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자발적으로 소음에 대처하는 것은 이미 수준을 넘어섰다. 급기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기업인 한국 환경공단을 통해 층간 소음의 민원을 접수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접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인 측정 장비를 통해 갈등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서울시 포함 인천, 부산, 대구, 울산에서 온라인 ‘층간소음 측정 예약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층간소음 측정 서비스’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발생돼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에 대해 전문가 현장방문으로 소음을 측정하고 발생원인을 분석하는 서비스다. 이웃사이센터는 공동주택 입주자 간 층간소음 갈등 완화에 필요한 전화상담, 소음측정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중재상담 센터다.
공단은 층간소음 측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및 편의성 제고를 위해 올해 서울시와 4개 광역시에서 예약시스템을 시범 구축한 후 시험 운영과 보완을 통해 시스템 완성도와 국민 편의성을 제고했다. 이번 층간소음 예약시스템 도입으로 기존 유선 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인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의 단축과 온라인상으로 언제든지 희망 측정일시 예약, 변경이 가능해졌다.
한편, 공단은 예약시스템의 활성화을 위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누리집에 팝업 안내문 게시, QR코드를 활용한 리플렛 제작 등 다양한 온, 오프라인 홍보도 실시할 계획이다.
◇층간 소음, 무엇을 말하는가
층간 소음은 위층에서 발생한 소음이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충격음을 통칭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소음 정도를 측정하는 충격음은 직접충격소음(경량소움과 중량소음)과 공기 전달 소음으로 구분해 입주자 또는 상용자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말하며 욕실, 화장실 등 다용도실의 급수 및 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된다.
직접 충격 소음은 뛰거나 걷거나 떨어뜨리거나 하는 동작으로 발생하는 소음이다. 가볍고 단단한 물건에 의한 소음(예 : 구슬, 생활용품)은 경량충격 소음, 부드럽고 무거운 불건에 의한 소음(예 어른의 걷는 소리, 아이 뛰는 소리 등)은 중략충격 소음으로 분류한다. 특징은 충격력이 작고 지속시간이 짧은 경량충격음 보다는 충격력이 크고 지속시간이 긴 중량충격음에 대한 불만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밖에 공기 전달소음이 있는데 이는 텔레비전, 음향기기, 청소기, 세탁기 등 사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소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소음의 영향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사회 심리적 영향. Annoyance(어노이언스)는 소음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서 대화 및 수면 방해,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기능 장애와 시끄러움으로 느끼는 종합적인 피해 정도를 나타낸다.
두번째로 생리적 영향은 자극이 지속되는 기간이 짧은 단속적인 영향은 혈관수축, 혈구수의 변동, 오줌이나 폐 속에 있는 호르몬 양의 변화등에 관계된다. 또한 임신 및 출산에 악영향을 미치며 위궤양, 소화불량, 심장병, 혈압 항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 방해가 있다. 가정집이나 사무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주위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의사 전달을 방해하는 것이다.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에 관한 지표로 SU(언어 방해 레벨 : speech interference lvels Beranek)가 있다.
◇층간 소음에 대한 외국 제재 사례
■ 미국 : 뉴욕은 시의 법전에 따라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인 소음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는 소음을 유발할 경우 소음 측정과 몇 차례의 경고를 한 후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소음을 유발할 경우 벌금을 가중 처벌하고 있다.
■ 독일 : 민법(제906조)에선 토지 소유자가 이웃으로부터 가스, 증기, 냄새연기, 열기, 소음/진동의 수인한도를 넘어 침해받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을 갖는다. 연방질서 위반법(제11조 1항)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배출은 위법이라 정하고 이를 위합하면 과태료(약 603만 원)을 부과한다.
공해방지법(제11조, 제14조)에서는 수면을 방해하는 일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금지 된다. 가사 및 정원일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12시,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 해야 하고 악기 연주 및 음향재생기 사용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사용을 금한다. 아이들은 놀이터 이외에서 뛰어 놀면 안되고 계단에서도 뛰면 안된다. 이웃의 방해가 되는 집안 청소나 내부수리 못 박기 등은 월요일~ 토요일 오전 8~12시, 오후 3~6시에 하도록 제한한다. 점심 식사 시간도 방해 받아서는 안된다.
■영국 : 반사회적 행동법(2003년)은 청정 이웃 및 환경법(2005년)에 의해 포함된 기존 1996년 소음법 제8A조에 의거해 주거지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이 허용된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위법 행위로 정하고 이를 위반시 범칙금을 부과한다.
◇층간 소음의 특성
우선 지역적 특성이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의 발생에 대해 지역적 특성을 살펴보면 층간 소음 민원이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되다가 점차 경기지역으로, 지방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성적으로 파악해 보면 ▲위성도시가 많이 분포 돼 있으며, ▲아파트 단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새로 입주한 단지일수록 입주민간의 주거문화 차이, 세대차이, 이사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구조적 특성이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인구가 밀집돼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을 크게 서구,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로 구분해 각 지역의 주거 문화를 건물 구조적 측면에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서구(미국과 유럽) 난방형태가 방열기(라디에이터)를 사용하므로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실내에서 슬리퍼를 착용하고 생활한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심야까지 계속되는 파티나 부부싸움 등 주로 공기 전달 소음이다.
■일본은 공동주택의 거실이나 침실이 다다미 구조이며 일본 여성은 앞꿈치로 걷는 것이 생활화 돼 있다. 또한 일본은 미닫이식 벽으로 한 방의 소리가 다른 방에 잘 들리는 구조라서 어릴 때부터 들어서는 안되는 소리는 못 들은 것으로 치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국은 온돌 문화라서 공동주택에도 온돌식 난방을 하고 있으며 더욱 마루를 선호해 거실과 주방도 마루로 시공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뒤꿈치로 걷는 생활 습관과 어울려 직접충격 소음을 크게 발생시키고 공동주택에서 세대간 갈등을 야기 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여러 층에 걸쳐 여러 이웃세대에서 발생한 소음이 함께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전용 공간을 증가시키기 위해 널리 보급되고 있는 베란다와 거실을 통합한 확장형이 직접충격 소음을 많이 발생 시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층간 소음의 전파
공동 주택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밀집된 다수의 가구에서 발생해 다수의 가구로 전파되는 복잡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공동 주택도 아파트, 빌라, 다가구 주택 등 다양하며 같은 아파트 복도식과 계단식이 달라 전파 경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소음은 전파경로 상에서 흡수, 회절, 굴절 반사가 혼합해 변화하므로 소음원과 수음점의 전파경로를 확정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대부분 층간소음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직접충격 소음은 건물의 바닥이나 벽체에 충격을 가해 진동을 발생시키고 이 진동이 건물의 바닥이나 벽체를 통해 상하, 좌우로 전파되고 전파된 진동이 천장마감재 등 가벼운 물체를 진동시켜 소리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거쳐 수음점에서 소음을 듣게 된다.
공기전달 소음은 사람의 목소리, 개 짖는 소리, 텔레비전이나 음향기기 소리, 악기 연주, 청소기 소리 등이 층간 개구(화장실 환풍구, 주방 환풍구, 전기선 배관 등)를 통해 이웃 세대에 전파돼 수음점에서 소음을 듣게 된다.
법에서 정한 층간소음 기준은 수음점에서의 소음도를 말한다. 이 소음도는 수음점에서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측정하면 알 수 있다. 다만 측정된 소음도는 거주자가 듣는 소음의 크기를 나타낼 뿐이며 소음원이 어디인지는 나타내지 않는다. 층간소음의 전달 경로가 복잡해 특정 소움원에서 발생한 소음이 수움적의 소음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오인소음의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
층간소음은 야간 기준이 38db(1분 등가)인 약한 소음이며 강한 소음인 경우 교통소음 58db(5분 등가) 보다 100분의 1 이하에 불과하다. 교통소음에 비해 무시할만한 약한 층간소음이 교통소음에 비해 민원이 많은 것은 거주자가 특정 소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특정소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 칵테일파티 효과에 의해 해당 소음이 잘 들리게 되고 이로 인해 집중력 방해, 수면 방해를 유발하게 된다.
칵테일 파티 효과란 '나'와 관계 있는 정보에 무의식 중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현상을 칵테일 파티라 하며 같은 장소에서 여러사람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더라고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는 골라 들을 수 있는 능력 또는 현상이다. 공간에 다수의 음원이 산재하고 있더라도 특정 음원에 집중하면 그 음원은 다수의 음원에서 분리 돼 들리게 된다.
◇층간 소음 저감 방안
층간소음의 저감 방안은 소음원 별로 요약하면 ▲어린이 뛰는 소리 : 미취학 아동은 놀이방 및 아이의 동선에 소음 저감매트 깔기, 취학 아동은 어린이용 소음저감 슬리퍼 착용, ▲어른 발걸음 소리 : 슬리퍼 착용, ▲피아노 등 악기 소리 : 연주시간 조율, 방음시설(연주방) 설치, ▲가구 끄는 소리 : 가구에 패치 부착,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해당 부분에 러그 깔기, ▲문 닫는 소리 : 실내는 부딪치는 부분에 충격방지 패드 설치, 현관은 유압기 조절, ▲운동기구, 안마기, 기계음 : 바닥에 매트 설치, 사용시간 조율 등이다.
이 밖에 공통적으로 야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에는 이웃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온유지를 위해 노력해 주도록 설득한다. 위층과 아래층 모두 보복 소음을 자제해 주변에 2차적 소음피해를 예방하도록 설득한다.
사람이 소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범위는 3db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층에서 소음을 3db 감소 시키려면 소음 발생량을 50% 줄여야 한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음이 전부 위층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고려하면 위층에서 소음 발생량을 50% 줄여도 아래층에서는 소음의 변화를 겨우 인식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병옥 환경 공단 이사장은 “이번 층간소음 예약시스템 구축을 통해 그간 민원인이 겪었던 불편함을 효과적으로 해소함과 동시에 더욱 체계적인 층간소음 서비스를 수행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앞으로도 예약시스템 적용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