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토)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사회·문화


수요북콘, 저자와 관객 간 소통의 장을 열다


 

매주 수요일 저자와 관객이 한자리에서 소통하는 장이 펼쳐진다. 수요 북콘서트를 줄여 수요북콘이라고 부른다. ‘북콘서트’하면 아직은 낯설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홍대에 가면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북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 평소 만나고 싶어하던 저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수요북콘만의 매력이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수요북콘, 그 현장의 느낌을 담아본다.

젊음의 거리 홍대 일가에 신나는 판 하나가 더 벌어졌다. 2012년 2월 15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정기적인 북콘서트가 열리게 된 것. 출판전문 잡지 월간 <라이브러리&리브로>와 모회사인 (주)여산통신 온북TV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책과 저자를 가까이서 만나는 문화의 향연으로 채워가고 있다. 행사명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북콘서트라는 뜻을 담은 ‘수요북콘’이다.

책과 저자를 가까이서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수요북콘의 출발이었다. 딱딱한 저자 강연회가 아닌, 출판사가 주도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닌 출판과 문화를 잘 아는 연출자가 필요했다. 수요북콘을 주최하는 (주)여산통신 온북TV는 2003년부터 9년째 출판계의 영상을 담아온 출판전문 인터넷 방송(www.onbooktv.co.kr)이다. 그리고 라이브러리&리브로는 출판계의 이슈들을 발빠르게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잡지. 이 둘의 조합을 통해 온북TV는 작가와의 만남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라이브러리&리브로에서는 영상에 담을 내용을 담당하기로 했다.

지난 2월 15일 <이것이 공부다>의 저자 이한 씨가 주인공으로 참여했던 제1회를 시작으로 소설 <난설헌>의 작가 최문희를 비롯해 책의 저자뿐 아니라 책을 만든 출판 편집자까지도 초대해 다양한 독자층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지하철 2호선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홍대입구역 8번출구로 나와 50미터만 가면 있는 Y2K빌딩 지하 2층. 대형서점 북스리브로 홍대점에 마련된 ‘콘서트홀’에서다.

홍대에 가면 개성 있는 뮤지션들, 비보이들의 공연을 잠시간 즐기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카페와 패션, 유흥문화에 가려져 대자본이 들어간 공연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었던 문화 생활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블로그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면 번거로운 신청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를 습관적으로 외치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누군가 늘 ‘거기’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을 터. 수요북콘 또한 수요일 저녁을 늘 책과 저자의 이야기가 ‘있는’ 시간으로 펼쳐가고 있어 문화적 목마름을 느꼈던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수요북콘은 모든 행사를 영상으로 기록해 현장의 하이라이트를 공개하는 한편, 블로그에 마련된 ‘수북수북 라디오’를 통해 행사의 모든 내용을 오디오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책 관련 프로그램이 절실한 이 때, 케이블TV를 통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예정이라는 점 또한 반가운 대목이다.

온북TV의 정진희 이사는 “전 국민 독서의 해를 맞아 정기적으로 책의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북콘서트를 통해 독서 문화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이 행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케이블방송과 IPTV 등에 60분물 종편 영상을 제공해 이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매주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 <라이브러리&리브로>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신혜정 씨가 그 주인공으로 2001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매 주 기획하는 행사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행사의 섭외, 구성, 진행을 모두 담당하기에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답한다.

수요북콘은 ‘만나고 싶은’ 저자를 섭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들면 섭외를 하는 것이다. 여느 출판기념회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콘서트만의 매력은 그로부터 비롯되는 듯하다. 상업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저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도 ‘만나고 싶은’ 저자이기에 가능하다.

과거 이런 행사는 주로 방송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종영 후 남는 아쉬움, 저자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할 수 없다는 점은 늘 아쉬움이었다고. 수요북콘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독자와 저자간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2 독서의 해를 맞아 수요북콘을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독자들에게 저자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것. 그러한 장점은 출판사에서 책 홍보를 위해 진행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신혜정씨는 “수요북콘은 상업성보다는 솔직하고 진솔한 만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출연하는 저자도 평소 만나기 어렵지만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수요북콘 참관기

수요북콘에 난설헌의 최문희 작가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콘서트장은 서점 북스리브로 옆에 위치해있는데, 홍대다운 젊음은 서점에도 한결같이, 많은 젊은이들이 서점 곳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콘서트장은 생각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다. 작지만 아담한 분위기라는 말이 어울릴 듯. 무대의 높이도 객석과 별 차이가 없다. 무대와 관객이 호흡하기에 안성맞춤해 보였다. 온북TV 카메라 몇 대가 콘서트 촬영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잔잔한 기타연주와 함께 진행자 신혜정 시인의 난설헌 낭독으로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발돋음하고 안채를 기웃거리던 초희는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안방의 덧창은 아직도 꼭 여며진 채 고요하다. 일각문의 문지도리가 헐거워 손만 대어도 쇳소리를 질러댔다. 초희의 새벽 걸음은 당연히 중대문이 아니다. 후원으로 나갈 수 있는 틈새 길이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모른다. 이 틈새 길이야말로 초희에게는 숨구멍이었다. ''숨구멍''이라고 초희는 자그맣게 옹알거리고는 그 말이 주는 은밀함에 살며시 웃는다. 이 높고 소슬한 담장으로부터 작은 탈출이 가능하다는 게 신통하고 재미있다.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은 저고리 앞섶에 감춰버린다.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기에 더 은밀하고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시는 걸 공연한 걱정거리를 마련할 까닭이 없지, 입술 밖으로 비어져 나온 오밀조밀한 말들을 초희는 소리없이 삼킨다.... (소설 ‘난설헌’ 中)

이어 오늘의 주인공 최문희 작가가 무대에 오르자, 여느 콘서트장의 가수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객석의 반응은 ‘몰입’ 그 자체였다.

몇가지 짧은 문답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소설 ‘난설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 천재적 재능과 미모가 여성에게는 걸림돌이었던 시대를 살아간 허난설헌의 삶을 소설로 풀어간다. 최문희 작가의 필력, 섬세함은 고된 시집살이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두 아이가 죽고, 자신도 죽음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절절하게 전개되어 있다.

최 작가의 오랜 문우인 소설가 김희원, 민봉기 선생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최 작가의 평소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의 연주는 콘서트의 감초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문학과 음악의 조화, 신선함은 이 콘서트의 백미라고 할만한 만남이었다. 백상웅, 최예슬 시인의 ‘난설헌’에 대한 감상평과 난설헌 시 낭독을 끝으로 콘서트의 막을 내렸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 작가의 표정과 숨소리가 생생하게 관객에게 전해지는 느낌은 수요북콘만의 매력인 듯하다. 평소 언론을 통해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진행자의 차분한 진행은 ‘북’을 소재로 하는 콘서트와의 최고의 궁합일 듯. 수요북콘을 보기 위해 수원에서 왔다는 김영민(29세)씨는 “저자와 방청객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기에 찾아왔어요. 신혜정 진행자의 차분한 진행도 좋았고, 표정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책의 내용이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기분이었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진행자 신혜정 편집장 인터뷰>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셨는데, 본인의 작품 소개를 한다면

"현재 수요북콘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라이브러리&리브로>의 편집장도 동시에 맡고 있어요. 2001년에 등단을 했으니까 시인으로는 어린 나이에 등단을 했습니다. 2009년 발간한 ‘라면의 정치학’이라는 시집은 10년간 차곡차곡 모아놓은 시집입니다. 오랜기간 써온 시를 모아서 한권으로 엮다보니 3부로 구성했지만, 각 부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시집에는 소비행태에 대한 비판의식 등이 녹아들어 있는데, 채식주의자 생활이 작품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라면의 정치학>

현대는 엑기스의 시대다
정보의 집합체에 접근하기
혹은 접근 금지의 아고라에 모여들기
농축이 아닌 것들은 천대 받는 시대

젊음은 치기라는 농축 엑기스의 집합체로
술을 마셔도
연애를 해도
미친 듯이,
미칠 듯이
객체와 영혼의 융화를 이루어내는

라면은 현대 식문화의 집대성으로
영양학자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만들어내는
정치적인 이슈는 스프 속에 감춰진 비밀 레시피
소고기맛 베이스
지미강화육수분말
육개장양념분말
햄맛분말
향미증진제
돈골엑기스……

엄청난 살육의 엑기스를 분말로 만들어내는 물리학의 기적

팔팔 달아오른 냄비는 뜨거운 욕망을 탄생시키고
한 번의 사용을 위해 가지런히 포장된 비닐봉지는
원 나잇 스탠딩
구깃구깃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부패되지 않는 것들을 양산하는 현대의 문명은
한 끼 식사에 30분을 소비하지 않는다

냄비가 끓었다면
이제 곧 먹을 차례다

정치적인 핵심과 이슈들이 퉁퉁 불기 전에
초스피드 배후설을
완성할 차례

역사와 문명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것은
활자처럼 찍혀
좌우로 팔려나간다


1인 3역을 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평소 인문서를 즐겨읽는데, 시를 쓰는데 자양분이 됩니다. 또한 시적 감성은 잡지 편집에 많은 도움이 되구요. 시인으로 먼저 등단을 하였고, 편집장 일을 맡게 되면서 수요북콘 진행도 맡고 있습니다. 시인으로 등단한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잡지 편집 일은 초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더욱더 초보라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를 쓸 때와 평소 생활할 때와는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고가 분리되어 있다고 해야할까요. 평소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 아니었는데, 편집장 일을 맡으면서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