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군함 정비 역량을 바탕으로, 주한미군이나 미 해군까지 포괄할 수 있는 ‘MRO(정비·유지·보수) 전용 단지’를 국내에 유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HD현대중공업 최태복 특수사업부 상무는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부국강병' 방산포럼에서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 일부를 한미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단순한 현금 지원 방식보다, 산업 효과와 전략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비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한미 협력모델 구축이 ‘윈윈’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국내에 MRO 전용 단지를 구축하고, 한국 해군과 수출 함정은 물론 미 해군 주요 전투함까지 정비할 수 있도록 한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건선거, 드라이도크, 플로팅 도크, 보안시설 등 고급 정비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이미 조선 기술력 면에서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은 이미 필리핀에서 수출함정 MRO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향후 타국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라며 “전투함을 건조한 조선소가 직접 창정비까지 수행하는 방식은 비용과 신뢰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은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곳곳에 정비 거점을 분산 운영하고 있으나, 시설 노후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새 대안 거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이점과 함께 고급 정비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최 상무는 "운영·유지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유럽 국가들처럼 방위비의 일정 비율을 인프라 투자로 전환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5% 국방비 증가 중 3.5%는 직접 구매, 나머지 1.5%는 MRO 인프라와 방산 기반 조성에 사용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논의에서도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 해군의 항공모함 MRO 계획 부재로 인해 사업이 주춤한 점을 언급하며, “정비 역할 분담과 MRO 단지 구축이 동시에 이뤄지면, 우리 해군의 중장기 운영계획에도 명확한 체계를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창정비나 성능 개량은 민간 조선소가 맡고, 군은 부대 정비나 긴급 정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의 기능 분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상무는 "결국 이 제안은 방위비 분담 논의를 소모적인 ‘현금 분쟁’이 아니라, 인프라·기술·동맹 신뢰를 함께 구축하는 전략적 투자로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한미가 이 가치를 공유한다면, 한국은 미 해군의 핵심 정비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