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80년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들어섰다. 이미 중국이 우리를 추월했고 후발 주자들이 우리를 뒤쫓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길게 보면 10년, 짧으면 5년 안에 경제가 주저앉을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 방안을 두 편에 걸쳐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제1편]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 한계상황의 우리나라 산업
지금의 우리나라 산업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3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 초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후 제대로 된 산업이 나온 게 없다. 기껏해야 네이버, 카카오, K-팝 이런 게 전부다. 새로 생겨난 사업이 있는가? 몇 손가락 꼽고 나면 더 이상 셀 게 없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산업은 망해도 벌써 망했을 것이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성장률 1%~0%대 사이로 그나마 잘 버텨 줬지만 머지않아 간들거리던 성장의 촛불마저 꺼지면 암흑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너무 비관적이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미래의 먹거리인 새로운 산업을 전혀 만들어 놓지 않고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산업으로 버티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실력 있는 경제 전문가가 등장한다손 쳐도 위기를 절대 타개해 나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앞선 중국이 진출할 수 없는 시장, 다시 말해 중국을 배제한 시장에서 근근히 활약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솔직히 국민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임금이 일본보다 높은 것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일까? 절대 아니다. 일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고 자연히 노동 공급량이 감소하니까 임금이 따라 오르는 것이다. 공사장 등에서 모든 임금이 치솟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런 상황인데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며 발전을 이어간다는 기대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혹자는 방위산업이나 조선 분야에서 또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보는 모양이다. 물론 그 말도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
조선산업, 방위산업, 제약 산업, 원자력 산업 등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기회를 잡는 건 맞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들이 가진 특성은 중국과 러시아가 배제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산업만 해도 그렇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건설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두 나라 모두 우리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이나 미국은 원전 설계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원자력 발전소 하나 만드는 데 미국은 10년 이상 걸리고 영국, 프랑스도 그에 못지않다. 동유럽의 나라는 기간도 기간이지만 원전건설 실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년~5년이면 완성할 수 있다. 대단한 강점이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면 당할 재간이 없다. 가성비가 우리나라보다 좋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두 나라는 안 되겠다 싶어 이 시장에서 떼어 놓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 나라가 배제된 시장이 생겨난 것이고 덕분에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최강자가 된 것이다.
방위산업도 다르지 않다. 지금 전쟁을 누가 누구하고 있는가?
러시아와 유럽, 중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 이를테면 체코, 폴란드가 무기나 군함을 구매하려고 할 때 그들의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서 살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두 나라를 배제하고 나면, 제조 능력이 제일 뛰어난 나라가 우리나라인 셈이다. 이전에는 일본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차지다.
가장 강력한 나라가 중국이었는데 지정학적인 구도 때문에 중국을 시장에서 떼어내 버렸으니 그렇게 된 것이다. 제약 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제약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제약사가 신약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실험까지 하고 나면 제조원가가 가장 싼 나라에서 생산한다. 중국과 인도다. 특히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같은 회사는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봤을 때 미국인들의 건강을 중국인들에게 맡기는 꼴이고, 미국의 유전자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하원에서는 특히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시장 활동을 제한하고 미국 내 바이오산업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생물 보안법, 이른바 바이오시큐리티 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배제된 제약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강력한 후보자가 된 것이다.
삼성, SK 바이로직스 같은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래 우리나라가 제조 능력이 월등했는데 중국에게 따라잡힌 것이다. 미국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우리의 제약 산업은 지금쯤 중국의 위력에 다 무너졌을 상황이었을 게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다른 나라들도, 이를테면 베트남, 멕시코 등이 우리나라를 곧 쫓아 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반짝 수요가 좋다고 한들 지금처럼 우리나라만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길어봐야 10년 짧으면 5년 안에 또다시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이다. (제2편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