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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농업]지역 균형 발전과 식량안보 고려한 한국형 엔비디아

 

◇AI 시대의 한국형 엔비디아

 

최근 전 세계는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는 국가 경제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과 일자리 확대를 이끌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가 경제 발전과 고급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형 엔비디아’ 같은 첨단 반도체 기업 설립이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시한 ‘한국형 엔비디아’ 구상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AI 산업에 대규모 국가적 투자를 시행, 그 과정에서 국민이 약 30%의 지분을 확보하여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모든 국민이 투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제안했다.

 

한국이 부족한 전력 인프라와 GPU 공급, 데이터 환경 등 AI 산업 발전의 필수 토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지원하여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국가 재정 기반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고 공동체가 성장하는 ‘희망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나 ‘한국형 엔비디아’ 같은 첨단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확대는 물과 전력 소비의 급증 문제를 수반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물 부족 국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입지 선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만의 반도체 산업 밀집지역인 신주(新竹) 과학산업단지 지역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농업용수 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어 수도권 집중형 산업 발전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형 엔비디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업용수 관리가 식량안보의 기본

 

최근 한국은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은 곧바로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의 전체 용수 이용량(2018년 기준, 연간 총 244억㎥) 가운데 농업용수는 약 154억㎥로 63%를 차지해 가장 많은 양을 소비하고 있다. 이는 생활용수(74억㎥, 30%)와 공업용수(16억㎥, 7%)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하천 유지용수 등을 포함한 전체 수자원 이용량 기준으로 봐도 농업용수의 비중은 42%에 달한다.

 

농업용수의 약 68%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우량 농지를 중심으로 댐, 저수지, 양수장 등의 시설을 통해 관리한다. 나머지 약 32%는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저수지와 관정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공업용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전국 13개 주요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활용수는 환경부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곡물 1톤 생산에 필요한 물이 약 1,000톤인 점을 고려할 때, 농업은 전 세계 담수 사용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최대 물 수요 분야다. 한국의 경우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기준 식량자급률이 40.5%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농업용수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업용수는 단지 농업 생산뿐 아니라 농촌 생활 유지, 지역경제 활성화, 긴급상황 시 소방용수로도 활용되는 다목적 자원으로,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가 와게닝겐 대학 연구센터(WUR)를 중심으로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하여 물 사용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첨단산업과 농업 분리 정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루 약 100만 톤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도 전체 생활용수 사용량의 약 20%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될 예정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하루 170만 톤의 물이 필요하지만, 현재 수자원 공급 능력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남부 농업지역은 관개용수 부족으로 주요 작물의 생산성이 최대 30%까지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물 소비가 많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농업 지역과 분리하여 수도권 이남 지역에 입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농업에 사용될 물 자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첨단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미 수도권의 전력 사용량은 포화상태에 가까워 추가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 이남 지역 가운데 전력 공급이 원활한 지역을 선정하여 기업을 분산시키고,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과 한국형 엔비디아

 

이러한 관점에서 광주, 대전, 부산·울산 지역이 유력한 후보지로 평가된다. 먼저 광주 AI 집적단지는 현재 국내 유일의 AI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AI 및 자율주행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형 엔비디아’가 입지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전 대덕연구단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핵심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R&D 중심의 AI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우수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 한편 부산·울산 스마트시티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스마트 물류, 자율운항 등 첨단기술과의 산업적 연계 및 확장 가능성이 높아, 향후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 균형 발전의 성공 사례로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Kista Science Park)’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톡홀름 인근에 위치한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세계 2위 규모의 IT 클러스터로 성장하여 약 1,400개의 기업과 30,000여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대표적 혁신 사례다.

 

충청, 호남, 영남권 등에 ‘한국형 엔비디아’를 설립하고, 우수 대학 이전 및 교육·의료·돌봄 인프라가 완비된 신도시를 구축한다면, 지역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한국형 엔비디아’ 구축을 적극 검토하면서, 동시에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개선한다면 지역 간 균형 발전과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 관리를 통한 식량안보 확보는 국가 균형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전략이므로,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수자원과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물과 에너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식량안보를 지켜내는 산업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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