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비만치료제 사용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인기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노보노디스크)의 처방 건 수가 출시 6개월 만에 40만 건에 도달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최근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마운자로(Mounjaro, 일라이릴리)가 가세하며 비만치료제 사용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작용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더불어 전문의약품 광고·홍보 집중 단속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효과에만 관심을 갖기 쉬운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제조사, 판매자, 병·의원, 보건당국 등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운자로 처방이 시작됐다. 마운자로는 평균 체중 감량률 20.2%로 위고비의 14.9%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위고비는 이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운자로 상륙으로 두 제품의 치열한 판매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에는 출시된 비만치료제는 삭센다(Saxenda,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마운자로 총 3종이다. 이 같은 비만치료제는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개발 과정에서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티드·터제파타이드 등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규제 당국의 허가를 얻어 비만치료제로 출시한 것이다. 만약 건강한 일반인이 살을 뺄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복용한다면 정상인이 당뇨병약을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비만치료제 부작용 제대로 알아야...만에 하나 실명 가능성도
때문에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있어야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실제 환자가 처방을 받아 복용하더라도 위장관계 이상 반응(오심·구토·설사·변비 등)과 주사 부위 반응(발진·통증·부기 등)이 흔하게 나타나고, 과민반응·저혈당증·급성췌장염·담석증·체액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마운자로의 경우 갑상선 수질암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투하면 안 된다. 일부 비만치료제는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련 병력이 있는 환자는 특히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진 않고 있지만 위고비와 같은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의 오젬픽(Ozempic, 노보노디스크)은 심각한 부작용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X(옛 트위터)에 스페인 사용자가 오젬픽 제품 사진과 함께 “오젬픽이 실제로 실명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피해자들은 20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싸우고 있다”고 게시했다.
실제로 유럽식품의약국(EMA) 산하 약물감시 평가위원회(PRAC)는 지난 6월 6일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 위고비, 라이벨서스에 포함된 세미글루타이드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유발할 수 있으며 1만 명당 약 1명꼴로 발생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NAION은 녹내장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시신경 손상의 주요 원인이다.
EMA는 제2형 당뇨병 환자약 35만 명을 대상으로 오젬픽으로 2년 간 치료 받은 환자가 다른 계열의 약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NAION의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를 도풀해냈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이 연구 결과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비만치료제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많고 췌장염이 생기거나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상당히 많다”라고 설명했다.
◇ 비만치료제 찾는 수요자 절반은 일반인

이런 가운데 마운자로(성분명 퍼제파타이드)가 지난 20일부터 국내 병·의원, 약국 등에 공급이 시작됐다. 출시 다음 날 일명 비만치료제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5가 약국 거리는 처방을 손에 쥔 사람들도 많이 붐볐다고 한다. 한 약국에서는 예약자가 1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병원 일각에서는 당뇨나 비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처방해주는 병·의원이 꽤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위고비의 처방전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자로가 가세하며 비만치료제 사용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삭센다·위고비 DUR 점검 처방전 수 현황’ 자료를 보면, 위고비는 올해 1월 2만2,051건을 시작으로 2월 3만1,512건, 3월 4만7,597건, 4월 7만666건, 5월 8만8,895건으로 매울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만, 6월에는 8만4,848건으로 증가세가 주춤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출시한 위고비의 작년 처방전 수 4만9,725건을 더하면 위고비의 총 처방 건 수는 39만5,384건에 달한다. 삭센다 처방 건 수까지 합하면 비만치료제 처방전 수는 40만을 훌쩍 넘는다.
김 의원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을 거친 처방 건수가 월 8만 건을 상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처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부작용 사례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전문의의 충분한 진료 하에 비만치료제가 안전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자가 아닌 정상인도 쉽게 비만치료제 처방을 받는다는 점이다. 서울 종로 약국 다수에 문의한 결과 약국에서 비만치료제를 찾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정상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 약국 관계자는 “처방전에 보면 환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식약처 등 부작용 적극 홍보...관리·감독 강화

제조사 간 가격 경쟁도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B약국 관계자는 “출시 당시 위고비 가격은 용량과 관계없이 40만원대였는데, 최근 저용량의 경우 20만원대로 떨어졌다”면서 “가장 큰 용량 제품 가격은 그대로이며 용량별로 약가를 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마운자로 가격이 20만원대로 책정되면서 판매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조사나 유통사들은 부작용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과도한 광고·홍보는 자제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병·의원에서 처방 규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 유통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식약처는 비만치료제 주사제를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 소셜미디어의 비만치료제 불법 판매·광고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일반인 대상 광고홍보가 금지된 상태다. 비대면진료 처방도 불가하다. 현재 비만치료제 관련 심각한 사례를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다. 부작용으로 인한 신고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 규제 있지만 병·의원 처방전 오남용 관리 허술
가장 큰 문제는 병·의원에서 의사들이 일반인에게도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는 행위다. 대한의사협회는 “위고비 관련 오남용 우려가 증대되고 있어 의료기관들이 처방전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준수 사항은 ▲다이어트 목적으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고 환자가 오인하게끔 홍보하지 않도록 주의 ▲식약처 허가사항 준수 ▲충분한 진료를 통해 대상환자 여부 확인 ▲환자에게 발생 가능한 부작용 설명 등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비만치료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미 관련 법이나 규제는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재가 느슨한 상태”라며 “초반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