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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명을 살리는 흙의 건강 처방전-제7편】 '땅심'이 곧 '밥심'

윤영무 기자가 간다

【M이코노미뉴스 = 윤영무 본부장】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이 도입 된지 70여 년. 1977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쌀의 자급자족을 달성해 해마다 쌀이 남아 돌고 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쌀 생산량보다 많은 360여만 톤의 밀을 수입했다. 메뚜기, 우렁이가 사라지고 논으로 돌아가야 할 볏짚이 축산사료로 쓰이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논은 땅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밥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려오고, 국제 곡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농업 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위기가 동시에 밀어닥쳐도 속수무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맛있는 쌀을 생산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방안을 흙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논에 되돌려 준 볏짚, 땅심 회복으로 밥맛 좋아져 

 

시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쌀 수입이 허용되기 7~8년 전인 2006년으로 돌려보자.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수입쌀과 경쟁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쌀을 만들어야 된다는 소리가 높았을 때였다. 당시 한 언론은 “경기미의 대표주자인 여주·이천 쌀보다 더 좋은 쌀이 나왔다”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름하여 평택 ‘슈퍼오닝’ 쌀. 발음하기도 어려워 혀를 돌려야 되는 이 낯선 브랜드 쌀을 먹어본 소비자들이 밥맛이 좋다고 호평했다.

 

평택 안중농협은 2005년부터 농민회원들과 ‘뜰 단위 계약’을 맺고 매뉴얼에 의해 856ha(1ha=3025평)에서 약 8천 톤의 「슈퍼오닝」 쌀을 수매했다고 밝혔다. 추수가 한창이던 10월 중순, 한 기자가 평택 들판에서 조충묵 단지장을 만나 맛좋은 쌀을 생산하는 비결을 물었다. 18년 전의 인터뷰였다.

 

-「슈퍼오닝」 쌀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농약과 비료를 거의 쓰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완전미 비율이 96% 이상, 단백질 함량 6.3% 이하, 싸라기 함량이 2% 이하인 쌀이어야 「슈퍼오닝」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일반미는 단백질 함량이 7%대 인데 우리 쌀 평균은 5.8%다. 쌀은 단백질 함량이 적을수록 밥이 맛있다. 우리 쌀이 맛있다는 전화가 농협에 걸려오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이 쌀만 쓰는 식당이 늘고 있다. 손님들이 먹어보면 밥맛을 아는 것이다.


-맛좋은 쌀을 만드는 비결은 뭔가?

 

일등 공신은 볏짚이다. 벼를 수확한 후에 남은 볏짚을 썰어 논에 골고루 뿌리고 있다. 이 볏짚이 썩으면서 퇴비 역할을 한다. 3년째 넣어 줬는데 ‘땅심’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좋은 땅에서 맛있는 쌀이 나오는 거야 당연한 게 아닌가. 비결도 아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농사를 지은대로 따라하는 거니까. ‘땅심’이 좋아지자 병충해가 침범을 못한다. 예전에는 도열병에 걸려 벌겋게 주저앉은 벼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 그런 거 없다.

 

- 단지 볏짚만으로 땅심이 살아나고 쌀 품질이 좋아진다는 게 놀랍다.

 

볏짚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종자소독, 침종, 육모, 이양, 모두 농협에서 알려주는 매뉴얼대로 한다. 농약과 비료도 정해진 양과 비율대로 줘야 한다. 예전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많이 썼다. 올핸 비료도 반으로 줄였고, 농약은 전혀 안 썼다. 볏짚을 논에 되돌려 주니까 전에 없던 우렁이, 미꾸라지, 메뚜기가 생겼다. 메뚜기가 있다는 건 농약을 안 쓴다는 거다. 이제 제비도 곧 돌아 올 거다. 비료를 안 쓰면 질소함량이 적어져 밥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 농약과 비료를 안 쓰면 수확량이 줄지 않나?


올해로 3년째인데 첫해엔 조금 줄었었다. 하지만 토질이 계속 좋아져 지금은 수확량도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앞으론 비료 양도 더 줄 거다. 농약 값 안 들지, 비료 값 반으로 줄었지, 수매가는 10% 올랐지, 소득이 늘었다. (하하하)

 

◇ 볏짚 대신 규산 비료, 밥맛은 변함없을까?


필자는 18년 전 이 기사를 읽고 나서 곧바로 평택의 친환경 단지를 지도하는 한 여성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했다. 지금도 18년 전과 똑같이 볏짚을 논에 되돌려 주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지부터 물어봤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볏짚을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규정이 권고사항으로 바뀌어 볏짚을 주는 농가도 있지만 대개는 규산비료로 대체해 쓰고 있다. 비료나 농약을 안 쓰는 건 아니다. 전혀 쓰지 않는 일부 단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친환경적으로 일반 농가보다 훨씬 덜 쓰고 있다.”


Q. 18년 전 볏짚을 넣었을 때 밥맛이 있다고 했는데 볏짚 대신 규산비료를 쓰면 밥맛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볏짚은 쌀 맛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볏 대를 튼튼하게 해서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할 뿐이다. 그러니까 밥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볏짚이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축산농가가 많아서 소도 먹어야 하므로 볏짚을 사료로 공급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나서.)

하지만 축산부속퇴비(=쇠똥과 볏짚을 발효한 거름)를 논에 주는 농가도 있으니 볏짚을 주는 효과가 있다.”


Q. 18년 동안 볏짚을 쭉 주어온 논과 그렇지 않은 논에서 생산된 쌀 맛의 차이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가?

 

“없다. 밥맛을 비교한 데이터가 있지만 농협 등에 납품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작성한 것이어서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다.”


◇ 볏짚을 팔아 후회한 어느 젊은 영농후계자의 사연

 

평택의 그 공무원은 볏짚이 밥맛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북의 한 농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은 듯 했다. 30대 후반의 한 젊은이가 나이가 들어 농사짓기가 어렵다는 아버지를 대신에 농사를 지으려고 귀농을 했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5만평의 논에 쌀농사를 지었다. (5만평이면 부자다) 

 

3년간은 무난했다. 쌀은 전량 김 사장이라는 사람이 사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3년째 되던 해, 김 사장이 내려와 더 이상 거래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밥맛이 떨어져 납품받는 곳에서 구입을 거절했다는 게 이유였다. 밥 맛이 좋은 쌀을 생산하는 농가로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김 사장의 거래 중단 선언에 충격을 받고 아버지를 찾아가 사실대로 말했다. 아들의 설명을 듣고 난 아버지가 조용하게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네 마음대로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고 해서 그대로 두었다. 농사를 물려준 아버지로서 참견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처음에 너에게 부탁한 게 있었는데 알고 있느냐?”

 

“잘 모르겠는데요. 잊어버렸어요.”

 

“내가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논에다 뿌려 주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이제 기억납니다.”

 

“그런데 왜 안 지켰지?”

 

“1평당 100원씩, 5만 평에서 나온 볏짚을 5백만 원에 사겠다고 하는 축산업자가 와서 현찰을 보여주기에 팔았지요. 쌀은 수매가가 한 참 뒤에 나오는데, 볏짚은 돈이 바로 되니까. 안 팔수가 없었어요.”

 

“그걸 3년간 팔았으니, 1,500만원을 받은 셈이구나.”


“적은 돈은 아니지요. 농촌에서…….”


“그렇지만 그 돈을 받은 만큼 너는 비료를 사서 논에다 뿌렸겠지. 아버지는 평생 볏짚을 팔지 않고 논에다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그것이 천연 퇴비가 되어 우리 논에서 나온 쌀은 늘 맛이 있었던 거였어. 그런데 너는 볏짚을 팔아먹고, 비료를 주었으니 쌀 맛이 날 리가 있겠느냐. 땅심을 잃으면 밥심도 떨어지게 되어 있단다.”

 

 

◇ 인테리어보다 밥맛에 투자해야

 

18년 전만 해도 밥맛이 좋은 식당들이 꽤 있었다. 필자는 무교동 옛 대한체육회 건물 뒤편에 (지금은 없어진) ‘내강’이라는 4평 남짓한 밥집에 자주 다녔다. 이마를 수건으로 질끈 동여맨 주인 할머니는 석유곤로(こんろ)불로 밥을 지었다. 밥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서 점심시간이 되기 전부터 식당 앞에는 20여m의 줄이 서곤 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식당으로 들어가면 내부가 워낙 좁아서 다른 손님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긴 판자 의자 위에 앉았다. 그러면 할머니가 밥을 퍼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밥을 국과 함께 할머니의 남편이 (알바를 하는 것 같았다) 필자 앞에 가져다 놓았다. 

 

반찬통에 구은 김, 무말랭이무침 등 반찬을 먹을 만큼만 덜어다 놓으면 구수한 밥과 함께 점심이 완성됐다. 국은 매일 바뀌는데 주로 콩나물국, 무국, 혹은 배추국이었다. 이 가운데 한가지가 나오면, 반찬 가운데 무말랭이 무침은 할머니가 강원도에 가서 직접 구해 온다고 했고, 김도 가장 비싼 제품이었다. 식당 내부가 워낙 좁아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밥맛이 좋다면야 그런 것쯤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그 할머니가 짓는 밥맛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일단 할머니가 하는 그 집이 없어졌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이따금 가보는 견과류와 인삼까지 넣어 만든 돌솥밥집도 그 할머니가 보여준 밥맛의 수준에 미치려면 한참 멀었다. 더구나 일반 식당에서 나오는 알루미늄 밥그릇에 담긴 밥을 먹어보면, 이게 무슨 맛인지 모래를 씹는 것 같기도 하고 속이 빈 밥풀을 씹는 듯하다.

 

원래 쌀은 무색무취하고 맛이 담백해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입에 넣고 씹을 때 입안의 효소와 섞이면 구수하면서 단 맛까지 난다. 그래서 맛있는 밥은 고추장 한 가지만 있어도 얼마든지 먹을 수가 있다고 한다. 밥맛이 없는 밥을 먹고 있으면 “지금 내가 사료를 먹고 사육(飼育) 당하는 건가?”하는 착각에 빠지기까지 한다.

 

◇ 햅쌀에 묵은 쌀을 섞어서 속일 순 있어도 밥맛은 못 속인다


필자가 현역(MBC)기자 시절에 추석을 앞두고 햅쌀에 묵은 쌀을 섞어 판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햅쌀이라 사다가 밥을 지어 먹어 보니 묵은 쌀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에서 느끼는 맛만 가지고 멥쌀이 섞였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사실 햅쌀에다 묵은 쌀을 섞어 놓으면 눈으로 구분하기가 불가능했다. 화학실험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도정하기 전에 해야 했다.

 

그러니 햅쌀과 멥쌀을 섞어놓으면 이를 가려낼 과학적인 방법이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수소문 끝에 햅쌀과 멥쌀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농촌진흥청 수도 작물 H 과장이었다. 그는 검은 천에 햅쌀과 묵은 쌀이 섞인 쌀을 쏟아 놓고, 창문의 커튼을 닫게 한 다음에 핀셋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고 왼손을 들어 커튼 옆에 서 있는 직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 지금 커튼을 조금만 젖혀주세요.”

 

직원이 그의 지시에 따라 커튼을 젖히자 햇빛이 일직선으로 검은 천위에 놓인 쌀을 비췄다. 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빛을 반사하는 강도가 약한 햅쌀 속에 섞인 멥쌀을 핀셋으로 골라냈다. 그가 한참 동안 수북하게 골라낸 묵은 쌀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 이건 묵은 쌀이 틀림없네요.”

 

묵은 멥쌀만 모아 놓으니 햅쌀과 금방 구분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것을 증거로 묵은 쌀을 섞은 사람들의 자백을 받아냈다. 아울러 그 증거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 종로5가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밥맛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었다. ▲햅쌀 ▲햅쌀과 묵은 쌀을 섞은 것 3종류 ▲묵은 쌀 등으로 구분해 전기밥솥에다 밥을 하고 맛을 보게 한 후, 쌀 종류를 가려내라고 했었다. 

 

시민들의 입맛은 정확히 일치했다. 햅쌀로 지은 밥을 먹은 사람들은 100% 햅쌀임을 알아 맞혔으며, 묵은쌀과 햅쌀이 섞인 밥은 “어딘지 이상하다”는 의견을 냈다. 묵은 쌀로 지은 밥은 100% 멥쌀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당시, 필자는 그 테스트를 통해 쌀을 주식으로 해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맛을 아는 DNA를 사람마다 갖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러니까 필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고 “이건 맛이 없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 역시 그렇게 느낄 거라는 말이다.

 

◇ 쌀의 품종보다 논의 토질에 좌우된다는 밥맛

 

밥맛?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지만 밥맛이 뭘까? 궁금해서 구글에 들어가 찾아보았다. 마침 쿠쿠홈시스의 CEO는 “밥맛은 쌀의 건조 상태, 도정 횟수, 보관 연수, 그리고 벼가 자란 지역(토질)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또 쌀의 종류에 따라 밥을 지을 때 쓰는 물의 양이 서로 다르고, 무쇠 솥, 압력밥솥, 야외에서 먹는 밥, 전기밥솥 등등 어디에서 어떻게 밥을 짓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필자가 주목하는 항목은 벼가 자란 지역(토질)에 따라 밥맛이 다르다고 한 부분이다. 수확량을 높이려면 아무래도 비료를 많이 쓰게 되는데,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쌀의 단백질 함량이 높아진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 밥맛이 떨어진다. 쌀은 단백질 함유량이 적을수록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필자가 앞서 18년 전의 인터뷰 기사에 소개했듯이 볏짚을 뿌려 준 논에서는 밥맛이 좋은 쌀이 생산됐는데, 쌀의 단백질 함량이 평균 5.8%였다. 이에 비해 비료와 농약으로 재배한 일반 쌀은 단백질 함량이 평균 7%를 웃돌았으니 밥맛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볏짚 등을 발효시킨 두엄을 논에다 뿌려 농사를 지었다. 지게로 지어 나른 두엄이 논마다 작은 무덤의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겨울을 난 두엄은 이듬해 논흙으로 들어가 그해 자라는 벼의 영양분이 되었다. 두엄을 준 벼의 뿌리는 거의 1m까지 내려가서 흙속의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 반면에 비료와 농약을 준 벼는 뿌리가 30cm 정도 밖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 쌀이 맛이 있을지는 불문가지다.


미리 보는 미래의 쌀가게

 

일본에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이끄는 ‘사자비 리그’라는 업체가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 쉐이크쉑 버거 등 식음료 브랜드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아그네스 비, 미국의 론 허범, 덴마크의 플라잉 타이거 같은 라이프스타일 숍을 일본에 들여왔고,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행을 선도하는 업체가 일본 본연의 문화도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본 식문화의 중심인 쌀을 주제로 한 다이닝 라이프스타일 매장인아코메야(ACOMEYA)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갓 지은 쌀밥의 맛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 그 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상을 제안하고 있다. 재배지역과 재배 방식에 따라 맛이 다른 20여 종류의 쌀, 식품(반찬), 사케, 조리기구, 주방용품 등 9개 영역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입구에 밥 짓는 코너를 마련해 쌀을 재배한 농부가 직접 밥을 지어 샘플처럼 제공하고 있다.

 

손님이 원하면 쌀을 직접 도정을 해준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쌀과 반찬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식당도 있는데 점심이 1인당 2만원이 넘는다. 저녁은 4만원이 넘는 가격인데도 「돈을 내고 먹는 시식(試食)」을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갓 지은 밥이 전하는 행복이 무엇이지, 밥맛이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쌀농사를 지은 농부가 직접 밥을 해서 시식을 해 보도록 하는 공간을 정부가 지원하면 어떨까? 직접 재배한 사람보다 그 쌀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어떻게 쌀농사를 지었는지, 본인이 설명을 하고, 농사짓는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빵 보다 밥맛이 좋다면 그 많은 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자급률이 0.5%에 불과하다는 밀의 생산량을 더 늘리고, 우리나라 논의 땅심을 살려낸다면, 농약과 비료 때문에 자취를 감춘 메뚜기와 미꾸라지, 우렁이가 되돌아오고, 밥맛이 좋은 쌀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되어 식량안보 위기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MeCONOMY magazine Jul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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