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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된 자살보험금 논란, 이제 시선은 국회로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보험특약에 따라 자살에 따른 보험금을 보험사가 ‘표기상의 오류’라며 지급을 부정해 수년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일명 ‘자살보험금’ 논란이 올해 잇따른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특약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곧이어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경우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금감원은 ‘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강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수년 동안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일단락됐다. 보험약관 특약 내용에 대해 ‘표기상의 오류’라며 자살에 따른 재해보상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와 가입자는 일단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었다. 대법원이 지난 5월12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이후 9월30일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지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져 국회에서도 나설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건의 단초 제공한 보험사
모르면 당연히 지급 X, 청구자에게는 ‘표기상의 오류’ 항변


사건의 단초는 생명보험사들이 제공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보험사들은 사망보험 재해사망특약 상품을 쏟아냈다. ‘보험가입후 2년 후 자살한 경우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기초로 약 280만건의 사망보험을 판매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살의 경우에는 특약대로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7월말 기준으로 14개 보험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2,600억여원에 달한다.


양재역의 한 노무사는 “2011년 자살로 한 근로자가 사망했고, 정신적 이상상태로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정부에서 산재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도 보험사는 ‘자살은 재해사망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당시에는 이런 쟁점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살보험금 관련해서는 사실상 현재 드러난 것 말고도 많은 건들이 수면아래 잠자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 근로자에게 특약상 자살로 인한 재해보상보험금이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려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당시 특약이 있던 상황에서도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고, ‘약관대로 보험금을 달라’는 가입자의 청구에는 ‘표기상의 실수’였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보험사들은 2010년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약관개정을 했다. 하지만 결국 다툼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5월12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청구기간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지급할 수 없다’고 다시 맞섰다. 이후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의 보험금 지급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면서 지급을 미뤘다.


9월30일 대법원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 기간인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2,600억여원 가운데 소멸시효가 완성된 2,200억여원이 사라지게 됐다.



금감원 입장 확고, “약속한 보험금 반드시 지급돼야”
강경한 입장의 금감원 강한 진통 예상


대법원의 판결은 내려졌지만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진통도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을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의 하나로 채택한 바 있으며, 이번 자살보험금 사례에서도 일관되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금감원은 이 사건은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다투는 보험금 미청구 건이 아니고 보험수익자가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했고, 감독당국이 지급을 하도록 지도했음에도 보험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는 논리다. 금감원 논리에 따르면 사망보험금 청구는 사망진단서 등 보험금 지급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완료되고 보험회사는 이에 따라 일반사망보험금과 함께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고의로 특약에 기재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보험사를 엄하게 행정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는 삼성·교보·한화·알리안츠·KDB·현대라이프생명 등 6곳이다. 앞서 신한·하나·DGB·메트라이프·흥국·PCA·ING생명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THE보상법률사무소 유정은 변호사는 “대법원이 시효완성을 인정한 것은 인정하지만 악의적인 보험회사의 해석과 행위까지 정당화 시킬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으로라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자살보험금 논란, 국회가 나서나


결국 사건은 국회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9월30일 김선동 의원(새누리당 서울 도봉구을, 정무위)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게 된다.


김선동 의원은 “이번 자살보험금 사건의 더 큰 문제는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 지급되지 않은 자살보험금이 발견되고 있어 미지급금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삼성생명은 자체 조사 결과 보상금 규모가 1,585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교보생명도 반기보고서에서 보상금이 1,134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현재 조사된 미지급액보다 2~4배 증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선동 의원은 보험금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특별법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하며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당초 보험회사에서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이기 때문에 국고 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 특례 적용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국회는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26만명에게 4천25억원을 환급한 전례가 있다. 2005년 3월31일 헌법재판소는 공동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舊‘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이 헌법상 의무교육 및 무상성의 원칙, 부담금 부과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했다.


당시 소급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불소급원칙(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따라 성실하게 부담금을 납부한 사람은 환급받지 못하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만 환급 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국회는 2008년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부담금 환급을 청구하지 않는 일반 성실 납세자에게 청구기간 소멸시효를 연장시켜 주면서 구제의 길을 열었다.


김선동 의원은 “대법원 판례 취지와 금융당국의 입장, 그리고 소멸시효 완성분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보험회사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보험회사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특별법 제정으로 생명보험회사는 배임죄 적용 우려를 해소할 수 있고, 보험계약 당사자분들은 개별적으로 또다른 소송을 진행하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신속히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 아전인수 해석, 이해 어려워


사실상 대부분 일반인들은 주계약과 특약의 보장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당시 보험회사가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할 모든 보험금을 정확하게 지급했을 것으로 신뢰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감원은 보험전문가인 회사가 보험금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고 이를 알리지도 않은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계약과 다수의 특약이 있는 보험에 가입한 평균적인 일반 고객은 보험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보험금을 주계약과 특약별로 면밀히 그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명문으로 특약의 내용으로 들어가 있던 내용을 ‘표기상의 오류’라며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2014년부터 시민단체들과 함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자살자에게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 온 금융정의연대는 “자신들이 유리할 때는 ‘보험약관’을 들이대고, 불리할 때는 오리발을 내밀며 ‘약관규정이 실수였다’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이 사회적으로 자살을 방조하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민들의 공분을 쌓기에 충분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기나긴 법정싸움을 지나 이제 시선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금감원과 대형보험사들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회로 넘어간 자살보험금 논란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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