물질은?

 

로마 콘크리트는 내구력의 상당 부분이 상당히 복잡한 화학 반응인 CASH-칼슘, 알루민산염 규산 수화(水化)물의 혼합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로마인들이 어떻게 그런 재료를 생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로마인들은 주로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석회암을 가열하여 생석회 또는 산화칼슘이라는 위험할 정도로 반응성이 강한 물질을 만들었고, 여기에 물을 더해 수산화칼슘 또는 소석회를 성형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부피가 큰 물질, 종종 화산재와 결합하여 알루미늄과 실리콘(CASH의 A와 S)을 공급함으로써 콘크리트를 만들었다는 것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다.

 

마식 박사는 이 설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로마 콘크리트에는 많은 경우, 눈에 띄는 흰색 덩어리 혹은 파편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것들은 로마, 아프리카, 이스라엘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덩어리들은 당시 로마인들의 일솜씨가 형편없어 의도치 않게 생겼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마식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마의 기술자들은 너무나 영리해서 실수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를 지속해서 만들 수가 없었다”며 “사람들은 석회 파편이 소석회를 잘못 섞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세운 가설은 그렇지 않다. 파편이 생성된 것은 처리 과정에서 잘못 섞여 그리된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드는 기술이 쓰였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석회 파편은 실제로 균열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는 칼슘의 저장고였으며, 콘크리트가 스스로 균열을 치유하도록 만들었다. 균열이 형성되면 물이 그곳으로 스며들어 석회의 칼슘을 녹이게 되는 데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고체 탄산칼슘이 형성되어 균열을 메우는 새로운 물질-암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마식 박사는 석회 파편이 소석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핫 믹싱(hot mixing) 과정이라 불리는 로마인이 직접 첨가한 소석회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석회는 반응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화산재와 결합하면 열을 발생시켜 화씨 170도(섭씨 77도) 이상으로 이 물질을 가열하여 콘크리트를 훨씬 더 빨리 굳게 한다. 이 기술은 또한, 거의 화씨 400도(섭씨 200도)가 넘는 과열점을 생성해 일부 소석회가 작고 손상되지 않은 덩어리로 남아 있게 하는데-이것이 오늘날 로마 콘크리트에서 볼 수 있는 자가 치유 방식을 가진 콘크리트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로마인들이 의도적으로 콘크리트에 생석회 덩어리를 남겨 두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덩어리가 수 세기에 걸쳐 화학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마식 박사는 특수 현미경으로 파편을 조사한 결과 그와 그의 동료들은 파편이 실제로 생석회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마식 박사는 로마 콘크리트 화학의 원리를 현대 버전에 통합하려고 시도하려는 「DMAT」라는 회사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넘겼다. 이 회사는 콘크리트의 균열을 봉인한다고 주장하는 첨가제를 판매하는데 이론적으로 탄소 발자국이 큰 포틀랜드 시멘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파올로 사바티니(Paolo Sabatini)는 “우리는 강도가 더 센 것을, 더 많은 접착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한다”면서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콘크리트를 덜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포졸라나 화산재를 섞어 만든 ‘스태래틀링가이트’

 

하지만 모든 연구자라고 해서 로마인이 만들어 쓴 자가 치유 콘크리트의 열쇠가 핫믹싱(hot mixing)에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잭슨 박사 같은 경우 로마인들의 비결은 석회, 종종 포졸라나라고 불리는 일종의 화산재와 혼합된 부피가 큰 재료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인 포추올리에서 이름을 따온 포졸라나는 로마 콘크리트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내구성을 부여하는 특수 화학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석회와 포졸라나의 초기 반응은 고대 로마 콘크리트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CASH 화합물을 생성했다. 그리고 이 물질은 콘크리트가 만들어진 후 수 년 동안 계속 반응하여 스트래틀링가이트(str tlingit)와 같은 희귀한 광물을 형성한다. 잭슨 박사는 다른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얇은 조각 같은, 그리고 바늘 모양을 가진 스트래틀링가이트 결정체는 콘크리트의 거친 덩어리를 결합하고 균열이 커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녀는 "콘크리트의 이러한 강도는 장기적인 회복력에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이며 수 세기에 걸쳐 응집력을 강화하는 데 공헌했다"고 말했다.

 

잭슨 박사와 그녀의 협력자들은 현대 콘크리트와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 고대 콘크리트에 대한 가설을 시험했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콘크리트 아치를 만들고 50일 동안 바닷물에 담근 다음 콘크리트가 구부러지고 균열이 생길 때까지 아치의 상단에 점점 더 많은 압력을 가했다. 그런 다음 아치를 거의 1년 동안 담근 후 다시 시험했다.

 

연구자들은 CASH 화합물이 작은 균열을 채웠고 아치는 특정 시험에 따라 이전보다 2~3배 더 많은 힘을 견딜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아치를 다시 한번 바닷물에 담갔다. 이달 말에 그들은 바닷물에서 거의 3년을 보낸 그것을 꺼내 다시 시험할 계획이다.

 

잭슨 박사는 "로마인들이 재료를 선택한 방식은 실제로 골절(骨折)의 확산을 막았다" 면서 " 로마인들은 거장(巨匠)이었다”고 말했다. 잭슨 박사와 그녀의 협력자들은 로마인들의 이러한 기술은 정확히 기원전 1세기, 공화국 후기부터 구사한 것을 확인했다고 믿고 있다. 잭슨 박사가 연구한 로마의 두 유적지인 마르첼로 (Marcello) 극장과 트라야누스(Trajan) 시장은 "이러한 획기적인 발견을 기록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한편 텍사스 대학교 알링턴 캠퍼스의 토목 엔지니어인 와르다 아슈라프는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마에서 영감을 받은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이 콘크리트는 내구성이 더 뛰어나 다리, 방파제, 인공 암초를 건설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일반 현대 콘크리트만큼 강도가 높다.

 

혁신의 핵심은 저렴하고 널리 이용 가능한 재료인 카올리나이트 미네랄이 함유된 점토를 사용하여 고대 시멘트 제조 원료로 쓰인 화산재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는 그것을 가져와 고대 로마 엔지니어가 만든 것과 정확히 같은 비율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점토를 화학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그들은 화씨 1,300도까지 가열했다. 반면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는 화씨 2,600도의 가마에서 구워야 한다. 그녀는 "에너지를 크게 절약" 하고 "탄소 발자국을 70% 줄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자들은 멕시코만의 얕은 물에서 자신들의 제조품을 시험했다. 그들은 수십 개의 콘크리트 물체(원통, 큐브, 디스크)를 만들어 케이지에 넣은 다음 잠수부를 고용해 12피트 깊이의 해저에 케이지를 설치했다. 1년 뒤 콘크리트의 강도는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을 그녀의 동료들과 아쉬라프(Ashraf) 박사가 확인하고 그 기념으로 이탈리 아레스토랑에 갔다.

 

◇미국을 추월한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 시멘트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

 

시멘트의 역사는 로마 이전에 석고와 석회를 혼합하여 피라미드를 제작한 고대 이집트까지 올라가는데 사용량이 엄청나다. 매일 한 사람당 1kg 이상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또 사용한다.

 

특히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은 미국이 1900년대 내내 생산한 시멘트의 양보다도 6배나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와 글로벌카본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건물, 도로 및 기타 인프라용 시멘트 제조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29억 톤에 달했다. 이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로 20년 전인 2002년 약 14억 톤이 배출된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양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시멘트 누적 생산량도 20억 톤을 넘어섰다. 시멘트의 주원료는 ‘석회석(CaCO3)’으로 흔히 ‘탄산칼슘’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불순물이 일부 함유되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론 산화칼륨(CaO) 56%와 이산화탄소(CO2) 44%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는 석회석을 모래와 함께 섞어 섭씨 약 1,450도의 가마 에 넣고 가열한다. 이 과정에서 산화칼륨은 남고,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공기중으로 날아가게 된다. 이렇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틀랜드 시멘트를 1,000kg 생산할 때 약 800kg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첫 번째, 원재료와 화학성분이 일치하는 산업 부산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제철소의 고로에서 선철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비금속 부산물 고로슬래그(Blast Furnace Slag),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미분탄을 연소한 뒤 발생하는 부산물을 포집하여 얻는 플라이애시(Fly Ash) 등이 대표적인 물질이다. 이 산업 부산물들을 미분말 형태로 가공하면 이산화탄소 저감형 시멘트 혹은 슬래그시멘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두 번째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포틀랜드 시멘트는 물을 섞으면 굳어지는 ‘수경성’ 시멘트다. 공사 현장에서 물을 섞어 굳히기 시작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데 이때 미리 모아둔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시멘트의 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폐콘크리트에 묻힌 최후의 도시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 시멘트가 나오더라도 폐콘크리트를 처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어느 나라나 폐콘크리트 덩어리는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로 보수 등에 골재로 쓰인다고 하지만 품질이 떨어져 재활용한다고 보기 어렵고 대부분은 매립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건설폐기물은 전체 매립량의 58%에 해당한다.

 

로마에서 기차로 3시간을 가면 고대 로마 도시인 폼페이 유적지가 있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 단 18시간 만에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 오랫동안 역사에서 소멸한 도시 말이다. 지속 가능한 시멘트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우리도 머지않아 폼페이의 최후처럼 폐 콘크리트더미에 묻혀 영원히 석고상이 될지도 모른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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