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회의사당 정현관(본청 정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구절을 새기는 제막식을 열었다. 지난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 외곽문은 경찰과 국회 경비대에 의해 폐쇄됐다. 하지만 4일 오전 0시 48분경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개회, 오전 1시 1분에 재석의원 190명, 찬성 190표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은 가결됐다. 계엄해지 투표에는 당시 야당 의원 172명과 국민의힘 소장파와 친한계 국의원 18명이 포함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적었다.
하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107명 의원들을 대표해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께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날 자신이 계엄 당시 국회 진입했던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여당 당대표로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우리는 국민께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국민의힘 초·재선을 주축으로 한 소장파·친한계 국회의원 25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새벽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 이 기각되자 정치권에선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 쿠데타”라는 지적과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이다. 계엄과 탄핵 내란몰이의 어두운 과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날”이라는 주장이 뒤섞이며 공방전이 이어졌다.
◇계엄 1년...그리고 국회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
계엄 선포 1주년. 시민사회단체는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하는 취지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응원봉을 다시 들고 “내란종식·사회대개혁”을 목청껏 외쳤다.
이 자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김재연 진보당 대표·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내란외환, 청산”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없었다”며 “또 감사드릴 것은 올해 4월 4일 11시 25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판결을 끌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란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세력, 박성재, 추경호의 영장을 기각한 사법 쿠데타를 진압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어서 사법 쿠데타를 진압하고 다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과 김건희는 감옥에 갔다. 내란 일당들도 감옥에 갔다. 그렇지만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며 “곳곳에 윤석열 일당들이 도사리고 복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주구였던 검찰은 호시탐탐 복귀를 노린다. 내란의 침묵했고 대선에 개입했던 법원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재연 진보당 대표도 “1년 전 오늘, 우리가 목격한 것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의 실체였다”며 “그들은 국민을 배신한 권력의 최후를 단 한번도 본 적 없기 때문"이라며 "인과응보, 사필귀정은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라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란 잔당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낼 때까지, 더 크게 힘모아 싸우자. 내란세력의 뿌리까지 뽑아낸 그 자리에 새로운 세상의 다채로운 꽃을 피워낼 튼실한 모종들을 심고 부지런히 가꾸어 사회대개혁의 결실로 망설임 없이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내란 1년, 우리 국회가 더욱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계엄법 개정안 통과를 제외하면 내란종식특별법을 포함해 국회에 제출된 수많은 내란 후속조치 법안들이 제대로 심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국민과 함께 미완의 '빛의혁명'을 완수하겠다”며 “이제 겨우 특검과 검찰개혁을 시작했을 뿐,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은 첫발도 못 뗐다. 정치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은 여전히 강고하고, 광장의 다양하고 절박한 목소리는 아직도 메아리로만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파면광장을 열었던 시민들은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아,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다시 거리로 나와 내란청산‧사회대개혁을 외쳤다. 오늘따라 밤하늘에 뜬 달이 유난히 밝아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