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국제 LNG 가격·운임 동반 상승
- 美·加·호주·모잠비크로 수입선 다변화...중동 의존도 낮춰
- 하절기 수요 감소로 단기 물량 안정...“문제는 결국 가격”
한국가스공사가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을 일정 수준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가스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의 본질적 리스크가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국제 가격과 운임 상승이 국내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에너지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LNG 시장에서는 가격과 선박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그 영향권에 들어선 상황이다.
가격 상승 압력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최근 MMBtu당 25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이후 불과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LNG선 운임 역시 40% 이상 급등하면서 원료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까지 도입 단가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 중동 의존 낮추고 공급망 재편...“LNG 도입 단가가 핵심 변수”
지난 27일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지속해왔다며 최근 제기된 LNG 국내 수급 불안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 결과 중동산 LNG 비중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미국·캐나다·호주 등 북미와 오세아니아 중심으로 공급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일본 발전 공기업 JERA와의 물량 교환 협약, 호주 프리루드(Prelude) 사업과 캐나다 LNG 프로젝트 등 해외 지분 투자도 병행되며 위기 대응 여력은 강화되고 있다.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등 신규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확보 가능한 지분 물량 역시 연간 50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별 장기계약 도입 단가는 공개되지 않지만, 국내 지표와 국제 가격 흐름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가 LNG 비용 구조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2026년 3월 기준 발전용 천연가스 원료비는 1만3731원/GJ 수준으로, 유가와 환율에 따라 매월 조정되는 구조다.
수급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비축 의무량을 상회하는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장기계약 기반 공급 구조를 통해 추가 물량 확보 여지도 갖고 있다.
원유·가스업계 관계자는 “LNG는 발전용과 도시가스로 나뉘는데, 발전용은 원전·석탄 등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하고, 도시가스 역시 계절적 수요 구조를 갖는다”며 “하절기에는 소비가 감소해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수는 가격이다. 특히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 등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LNG 가격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로, 봉쇄나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북미 등 신규 공급선은 운송 거리가 길고 액화·운송 비용이 반영되면서 도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운임 상승까지 더해지며 ‘비용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결국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이 일부 희생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NG의 구조적 한계...가격 변동성 상수화
LNG 시장의 구조적 특성 역시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LNG는 생산설비와 액화·운송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산업으로,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한 뒤 다시 안정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시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중동 리스크가 재부각된 현 시점에서 가스공사가 직면한 과제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 부담 사이의 균형’으로 요약된다. 수입선 다변화로 물량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비용으로 전이되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안정 관리,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 흡수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LNG 도입 전략과 계약 구조, 요금 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가스 시장 중개인 석호길 씨는 “현재 LNG 시장은 절대적인 물량 부족보다 가격 급등과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국면”이라며 “한국가스공사는 장기계약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수급 공백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카타르 등 중동 물량은 유가 연동 구조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유가 상승 시 가격이 뒤따라 오르고, 미국산 LNG는 가스 가격에 액화·운송비가 더해지는 구조”라며 “현재 한국의 평균 도입 가격은 MMBtu당 9~1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는 미국 LNG 장기계약 확대, 호주·동남아 등 비중동 공급선 유지, 비축 확대 등을 추진하고, 원전·석탄 등을 중심으로 한 발전 믹스 조정을 통해 가격과 공급을 동시에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