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통상협상에서 '농업 개방'이 이재명 정부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단체는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업인의 동의 없이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문다면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제적 투쟁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와 농정 거버넌스의 약화, 국제 통상환경 불안정성 등으로 농업계는 복합적인 위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취임 한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농업과 농민의 문제는 각별히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며 국정 운영에 농업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농업분야 예산 확대와 국정과제 도출 ▲거버넌스 강화 등 농정 전반의 실질적인 변화 등을 이야기했다.
우선 2026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농업계가 시급하게 요구하는 사안은 ‘농업 예산’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올해 예산안은 대통령의 농정 방향과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직불금 단가 인상과 기후위기 대응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한 농업 현안을 국정과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어, 이상기후에 대응한 재배기반 마련과 스마트팜 확대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과 보상 체계 구축, 탄소중립 실천 등 기후위기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상기후대응국’과 같은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과·팀 단위에서 분산 수행하는 기후 정책을 통합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농업계에서는 농정 거버넌스가 재정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농업 챙기기’ 발언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도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농민단체를 만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거버넌스 재정비의 핵심 과제로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기능 제고가 꼽힌다. 손영준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농어업위 설립 취지는 대통령 자문과 현장 참여 보장 두가지인데,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어업위는 부처간 협업을 이끌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위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요 부처의 참여가 저조해 농어업위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줄곧 나오기도 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처럼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아야 농어업위가 대통령 자문 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