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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먹거리 제약바이오, 글로벌 리더 되려면

12월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美 생물보안법 통과... 각국 제약사 경쟁 치열 예상
제약바이오 성장 위한 바이오 생태계 마련돼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기술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부진, 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관련 관세 조치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해결책으로 떠오른 산업이 바로 제약바이오인데, 국내외 혼란한 정세 가운데 한국이 가야할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며 1.5조 달러(약 2,094조 원)에 달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5년간 연평균 6~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에는 2조 달러(2,792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력은 고령화 사회와 만성질환의 증가 그리고 바이오 의약품,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등 혁신 기술들이 이끌고 있다. 제약바이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업군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합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글로벌 제약사로의 발판 마련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진단키트와 방역 시스템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해외기업이 많아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를 계기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 속속 등장하며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가 FDA 승인을 얻으며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 의약품을 뜻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대열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방역 시스템에서 글로벌 신뢰도를 얻게 됐다"며 "이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좋은 후보물질을 들여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신뢰성이 있고 좋은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꽤 브랜드가 있다"며 "이런 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체력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美 생물보안법 통과... 각국 제약사 경쟁 치열 예상 

 

지난 9월,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생물보안법의 핵심은 정보보안으로, 중국의 일부 바이오 기업이 미국인들의 유전 정보를 유출한다는 이유로 이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대표적인 중국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경보제약, 휴온스, 대웅바이오 등이 CDMO 사업에 진출 혹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제약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승규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CDMO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일본은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CDMO 기업이지만 중국 걸 받아오기는 이미 물량이 다 찼을 수 있어 다른 나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산업을 위한 산(産)·학(學)·연(硏)·병(病) 생태계 조성돼야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차세대 미래 먹거리인 제약바이오를 국가 차원에서 집중 키우겠다는 의도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산학연과 병원의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약바이오혁신위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부 출범 3년이 지나서야 설치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정책과 연구개발을 다루며 부처 간 칸막이를 넘지 못해 컨트롤타워인 혁신위가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전체 바이오를 조망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서 전문가들이 각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R&D뿐 아니라 각 분야별 혁신기술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산업에 방점을 둔 위원회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위해 산학연과 병원이 함께하는 생산적인 바이오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미국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언급했다.

 

보스턴에는 하버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같은 유수의 대학과 1000여개의 바이오 기업, 연구소, 병원이 밀집해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이름을 알린 모더나, 세계적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등도 보스턴에서 성장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민간 투자 유치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일본도 이와 같은 전체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생태계에 맞는 투자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기간이 긴 바이오산업 특성상 기업들이 정부 지원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에 민간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기술특례상장이 민간에서 투자를 받아 혁신기술을 발전시키라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상장 후 5년 안에 30억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기술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 다른 사업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게 되는 폐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산업은 오랫동안 바라봐야 할 분야"라며 "반도체나 다른 산업과 비교해 형평성을 논하면 안 된다. 바이오에 맞는 상장 유지 조건을 만들어야 혁신기술이 제대로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미래 시장 선도해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일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바이오산업과 연결해 많은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신약개발, 진단, 치료까지 다방면에 쓰이고 있다. 신약개발부터 CDMO, AI와 관련된 디지털 기술까지 다 갖춘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제약바이오 안에 디지털이 들어왔다. 이 둘을 같이 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혁신기술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전체 로드맵을 맞추며 가야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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