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80% 이상이 혼전 성관계에 대해 수용적이다. 그러나 욕망에 충실한 성문화를 누리면서도 혼외임신에 대한 책임은 약하다.
이 뿐만 아니라 미혼모를 일탈자, 용감한 여성, 대책 없는 모성 등으로 일종의 사회적 낙인까지 찍어버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버려지기로 결정된 아이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가정보호가 필요한 아동 2013년 6,086명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가정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영유아의 가정양육은 안정적인 애착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동의 전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요보호아동은 1990년~2000년 사이 58.8% 증가를 보였고 2013년에는 6,086명에 이르렀다. 이 중 미혼모(부) 아동이 26.1%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부모의 이혼 24.9%, 아동학대 18.3%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정의 달을 맞아 영유아 가정보호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합동 세미나가 지난 5월 29일 민현주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렸다.
이날 민현주 의원은 “오늘 세미나는 아동을 양육하는 원 가정을 보호하고, 나아가 이미 원 가정을 벗어난 아동들이 소외받지 않고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영유아가 가정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세미나에는 아동보호를 위한 국내 다양한 기관들이 함께했는데, 가정위탁제도를 맡고 있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입양관리기관 ‘중앙입양원’, 그룹홈(공동생활가정) ‘낮은나무그룹홈’ 등에서 참여해 각 기관의 역할과 협업·통합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보호아동 중 미혼모 아동 가장 많아
요보호아동 발생현황을 보면 미혼모 아동이 가장 많았다. 이에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가족’에 대한 개념과 형태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면서 한국가족의 모순적 특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혼외 성행위에 대해서는 수용적인 분위기지만 혼외 출산에 대해서는 죄악시 하고 있다”며 “가족주의에 대한 ‘관념’은 강한 데 비해 가족의 ‘관계’에 대해서는 허약하다. 부모의 가치관과 다른 자녀가 미혼 중에 임신을 할 경우 부모는 낙태를 종용하거나 관계를 단절시켜 버리는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자기 욕망을 추구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도 성, 출산, 가족의 연계성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성에 대해서, 가족의 규범에 대해서 자녀가 부모의 규범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부모들은 미혼모를 가족에서 배제해버리는 등 가정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대부분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혼 한부모 자녀의 규모는 공식적인 파악이 어렵다. 미혼모의 아동출산의 통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전, 혼외 출산은 불균등하지만 완만하게 증가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혼 한부모가 임신할 경우 출산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는 48%가 생명에 대한 애착과 혼자서라도 양육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낙태를 죄악으로 인식해서 라고 응답했다. 또한 임신중절 시기를 놓쳐서(21.4%), 모르거나 비용문제, 낙태에 대한 공포 등(14%)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모들은 미혼모로서의 사회적인 낙인, 편견도 문제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 더욱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 놓는다. 불안정한 경제 및 주거상황은 자녀에 대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귀결돼 결국 아이 양육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원가족에 대한 도움이나 지지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입양아동 가운데 미혼모 아동의 비중은 매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김 교수는 “미혼모의 경우 대부분 아이만 홀로 키워야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부가 남긴 부채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이에 자립과 수급의 경계의 삶을 탈피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한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미혼 한부모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주체와 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공조 및 경합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아동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정위탁과 입양의 연계 강화 필요
이에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정필현 관장은 “아동은 가정에서 분리되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며 “시 군 구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추가로 설립될 필요가 있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시 도 단위에 각 1개소(경기지역 2개소) 총 17개소에 그쳐 물리적인 접근성에 있어서도 한계가 따른다. 또한 상담원 수는 79명으로 14,584명의 위탁아동과 11,184세대의 위탁 가정을 사례관리하고 위탁부모 교육·위탁부모 발굴을 위한 홍보 등을 진행하기에 역부족이다.
가정위탁제도는 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울 때 건전한 위탁가정을 선정해 일정한 기간 보호ㆍ양육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가정위탁제도가 시행됐으며, 올해로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시행된 지 11년째이다. 가정위탁제도는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해 친부모와의 분리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하고, 안정된 가정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어 아동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한다. 물론 친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위탁가정을 통해 아동들이 가족 간 상호작용 및 사회학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가정위탁제도가 입양과 다른 점은 입양은 아동의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부모의 호적에 입적시켜 친자녀로 양육하지만 가정위탁은 친 가정 복귀를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위탁부모는 아동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이전하여 동거인의 자격으로 아동을 양육하게 된다.
또한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회학습이 이뤄지며 친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치유 및 성인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이로써 위탁아동이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가정위탁보호 중인 아동은 14,584명이다. 그러나 위탁아동과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위탁아동 양육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위탁부모의 법 제도적 권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위탁아동의 휴대전화 개통, 통장 및 여권 등 발급할 때 법적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갖는 어려움과 불편함도 따른다.
또한 정 관장은 “유기 아동의 경우 성본창설 및 입양까지의 기간 동안 일시가정위탁보호를 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장이 출생신고 및 성본창설을 해 가정위탁에서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아동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이 보다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위탁가정에서 위탁아동을 입양 시 지원혜택이 연장되는 등 가정위탁에서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며 입양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이에 이현주 중앙입양원 정책연구부장도 “위탁가정에서 입양을 하고자할 때 위탁가정에 지원되는 비용이 입양 후에도 끊기지 않도록 하며 입양절차를 상대적으로 간소화함으로써 위탁가정에서 입양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종전에 입양의 성립이 지자체에 입양신고를 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가정법원의 입양허가 판결을 통해 ‘친양자입양신고’를 하는 것으로 절차가 강화됐다. 이로 인한 입양 희망부모는 감소추세에 있다.
연간 입양신청자수는 1,974명(2011년), 1599명(2012년), 971명(2013년)으로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입양부모의 경우 전년 대비 39%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연간 평균 29% 정도 감소하고 있다. 이 부장은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 출신 아동 275명 중 8명만이 입양됐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시설로 가고 있는데 이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입양이 되기 때문에 그 과정 중에 시설로 가게 되는 것이다”며 “이들은 위탁가정으로 가거나 입양이 돼야 한다. 제도적인 수정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시설과 가정 사이에 선 그룹홈
한편 김성덕 낮은나무 그룹홈 시설장은 “그룹홈을 시설로만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우선 제고돼야 한다”며 “탈시설을 목적으로 시작된 그룹홈이 이제는 시설화가 돼버렸다. 그래서 요보호아동들을 시설의 환경에서 양육할 것인지, 가정의 환경에서 양육할 것인지 정책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보호, 양육,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아동복지사업에 명시돼 있다. 그룹홈에 입소하는 이유를 보면 학대가 10명 중 3명에 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부모이혼(28%), 빈곤(15.2%), 부모사망(5.4%), 미혼모(4.8%), 부모질병(4.6%), 부모수감(3.9%), 미아․기아(2.4%), 기타(2.2%), 탈북(1.9%) 순이다.
영유아그룹홈에는 의료급여번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지자체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서 그룹홈마저 이런 아이들을 외면하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이에 따른 의료급여번호 부여, 후견인 자격 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통합적인 아동보호체계 재정립
무엇보다 아동보호가 최우선이다. 지금과 같은 아동보호체계 때문에 아픔을 겪는 아동들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 토론회는 유관기관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체계가 통일적으로 재정립되면서 협업, 분업, 통합, 조정되는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MeCONOMY Jun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