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난 아들이 최근 말했다. "다들 자기보다 잘 하는 것 같고,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공부 선행을 어디까지 하고 있나 말하는게 유행인 모양이었다. 자기는 잘 하는 것도, 잘난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실패한 인생이란다. 울적해하는 아들에게 나는 최선의 위로를 건넸다. "넌 태도가 좋고 성실한데,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아들은 그 말들 모두를 하나, 하나 부정하면서 절망의 증거만 찾으려 했다. 이내 지친 나는 “엄마도 슬퍼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 거의 다 왔어. 여기서 포기하지 마”라고. 이런 장면은 상담실에서도 매일 벌어진다. 공부나 일을 중단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 관계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 벼랑 끝에 서서 더 못 버틸 것 같다며 포기하고 싶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것이 일이나 학업, 사람과의 관계라면 차라리 낫다. 종국에는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이들을 마주할 때면 상담자도 함께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알고 보면 그 사람에겐 우리 아들처럼 장점이 꼭 하나는 있고, 가진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절망의 안경을 쓰고
‘견리망의(見利忘義)’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 말은 장자 '산목편'에 나오는데 “눈 앞의 이익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이익만을 쫓다가 의리와 정의를 잊어버린 사람 중 누구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슬프게도 사익을 추구한 정치인·행정가·법조인,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 자식이나 제자를 학대하고 방임한 어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 자신 또한 어느 순간 ‘인간다움’, ‘사회구성원다움’, ‘직업인다움’, ‘부모다움’, ‘자식다움’을 잠시라도 잊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언제나 꼿꼿하게 자신의 본분을 지킨다는 게 누구에겐들 쉬운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이익을 쫓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며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대다수 시민, 우리 자신이 있었기에 세상의 질서가 큰 탈 없이 유지되고 있다. 2023년 개봉해 천만 명 이상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다시 불러모은 영화 <서울의 봄>도 ‘견리망의’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분노한 이유는 쿠데타의 수괴, 그의 광기 어린 권력욕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
2021년 4월 30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고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양평군민들은 빠른 시일내 고속도로가 착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대안 노선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쟁으로 확산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중단으로 이어져 사업이 표류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12만 5천여 양평군민은 허탈함과 실망감 속에서 사업의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건설은 서울과의 거리를 좁혀 의료·문화시설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2,600만 수도권 주민에 대한 식수 공급을 위해 각종 중첩규제로 고통받아온 양평군민의 염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양서면 분기점의 ‘예타 노선’과 강상면을 분기점으로 하는 ‘국토교통부 대안 노선’에 대해 “어떤 노선이 양평군에 더 이익이 되는 노선일까?” “양평군민이 원하는 노선은 무엇일까?”라는 양평군수로서의 고민을 통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과 군민의 고속도로 접근
M이코노미뉴스 경인본사 상임고문 류승진
올 들어 전국적으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작은 실화라도 고온건조, 강수량 급감, 강풍 등 기상 여건의 영향으로 큰불로 번지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3월 8일,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하였다. 이런 조치에도 지난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36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145건이나 증가한 것이다. 산불 발생의 원인을 살펴보면, 쓰레기 태우기, 논밭두렁 태우기, 불법소각 등 법률에서 금지한 사람에 의한 불법행위 및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우리 여주시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고,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과실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엄중한 불법행위다. 우리 여주시는 서울시보다 넓은 면적에 산림이 48%에 이르러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우리 여주시에서는 지난 2월 1일부터 산불방지 대책본부(산림공원과)를 설치하고 “산불! 예방만이 최선”이라는 전략을 수립, “찾아가는 산불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21세기 들어서면서 항공 산업은 지구촌을 일일생활권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국제공항 8개, 국내공항 7개 등 총 15개의 공항이 있다. 경상권과 전라권에 각각 5개와 4개의 공항이 있으나 수도권에는 인천·김포공항 2개뿐이다. 760만 명이 살고 있는 경기 남부권에는 한 곳도 없는데 그렇다면 경기 남부권에 국제공항은 왜 필요할까? 먼저 경기 남부권 도민과 첨단 기업들의 공항 접근성이 매우 열악하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수원 광교에서 80분, 화성 동탄에서 90분, 평택에서 110분 소요된다. 평택, 화성, 용인 등에 소재한 첨단 기업에서 생산된 반도체, 의료기기, 의약품 등은 거의 항공물류에 의존하고 있지만 원거리 및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공항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도민의 공항 접근성과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수출기업의 운송여건 향상을 위해서 국제공항이 필요하다. 향후 인천·김포공항의 포화에 대비한 대안공항도 있어야 한다. 연간 공항용량이 3500만 명인 김포공항은 2035년이면 포화가 예상된다. 인천공항은 2024년 제4활주로를, 2035년 제5활주로를 확충 해 공항용량을 1억4000명으로 늘린다 해도 공항수요 역시 1억4388명으로 증가
2023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이자 전국수석을 차지한 권하은 양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롤 모델이라고 했다. 김연아 선수에게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 하냐고 묻자 “그냥 한다”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서 “나도 그냥 공부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국민 MC 유재석도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큰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고 말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필자에게 상담하러 오는 내담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늘 앞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어떤 일은 시작조차도 하기 어려운데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하면서 그런 습관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언제 다 완성하지?’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한 땀 한 땀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목도리 하나가 완성돼 있더라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목표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뚜렷한 목표가 행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멀고 큰 목표를 바라보는 게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평소 ‘잘 하고 싶다’ 혹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고, 칭찬에 목말라 하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계묘년 (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의 이미지는 순하고 머리가 좋은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새해에는 수원시와 화성시가 긴 갈등의 터널에서 벗어나 상생발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수원과 화성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였다.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되고 수원군의 잔여지역이 화성군(華城郡)으로 개칭됐다. 1970년 수원에 있던 화성군청이 화성군 오산읍으로 이전 후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화성군 태장면, 매송면 일부 지역이 수원으로 편입됐다. 그래서 두 지역 주민들은 학연, 지연, 혈연관계 등으로 얽혀 있고 동일 생활권이다. 현재 수원지역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공무원 가운데 상당 수는 화성출신이다. 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수원·화성이 한 선거구였다. 화성시 민선시장 6명 가운데 우호태, 채인석 시장과 현 정명근 시장 역시 수원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화성시 소재 수원대학교, 수원과학대학, 수원카톨릭대가 ‘수원’이라는 명칭을 거부감이 없이 사용해 오고 있는 것에서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갈등도 있다. 지난 1995년 민선시장 시대 출범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두 지역의 갈등은 시장과 시의원들이 지자체 간 상생발전보다 유권
얼마 전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울 삽화가 꽤 깊게 할퀴고 지나간 뒤 올 한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었다. 그는 메일에서 “사는 방법은 죽는 것 밖에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중략) 선생님 덕분에 많은 시간을 살아냈고, 살아내고 있고, 살아낼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치료자로 남아 주세요. 저와 또 다른 상담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 만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살아가며 우울감이나 불안감과 같이 뚜렷한 정신적 고통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 연인, 동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괴롭힐 수도 있고 입시, 취업 외 주거문제와 같은 경제적 상황으로 속이 상하고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을 주는 큰 사건과 사고들도 생겨나 좌절과 울분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울분은 무언가 부당하거나(unjustice), 불공정한 일을(unfairness) 당했을 때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독일 정신의학자 마이클 린든 교수는 ‘외상 후 울분장애(PTED/화병)’라는 용어로 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