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진행된 고려아연과 MBK·영풍의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나온다. 법원의 결정으로 '집중투표방식' 이사 선임 카드를 쓸 수 없게 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열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신규이사 후보의 표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위해선 14명의 신규이사 후보 중 10명 이상의 선임이 필요하다. 현재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이 자력 선임을 위한 50%에 못미친 46.7%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MBK·영풍의 신규이사 후보 중 10명 이상이 캐스팅보터로부터 3.3%가 넘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의 승부의 변수다.

우선 '이사 수 제한 없는 일반 투표 방식'에 따라, 신규이사 선임이 진행될 경우 최 회장측과 MBK·영풍은 각자 추천한 신규 이사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순서대로 표결을 해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 여부에 따라 선임을 가리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측 11명과 MBK·영풍측 1명으로 구성돼 있단 점을 감안하면 MBK·영풍이 높은 지분율을 무기로 신규이사 후보 14명 중 10명 이상에 대해 출석주주 의결권 절반 이상을 얻으면 이사회 과반 장악이 가능해진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영풍·MBK 측의 이사 선임이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21인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며, 이 중 7인은 고려아연 측, 14인은 영풍 측에서 추천한 후보다.

문제는 MBK·영풍의 이사회 과반 조건인 최소 10명을 채우기 위한 나머지 7명의 신규선임 여부다. 금융권 따르면, 의결권 지분율 46.7%을 쥔 MBK·영풍측 후보 7명이 이사회에 신규진입하기 위해선 이들 모두가 현재 8% 정도의 소액주주 지분 대부분을 나눠 들고있는 외국계 기관 중 최소 3.3%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외국계 기관의 표심을 좌우하는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중 글래스루이스는 MBK·영풍 측 신규이사 후보 모두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ISS는 MBK·영풍 측 신규이사 후보 중 4명의 선임에 찬성했지만 이중 1명은 국면연금이 찬성한 후보와 중복되는 인물이다. 중복 인물을 제외한 ISS 찬성 후보 3명 역시 선임된다 가정해도 여전히 이사회 과반 장악을 위해선 4명이 더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안건을 다시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현대차와 한화 등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재계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집중투표제는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MBK·영풍이 이 같은 3.3%의 벽을 넘지 못하면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선 최 회장측이 또 다시 승부를 걸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최 회장 측 법원의 집중투표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 표결을 원안대로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회장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번 임시주총 이사 선임 과정에 집중투표 방식을 쓰지 못하도록 한 조치일 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표결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표결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주주별로 최대 3%의 지분율 까지만 표결에 사용할 수 있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특수관계인 다수가 지분을 쪼개서 들고 있는 최 회장측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기사회생한다면 집중투표 카드를 쥐고 다음 정기주총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 주주라도 일부 후보에 표를 몰아줘 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최 회장측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