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지난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한국에 안겼다. 지난 2022년 일본을 제치고 '3대 교역국' 자리에 오른 이후 3년 연속 3위 수성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시스템 'K-stat' 6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수출은 583억달러로 전년(535억달러)과 비교해 9.1% 증가했다.
베트남을 통한 수입 매출은 284억달러로 전년 대비 9.6%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한·베트남 전체 교역량이 794억달러에서 867억달러로 9.2%(73억달러) 늘어났다.
이는 1위 중국(2천729억달러)과 2위 미국(1천999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 매출액으로 중국의 32%, 미국의 43% 수준에 해당한다.
무역 규모로 베트남은 2022년 처음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른 뒤 3년 연속순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교역량 증가율은 베트남이 9.3%로, 미국(6.9%), 중국(1.9%), 일본(1.1%) 등 주요국을 모두 제치고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대 무역수지는 29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276억달러)보다 23억달러 커진 규모다. 한국의 최대 흑자국은 미국(557억달러)으로 베트남이 이를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이같은 교역 증가와 무역수지 확대는 전년 주춤했던 반도체 수출이 다시 살아난 영향이 크다. 글로벌 시황 악화 등으로 고전했던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43.9% 상승한 1천292억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반도체는 한국의 베트남 최대 수출품이기도 하다.
한국의 지난해 1∼11월 대베트남 반도체 수출액은 16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반도체 외에 평판 디스플레이 및 센서, 석유제품 등의 수출은 줄었으나 무선통신기기, 합성수지 등은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이 증가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무역은 1992년 수교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2014년 베트남은 한국의 8위 교역국에 불과했지만, FTA가 발효된 2015년에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2022년에는 일본(853억2천만달러)을 제치고 처음 3위에 올랐다.
양국의 무역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후 현지 공장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출하고, 베트남은 완성된 최종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식의 구조로 돼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현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으로, 2022년 하노이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호찌민 지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관세청 통계에서 지난해 1∼11월 기준 한국은 베트남의 2위 수입국이자 3위 수출국에 올랐다. 베트남 수출에서 한국은 미국(1천90억달러)과 중국(551억달러)에 이은 3위국(234억달러)으로, 일본(225억달러)과 네덜란드(118억달러) 등보다 앞서있다.
베트남의 해외관광객 수에서도 한국인은 전체 관광객(1천580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1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중국(335만명), 대만(118만명), 미국(70만명) 등을 크게 앞선 숫자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의 무역·수출에서 미국과 중국 등 G2 비중이 높은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세안인데, 아세안의 대표 주자가 베트남이라 할 수 있다"며 "베트남 역시 한국이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만큼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