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약 22조7,600억 원 규모의 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약 7.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단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부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삼성은 계약 상대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삼성의 텍사스 신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자율주행 칩 생산을 전담할 것”이라며 “그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삼성은 AI4 칩을, TSMC는 AI5 칩을 제조하고 있다”며 “AI5는 초기에는 대만, 이후에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양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AI4·AI5·AI6 칩은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부품으로, AI4는 현재 삼성 평택공장에서 양산 중이며, AI6는 2026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미터(㎚)급 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약은 2025년 7월 24일부터 2033년 말까지 약 8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삼성과 TSMC 양사에 물량을 배분한 이유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이원화 전략으로 해석한다. 이번 대형 수주로 인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장기간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전체 영업이익은 약 4조6천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 원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수율 문제와 적자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진행될 첨단 공정의 수율이 개선된 덕분에 대형 계약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성의 첨단 반도체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