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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테러의 진화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현재 인류는 테러와의 전쟁 중이다. 지난 7월 유럽에서 테러 청정국으로 불리던 독일에서는 뮌헨 총기난사 사건, 독일열차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 지난 26일 프랑스 북부 루앙 인근 성당에 괴한이 들이닥쳐 아침 미사를 드리던 노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하는 테러도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테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들여다보았다. 

2001년 9월11일 오전8시46분(현지시각) ‘쌍둥이빌딩’으로 불리던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졌다. 테러범에 의해 납치된 아메리칸항공 11편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충돌했고 건물은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뒤 날아든 유나이티드항공 175편 항공기는 반대편 남쪽 타워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147명의 무고한 시민과 승무원이 희생됐다. 이 당시 미국인들은 북쪽 타워에 아메리칸항공기가 부딪힐때 까지만 해도 조종사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날아온 유나이티드항공기가 건물에 부딪히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테러임을 인지했다. 당시 911 항공기 테러는 건물이 무너져 총 3천여 명이 사망하고 6천여 명이 다치면서 최악의 인명피해를 만든 테러로 기록됐다.

pray for Paris



2015년 1월7일 오전11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본사에 무장괴한 2명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무장괴한들이 샤를리 엡도를 찾아가 총기를 난사한 이유는 당시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에 대한 풍자를 많이한 것에 대한 보복성 범행이었다. 관련 범인 중 한 명은 자신을 IS(Islamic State)소속 이라고 밝히면서 IS와 프랑스는 적이 되었다. 샤를리 엡도 테러가 발생한 이후 전 유럽은 ‘자유가 암살당한 사건’이라는 수사를 써가며 희생자를 추모하기 시작했다. 마누엘 발 프랑스 수상은 “테러리스트들의 종교는 이슬람이 아니다. 야만이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유럽 전역에서는 “Je suis Charlie(나도 샤를리다)”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하지만 IS의 테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11월13일 오후 9시20분(현지시각), 파리 10구에 있는 ‘르 카리용(LeCarillon)’이라는 술집(bar)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 총기난사범은 길을 건너 캄보디아 레스토랑인 ‘르 프티 캄보주(Le Petit Camboudge)’로 이동해 또 다시 총기를 난사했다. 비슷한 시각 총기난사가 벌어진 곳에서 조금 떨어진 ‘라 카사 노스트라(La Casa Nostra)’에서도 기관총을 가진 괴한이 총기난사를 했다. 이어 파리11구에 있는 카페에서도 괴한 두 명이 총기를 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살 폭탄테러도 일어났다. 프랑스와 독일 축구 국가 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리던 스타드 드 프랑스 밖에서 두 번의 폭발음이 경기 도중 들렸다.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오후 10시 파리11구에 있는 바타클랑(Bataclan)콘서트장에는 미국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1천500여 명 가까이 되는 관객이 있던 콘서트 장에 갑자기 복면을 두른 4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콘서트장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콘서트장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은 콘서트장 관객을 인질로 잡아두고 무차별적 살상을 시작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대테러 부대를 현장에 투입시켰다. 다음날 새벽 1시경 대테러 부대가 투입된 지 한 시간 가량 지난 뒤 테러범이 전원 사망하며 바타클랑 콘서트장의 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콘서트를 즐기던 약 1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프랑스 전역은 3일간 애도기간으로 선언되었고,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국회의사당 건물 등 주요 시설에 군대가 배치되다. 파리 전역의 모든 학교도 임시 폐쇄됐다. 또 한 동안 파리 전역에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프랑스에 내려진 계엄령은 1944년 2차 세계 대전 발령된 이후 71년 만에 일어난 비극적인 일이었다.



일상으로 들어온 테러

2015년 IS에 의해 발생한 두 번의 대규모 프랑스 테러는 IS가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세계 어디에서도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만 천하에 드러냈다. 유럽사회는 반 이슬람, 반 난민 정서가 심화됐고, 테러의 온상이 된 프랑스 현지 분위기도 매우 흉흉해졌다. 한편, 프랑스 내부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때려잡자’라는 의식이 청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군에 입대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현상도 발생했다.

2016년 7월14일, 프랑스 니스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며 기념일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을 향해 19톤의 차량이 돌진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니스 테러는 14일 밤10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시민들이 대혁명 기념일 축제를 맞아 진행된 불꽃놀이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해안 산책로를 따라 대형 트럭이 들어왔다. 트럭에 탑승한 테러리스트는 트럭으로 시민들을 덮치면서 총격까지 가했다. 2km를 내달린 테러리스트는 주변에 있던 프랑스 군경에 의해 즉시 사살됐지만 축제 현장에서는 80여 명의 사망자와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생겨났다. 당시 축제 현장에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부모를 따라 나선 어린 아이들도 많았고, 광기어린 트럭 질주에 10명의
아이들이 희생됐다. 프랑스 당국에 의하면트럭을 운전했던 테러리스트는 모하마드 라우에지 부엘이라는 31세 남성 프랑스 영주권을 가진 튀지니 인으로서 이슬람을 믿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프랑스 검찰은 IS와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선을 그었다.



종교전쟁의 서막, 성당 테러

전 세계적으로 테러를 일삼고 있는 IS는 이슬람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혐오감과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유럽의 가톨릭은 화합과 용서, 포용을 이야기 해 왔다. 하지만 7월26일 쉽사리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26일 오전 9시43분(현지시각) 무장 괴한 두 명이 프랑스 북부 루앙 인근의 생테티엔 뒤 루브래(Saint Etienne-du-Rouvray)성당을 습격했다. 괴한들은 아침 미사를 드리고 있던 86세의 자크 아멜 신부와 두 명의 수녀, 신도들을 인질로 잡았다. 괴한들은 인질들에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했지만 아멜 신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현장에서 괴한은 흉기로 아멜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했다. 인질극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기동대가 성당 밖으로 나오던 괴한을 사살하면서 막을 내렸다. 놀랍게도 성당을 습격한 범인 중 신원이 밝혀진 아델 케르미슈는 올해 나이 19살로 성당 테러 이전 두 차례나 시리아로 들어가려다 적발돼 전자팔찌로 감시를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특히 이번 성당 테러는 IS가 배후를 자처한 종교시설 대상 테러라는 점에서 충분히 종교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당 테러에 대해 “야만적인 살인”이라는 강한 어조로 비난했고, 교황청 대변인도 “신성한 장소인 성당에서 일어난 끔찍한 폭력”이라며 고통을 전했다. 이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가톨릭이 공격을 당했지만, 이는 프랑스 국민 전체를 노린 것과 같다”며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법 테두리 안에서 IS와의 전쟁을 치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테러(Terror)는 라틴어 terror에 기원을 두며 ‘거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테러리즘(terrorism)’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테러라는 단어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던1789년 ‘공포시대(The Region of Terror)’에서 처음 사용됐다. 현대 테러에는 다양한 유형과 전술이 존재한다. 과거 911테러와 같이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규모 테러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발생하는 테러는 복합적인 유형을 취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니스의 트럭테러가 바로 그런 사례다. 투쟁의 의미로 사용되던 테러의 목적은 이제 경외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는 유럽 사회와 전 세계에 이슬림과 무슬림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끊임없는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구권에서는 테러 이전만 하더라도 이슬람권 난민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끊임없이 유럽으로 난입되는 신규 난민과 기존 무슬림들조차 일부 테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구 사회에 외국인 배척 및 우경화 현상이 일어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IS가 노리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국가 건립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전 세계의 종말을 부르고 싶은 것일까.

MeCONOMY Magazine Augus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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