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 본계약 국면에 들어서며 ‘팀코리아 수출’이 현
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 점검해야 할 것은 “한국이 체코 공사비를 다 대줄 수 있나” 같은 단순한 자금 규모 논쟁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이 2022년 ‘원전 수출 금융지원 협력 MOU’를 통해 원전금융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 뒤 어느 단계에서 어떤 금융조건이 확정되고, 그 과정이 어떤 근거로 작동하는지(비구속 의향서→조건합의서→약정→집행)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검증 틀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전 수출은 기술로 따내도 끝이 아니다. 10년 안팎의 공사 기간과 수십 년 운영 동안 ‘계산서’는 계속 나온다. 공기 지연, 원가상승, 환율 급변, 법적 분쟁이 한 번만 터져도 금융비용은 급증한다. 그리고 그 금융비용은 곧 전력단가로 이어진다. 그래서 원전 수출의 리스크는 ‘사업 무산’보다 성공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의 배분에서 더 자주 드러난다.
◇두코바니는 ‘발주국 금융 주도’...한국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할 때
두코바니 사업은 체코가 전력가격 목표를 먼저 제시하고, 공공지원과 정부 대출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식으로 발주국이 수익 구조와 자금조달 프레임을 깔아놓은 '딜'이다.
앞서 체코 정부는 2030년대 두코바니 원전 전력단가를 “2025년 기준 90유로/MWh”에 맞추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표현은 ‘2025년에 전기를 그 가격으로 판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가를 2025년 수준으로 고정해 산정한 실질(기준연도) 가격에 가깝다. 향후 물가가 오르면 2030년대 실제로 청구·정산되는 금액(명목가격)은 90유로보다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체코형’ 딜에서는 한국의 수출금융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옵션(필요 시 ECA 지원), 특정 구간의 리스크 완충재, 또는 협력사·공급망 자금줄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딜에서 질문은 “한국이 공사비를 대느냐”가 아니라, 한국의 정책금융·보증·은행 협업 체계가 실제로 어느 구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2022년 팀코리아 원전금융 협력 MOU...텀시트 ‘작동 방식’ 들여다볼 필요
국내 원전업계와 정책·민간 금융기관들은 2022년 12월 해외 원전수출 사업 공동 금융지원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전·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공기업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같은 정책금융기관, KB국민·신한·우리·기업·하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이 한데 묶여 “해외 원전수출 금융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MOU는 본질적으로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그 자체로 구속력이 크지 않다. 반면 수주전의 실전은 금리·만기·보증 범위·리스크 분담 등 핵심 조건이 담기는 텀시트(조건합의서)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서 핵심은 “텀시트를 지금 당장 공개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입찰 단계에서는 비구속 의향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우협·본계약 이후에는 그 의향서가 언제 어떤 절차로 텀시트로 굳어져 약정과 집행으로 이어지는지, 즉 협업 플랫폼이 실전에서 작동하는 단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뜻이다.
텀시트는 원래 거래 내부 문서로 공개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문제는 ‘문서가 공개돼야 한다’가 아니라, 금융지원이 실제로 어떤 범위·조건으로 확정되는지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단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원전업계와 정책·민간금융 간 협업 선언(MOU)은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 프로젝트에서 어떤 조건과 책임 구조로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검증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코 정부가 전액 재원조달”...남는 쟁점은 ‘공급망 금융’
이와 관련해 한수원 관계자는 “두코바니 사업은 체코 정부가 전액 재원조달할 예정”이라며 “현재 한수원이 금융 관련 담당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수원의 하청업체들은 회사 상황에 따라 대출을 직접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스스로 “금융 역할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두코바니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공급망(협력사·기자재) 금융이다. 원전 기자재는 제작 기간이 길고 선투입 비용이 크며, 납품 후에도 검수·정산까지 시간이 걸려 현금 유입이 늦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한수원의 협력사·기자재 업체들이 실제로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실무적 돈줄이 충분한지 여부가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에 “현재까지 두코바니 원전사업 관련 금융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체코가 국채 발행 등으로 자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참여 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심사를 거쳐 지원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2년 수은 등이 맺은 ‘원전 수출 금융지원 협력 MOU’에 대해서는 "원전 팀코리아의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 시점에서 ‘체코가 사업비를 전액 조달한다’는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남는 쟁점은 하나로 모인다. 이에 팀코리아 원전금융 협업 플랫폼이 본사업이 아니라 공급망에서, 그리고 우협·본계약 이후 구체 조건이 확정되는 구간에서 실제로 작동할 것인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