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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52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

1960년, 서울사대문 안에 학원처럼 만들어진 건물이 있었다. 국내최초의 국악예술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서 설립되었다지만 학교의 규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각종학교의 형태였다. 그러다가 ‘한국국악예술학교-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로 바뀌면서 예술분야의 인재육성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울타리에서 공존하며 실질적으로는 행정직과 교장이 겸임체제를 이루고있다. 한 학년의 정원은 중학교가 60명, 고등학교가 180명이다. 교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달랐다. 이 학교의 교과목들은 전통예술고등학교답게 대부분이 예술에 관련한 학과들이다. 고등교과목 4개 반을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한국음악과(기악과)는 가장 전통적인 학과다. 각종악기를 이론부터 실습까지 배운다.

성악과는 판소리나 가야금, 가곡이나 가사, 여러 지역의 민요 등을 배우고, 연희학과는 탈춤 같은 것을 배운다. 춤을 추면서 노래도 하고, 대사를 하면서 음악반주도 연주한다. 음악학과는 뮤지컬을 연상할 수 있는 학과다. 교과목 중 어쩔 수 없이 서구화된 뮤지컬을 실습하고는 있지만 조금 더 한국적인 뮤지컬에 치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서구뮤지컬도 전통적인 것을 먼저 습득하면 기본기가 탄탄해져서 뮤지컬 연주자로서 다양성을 습득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덕목이 될 수 있다는 것. 무용학과는 한국무용을 배우지만 대학진학을 위해 발레나 현대무용도 겸해 배운다.


전국의 유명한 무형문화재 분들이 교사로 활동

이 학교는 원래 석관동에 있었다. 그때만해도 학교 내에는 무형문화재전수회관이 있었다. 수많은 인간문화재 분들이 학교가 설립된 후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이 학교의 교사로 활동했다. 학교를 설립한 분은 무형문화재 위원이었다. 전국에 유능한 예능인들이 이 학교의 교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였다. 학생들은 졸업한 직후 이수자가 될 수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설립한 무형문화재 전승실은 학교는 실습실로, 무형문화재 분들은 전승실로 썼다. 그만큼 산학협력도 잘 됐다. 그러나 학교가 성장하고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청으로 승격되면서 전수교육관을 별도로 마련하게 되어 그러한 협력은 사라져버렸다.

정규고등학교라고 하기보다는 대안학교 형태였지만 인간문화재들이 교사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취업율은 상당히 높았다. 국가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의무적으로 2명을 선발해 전승자로 인정해 교육비를 전액 부담했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은 5년간 매일 일지를 써야했지만 이수를 하게 되면 졸업과 동시에 이수자가 되었다. 특별히 실력이 뛰어날 경우는 조교로 활동을 한다든지 향우 인간문화재가 될 수도 있었다.

유능한 교사들로 인해 졸업생들은 대학을 가지 않고도 사회진출이 용이했다. 다양한 예술분야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유명한 무형문화재 분들과 함께 해외공연을 가고 단원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만큼 교육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이 학교의 현재 졸업생들 80%이상은 동일계(국악과, 무용학과, 연극학과 등)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었다. 나머지 20%는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재수한다고 했다. 시대에 따라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아주 높은 듯 했다.


예산편성도 운영도 문화관광부가 담당

이 학교는 그동안 예산은 문관부가 편성하고 운영은 학교법령에 따라 교육부가 담당해 왔다. 그러나 효율성의 문제를 들어 지난해부터 예산편성과 운영을 문광부가 담당하기로 하고 문광부와 교육부가 법령 작업을 하고 있다. 공연분야의 전문성이나 학생들의 특성화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는 문광부가 직접 경영까지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광부가 국악고도 경영하고 있잖아요? 경영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거죠. 학교가 만들어질 때는 문광부가 학교를 경영할 사항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교육부에 위탁을 한 거고요. 현재까지 양쪽으로 갈려 있던 기관들이 문광부로 일원화되면 예술이라는 아주 특성화된 학교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예산편성과 경영을 확실하게 할 수 있고 향우에는 인사권까지 실질적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요.

물론 단점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인문교과목의 순수한 교육차원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사립학교를 생각한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학교에 어떠한 항목이 생겼을 때 문광부에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해 정도 늦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봐요. 국가적으로 학교와 관련된 정책이 나오면 지금은 바로 그 정책을 반영 할 수 있었으나 우리학교의 경우는 직접 경영을 담당하는 문광부에 예산을 요청해야 하니까요. 학교의 특성상 앞으로의 비전을 위해서 문광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예술계승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체감할 수 있는 경영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명인들을 모셔와 교육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

교육의 주체는 능력 있는 교사에게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의 현실은 틀에 짜인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광부로 이관되면서 이 학교도 이런 문제에 부딪혔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현장에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정교사로 채용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특수한 학교에는 산업체 겸임교사가 있긴 하지만 정규교사채용에 대해서 굉장히 제한적이다. 이 학교 또한 예술분야에서 큰 업적을 가지고 있는 무형문화재 또는 명인들을 모셔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었다. 현재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지만 앞으로는 더 용이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예술교육은 연륜 있는 분들의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분들을 평교사와 같은 시간에 수업하게 하고 퇴교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분들의 경험을 통해서 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조기 교육의 필요성

“모든 분야에서 조기교육의 필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예술분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과정은 굉장히 중요해요. 이 나이에는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교육시키는 데로 스펀지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현재 교사들의 여건을 보면 중학교는 조금 더 젊은 교사, 고등학교는 조금 더 경력이 있는 교사 그런단 말이에요. 대학은 더 훌륭한 분들이 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가지 근무여건도 상당히 좋아요.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교사들도 그런 여건이 갖춰져서 어린 학생들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분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성이고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해외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해마다 늘고있다고 했다. 유학은 학교에서는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선택하고 있었다. 주로 해외에 가족 중 누군가가 나가서 기반을 잡아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전통예술을 전공했다고 해도 해외에서 비교 예술이라든지 예술경영을 전공한다고 했다.

“이런 공부는 국내에 들어와 우리전통 예술의 국제화나 한류에 상당히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다양하게 시야를 확장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거죠.”

전통분야는 단시일 내에 교육으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워낙에 오랫동안 전문적인 예술로서 다져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예술성과 음악성이 높아 그것을 크게 취득하고 전승하기도 쉽지 않다. 명인들이 평생 한 길을 가는 이유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체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중학교 과정의 필요성이 그거다.

“현재는 중학교과정이 60명인데 앞으로는 고등학교 정원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중학교정원을 조금 더 늘릴 예정입니다. 어릴 때 교육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현재 서울에는 전통예술을 전 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두 군데다. 그 외 학교들은 한 두 개의 학과를 편성해서 가르치는 정도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수업은 규정화되어 있는 관계로 실습시간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광부로 이관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간을 늘려 편성을 요청했는데 관계부서에서 난색을 표한다고. 방과 후 수업이나 특성화과정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개설됐다고 했다.
 

학교수업이 대학입시에 함몰되어 있는게 안타까워

중등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로 진학이 가능했다. 다른 중학교에서 진학하는 학생들은 개인의 음악성과 악기를 다루는 방법 등이 실기평가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성화고의 취업률과 이 학교는 상관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지금 우리학교만 봐도 너무 대학입학에 함몰되어 있다는 강압감이 있다. 다른 학교들도 그런 입장인데요. 고등학교 전인교육이라는 게 입시에 너무 맞춰져 있다 보니 인문계의 경우도 자율학습이 끝나면 밤10시가 돼야 집에를 갑니다. 정서적인 교육도 인격체로 가는 교육으로 가야하는데 너무 대학입학에만 모든 게 맞춰지다 보니까 중등교육을 위협하는 큰 요소가 되고 있는거죠. 특히나 우리 학교는 예술분야를 담당하는 학교로 영재나 천재가 있을 수 있거든요. 예술로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학교의 역할은 어떤 예술단체에 당원이 된다든지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신체는 대학 다닐 때가 가장 무용이라든지 이해가 필요한 분야에 아주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적기에요. 대학도 늦었다고 봐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을 나와야 예술단원으로서 조건을 갖췄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런 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학교는 사립에서 국립으로 5년 전에 전환됐다. 학생들에게 학비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다. 음악이라는 특성상 사교육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래서 공적인 교육기관으로서 그런 것을 줄이기 위해서 방과 후에는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었다.

“전통예술기관에서 예술인을 육성하는 모든 필요여건은 일반계에 비해서 훨씬 더 힘이 듭니다. 학생들이 정말로 많이 습득하고 노력해야 해요. 이와 같은 것은 어쩌면 국가를 위해서 애쓰는 거예요. 그런 취지에서 볼 때 전통예술분야를 하겠다고 열정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모든 것을 부담해 주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것을 계승하는 것을 어린 학생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거잖습니까.”


‘정체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포럼 개최

사학으로 운영되어온 이 학교는 이제 국립학교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50년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화되고 다문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때에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전통예술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방향을 새로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포럼도 개최됐다. ‘정체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학교의 교육에 필요한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전통을 바탕으로 한 한류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 인가’도 포함되어 있다.

“서구문화에 비해 체계적으로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 동아시아의 전통예술에 대한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도 기여를 해야 합니다. 경제력과 국격에 맞는 한류의 지속적인 확장을 위해서도 우리 전통예술의 오랜 세월에서 다져진 나름대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번 포럼은 동문회와 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했는데요. 서로가 톱니바퀴 역할을 하면서 우리예술문화를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난달 1일자로 부임해온 정회천 교장은 오자마자 큰 행사를 추진할 정도로 학교에 대한 열의가 대단해 보였다.

“앞으로도 교육포럼이나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교육목표를 설정할 겁니다. 우리 전통 예술이 국내를 떠나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정부기관과 서로 공유하면서 우리전통예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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