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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올해도 살아남은 우리를 위하여

얼마 전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울 삽화가 꽤 깊게 할퀴고 지나간 뒤 올 한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었다. 그는 메일에서 “사는 방법은 죽는 것 밖에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중략) 선생님 덕분에 많은 시간을 살아냈고, 살아내고 있고, 살아낼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치료자로 남아 주세요. 저와 또 다른 상담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 만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살아가며 우울감이나 불안감과 같이 뚜렷한 정신적 고통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 연인, 동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괴롭힐 수도 있고 입시, 취업 외 주거문제와 같은 경제적 상황으로 속이 상하고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을 주는 큰 사건과 사고들도 생겨나 좌절과 울분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울분은 무언가 부당하거나(unjustice), 불공정한 일을(unfairness) 당했을 때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독일 정신의학자 마이클 린든 교수는 ‘외상 후 울분장애(PTED/화병)’라는 용어로 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을 속이면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시 말해 정의로운 세상, 정당한 세계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다. 공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우받고 그 대우를 받음으로 인해서 사회 집단에 안전하게 소속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이러한 신념이 부당함으로 위협받을 때는 낙담하고 억울한 감정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2022년은 어땠나?

 

올해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았을까? 우리 국민 모두는 올바르게 존중받고 안전하게 보호를 받았는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는 쉽게 ‘예’라고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생겼으나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울분을 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고물가‧고환율 시대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다. 여기에 산불·폭우·가뭄 등 이상 기후로 국민들이 생명과 재산을 잃는 일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새해가 밝아온다. 우리 국민 모두가 새해는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마음이 우울한 이들이 새해 희망으로 더 이상 울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는 정신건강전문가로 많은 내담자들을 만난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개인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새해에는 우리 정부가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고 깊게 패인 울분을 달래줬으면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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