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구축의 핵심 과제인 지역거점공공병원 역량 강화와 보상체계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 필수의료 붕괴·초고령 사회·지방소멸 위기' [지속가능한 공공병원, 공공의료가 정답이다] 토론회에서는 "지금까지 지역거점병원,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어떻게 운영돼야 된다고 하는 '운영 모델'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와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발제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목표와 방향만 거창할 뿐 세부 추진계획이 부재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특히,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의료 취약지 주민들은 아플 때조차도 병원을 찾을 수 없다.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조차도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올해 공공의료기관 35곳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59.2%이고, 진료과목을 모두 운영하는 곳은 12곳 뿐이며 총 484개 병상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라며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한 이후 기능 회복이 안되고 있다. ‘20~‘23년 지방의료원에 대한 코로나 손실보상금은 의료 손실의 76% 수준이며, 올해 기관당 평균 의료 손실이 151억 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요 시기마다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제시된 정책 과제들은 대부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세부 추진계획이 없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용두사미 정책, 똑같은 내용을 명칭만 살짝 바꾸는 재탕삼탕 정책, 코로나 전담병으로 지정하고 급할 때 써 먹고 지원책은 내놓치 않는 토사구팽 정책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위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의료체계 허리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2차 병원)에 관한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지역완결 의료체계 중심축으로 지역거점공공병원(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은 없다”고 지적했다.
임준 인하대학병원 예방관리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지방의료원의 적자 해결을 위해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적자요인 해소를 위해 ‘19년을 기준으로 기능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역량 부족으로 인한 적자요인은 일정 시점까지 자본비용, 경상비용을 추가 투입해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응급, 외상, 심뇌, 중환자, 감염, 분만, 신생아 등 필수의료 영역 운영에 소요되는 경상비 전액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고, 권역책임(국립대병원), 지역책임(거점공공)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능보강사업과 인건비 지원사업 예산은 지방의료원의 최소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으로 기존 지원금 이외의 추가적인 지원금이 필요하며 지역혁신 시범사업에 대한 지원 외에 지방의료원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가 및 지불제도 개편을 통한 보전과 총액 기반의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냐"고 반문했다.
◇공공병원 의사 별도로 양성해 충원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서영준 영월의료원 원장은 책임감과 공공병원 자정을 강조했다.
그는 “영월의료원은 정부 분만 병동 증축사업에 선정됐지만 지난 2년간 분만 실적이 0건이었다"며 "올해 5월, 무려 22개월 만에 영월의료원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착한 적자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으로 생산성이 낮았다. 국비를 받는데 분만실적이 없으니 죄송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를 내보냈다. 분만진료 의사를 못 구하면 어떡하냐며 말리던데 차라리 산부인과를 닫고 공론화시키는 게 공공기관장 책임이 아니냐”고 지역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김창훈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방의료원을 지원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취약해 개별 병원 리더십 등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의료원의 운영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설 장비는 중앙정부가, 운영비는 지자체가 지원하는 구조는 위기에서 취약하다. 정부 의지 자체가 마모되는 구조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지방의료원장은 지자체 기관장, 국립대병원 사업부서 등을 다 상대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5년 정도의 시한을 두고 지방의료원관리공단(가칭)처럼 책임 있는 기구를 만들어 이사장이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 정부의 의료개혁은 불투명...공공병원 중심으로 네트워크 구축해야
남은경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지역·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특히 민간 중심의 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정부 정책이 실효성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17개 공공의료기관 중 정원 미달 기관이 91개소다. 교육부 소관 국립대학병원 의사 수가 가장 많고, 다음은 지방의료원 등 지자체 소속 병원 309명, 보훈 병원 109명, 국립 중앙의료원 107명, 복지부 71명 순”이라며 “지방의료원 의사 연봉은 6억2천만 원까지 상승하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병원 구조전환 등 무너진 의료기관 기능을 재정립하고 지역단위 연계와 협력 의료체계를 구축해 지역완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상급종합병원 기능재정립과 구조전환은 오랜기간 논의돼 왔으나 이행되지 못한 과제다. 정부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종합병원을 권역거점병원과 연계해 지역 필수의료의 허리를 책임질 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이나 지역책임병원으로 공공병원을 우선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 공공의료기관 중심 네트워크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공공병원의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육성 지원을 제언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의대증원과 관련해 “숫자만 늘리는 증원이 돼버리면서 비극이 단초가 됐다고 보여진다. 숫자만 늘리게 된다면 ’수도권에 비교해서 늘리는 거 말고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반문을 하게 된다”며 “설령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해서 늘린다 하더라도 그 의사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국립대 중심으로 협력적 완결 체계 구축 계획
김지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회복 속도와 의료수요가 달라 역량 특성을 반영한 모델을 만들어보려 한다.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공공의료를 잊지 않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의사의 인건비 급상승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 진료권 주변에 어떤 병원이 있는지, 어떤 입지이며 인구 수와 환자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 취약성을 같이 살펴보면서 지자체하고 협업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도 “정부 개혁에 공공의료라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하는데, 정부는 환자가 진료 후에도 지역에서 연계된 서비스를 받는 모델을 그린다는 목표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히며 “국립대와 지방의료원만의 공공 구조가 아니라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들이 완결적 구조 협력적 모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